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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한의학, 심신일원론인가?
2012년 12월 13일 () 15:40:22 김기왕 mjmedi@mjmedi.com

 

   

김기왕 / 부산대 한의전 교수

현대의학과 대비되는 한의학의 특징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으로 흔히 全一的 관점이라든가 동태적 관점(이른바 恒動觀), 전체와 부분의 대응 관계 중시 등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러한 답과 종종 함께 제시되는 것이, 한의학은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본다는 말이다.

“몸과 마음을 함께 치료한다”, “마음을 읽는 한의학”, “마음으로 사람을 치유하는 한의학” …… 일반인이든 한의사든 오늘날 많은 사람에게 각인된 한의학의 모습은 이러한 구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구호의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흔히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주장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정말 한의학은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보는 의학일까? 역사적으로는 몸과 마음의 문제가 의학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는 의학이 다루는 주제가 아니다. 한의학 역시 몸과 마음의 문제에 대해 엄밀한 답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몸과 마음의 문제는 전통적으로 철학의 주제였고, 오늘날에는 심리철학이란 분야에서 심화된 탐구를 하고 있다. 철학적으로는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보는 입장을 ‘심신일원론’이라 부른다.

심신일원론은 그야말로 대척점을 이루는 두 가지 입장으로 나뉘는데, 하나는 마음만이 실체라는 주장, 즉 관념론이고 다른 하나는 물질만이 실체라는 주장, 즉 유물론이다. 한의학은 이 가운데 어떤 입장에 기반을 두고 있을까?

불교를 제외하고는 동아시아의 지적 전통에서 몸과 마음의 문제에 대한 엄밀한 철학적 논의를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다만 굳이 옛 의가들의 입장을 정리해 보자면, 그들은 이른바 소박한 유물론(naive materialism)의 입장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정신작용을 담당하는 신(神)이라는 것이, 공간을 점유하며 위치, 속도 등을 가진 氣의 일종으로 간주되는 것을 보면 물질 자체가 정신 현상의 원인이라는 일종의 유물론을 고대의 의가들이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물질이 어떻게 정신 현상을 발현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없이 특정의 물질에 정신 현상 발현 능력을 부여한 것을 보면 비슷한 시기 다른 문화권에서도 볼 수 있었던 원시적인 유물론의 입장을 그들이 견지했음을 알 수 있다.

동아시아의 전통에서 神의 영속성을 주장하거나(神不滅論) 비영속성을 주장한 예(神滅論)는 있었지만, 정신을 물질과 다른 별도의 실체로 인정하는 데까지는 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명나라의 이천(李 )이나 조선의 정약용은 비로소 마음이란 것이 신체 기관으로서의 心과 무관한 것임을 명확히 하고 마음 자체의 성질을 규정하려 하였지만, 이는 뒤늦게 나타난 이례적인 주장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오늘날 한의계에서 말하는 마음은 이러한 전통에서 사뭇 벗어난 무엇인 것 같다. 서두에 예로 든 주장을 제시하는 이들은 흔히 몸과 마음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몸이 마음에 영향을 미치며 마음이 몸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이게 뭔가? 결국 몸과 마음 양쪽이 현상의 원인임을 인정하는 입장, 즉 심신이원론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둘 사이의 ‘관계’를 애써 강조하지만 이는 상관성이 강조된 심신이원론, 즉 상관적 심신이원론일 뿐 심신이원론임에는 틀림이 없다.

문제는 이러한 심신이원론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이 오늘날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는 것과 한의학의 심신이원론적 입장을 강조하는 분들이 자신의 주장이 이원론임을 알지 못한 채 일원론을 표방하고 있다는 데 있다. 데카르트 이래 형성되어 온 근대 문명을 비판하는 이들이 결국은 데카르트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는 이 역설적인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저 송과선을 전신의 여러 장기에 재배치한, 아주 조금 새로울 뿐인 데카르트 주의를 이야기하면서 우리 학문이 서양의 학문과 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지는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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