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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바꿔야 법이 바뀐다
2013년 01월 01일 () 14:58:32 김윤경 mjmedi@mjmedi.com

 

   

김 윤 경
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법은 현실을 반영하여 제정되는 것이다. 현실과 법 사이에 괴리가 있어서 이로 말미암아 사회문제가 극심해지거나 또는 그러리라고 예상될 때 이를 해결하고자 법을 제정 또는 개정하게 된다.

 

현재의 의료법은 (양방)의료와 한방의료가 나뉘어져 있지만, 약사법은 의약품과 한약, 한약제제의 정의만 있을 뿐 전체 의약품이 한약과 양약으로 나뉘어 있지 않다. 한약제제는 법적으로 엄연히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하여 제조한 ‘의약품’에 속하므로 한의사가 의약품을 처방하는 권리가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아 처방권이 없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면 이는 잘못된 것이다.

물론 약사법 부칙 8조에 의해서 한의사가 자신이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한약 및 한약제제를 자신이 직접 조제할 수 있다. 그러나 약사법 제23조(의약품 조제) 1항에서 “약사 및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으며, 약사 및 한약사는 각각 면허범위에서 의약품을 조제하여야 한다”고 약사와 한약사의 조제권을 명시하고, 3항에 “의사 또는 치과의사는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고, 약사는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조제하여야 한다”고 의사, 치과의사의 처방권을 명시하였으나, 여기에 한의사는 빠져있으므로 오해가 있는 것이다.

23조 6항이 현재 “한약사가 한약을 조제할 때에는 한의사의 처방전에 따라야 한다. 다만,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한약 처방의 종류 및 조제 방법에 따라 조제하는 경우에는 한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조제할 수 있다”로 되어 있어 간접적으로 한의사가 처방권이 있음을 유추할 수 있는데, 이를 보다 정확하게 “한의사는 한약제제인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고, 한약사는 한의사의 처방전에 따라 한약제제인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조제하여야 한다. 다만,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한약 처방의 종류 및 조제 방법에 따라 조제하는 경우에는 한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조제할 수 있다”로 개정해야 한의사의 처방권 문제가 해결되어 한약제제 사용량이 늘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한약(생약)제제 등의 품목허가·신고에 관한 규정>에 의하여 의약품허가를 받은 제품들은 모두 한약제제로 분류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회문제가 있다는 것을 구성원들이 모두 인식하는 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며 인식 후에도 실제로 법안을 입안하고, 토의하여 결정하는 국회의원들은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안을 도출해 법안을 제정하기까지는 또 시간이 걸린다.

법 개정을 위하여 노력하는 동시에 한의사들은 줄어들고 있는 한약제제 시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 한의사들이 한약제제는 당연히 한의사가 처방하는 것이고 천연물신약도 단일성분 위주 양약이 아니라 복합추출물인 한약제제라고 생각한다면, 주인의식을 갖고 한약제제에 관심을 갖고 당당히 사용하여야 한다.

다행히 최근 보험제제의 사용량도 늘어나고 있으며 비급여 한약제제에도 관심을 갖고 사용하는 한의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환자가 첩약을 복용하기 곤란해 할 때 간편하게 제제를 활용하는 한의사들이 증가하고 있다. 효과에도 관심을 가져 보험제제 단미엑스산의 약재함량에 관심을 갖고 검사를 한 한의사도 있으며, 제제들의 품질검사 결과를 요구하는 한의사들도 있다고 한다. 바람직한 현상이다.

2012년 한 해 동안 천연물신약과 한약제제 문제를 이슈화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만일 한의사들이 예전처럼 첩약 위주의 의약품 사용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한의사의 의약품 처방권이 더 이상 사회문제화 되지 못할 것이다.
약사법이 불합리한 점이 있더라도 아무도 이 문제에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 제약회사들은 한약에서 기원한, 열심히 만든 한약제제에 관심을 갖고 써줄 다른 보건의료전문인을 찾아 나서거나 전문인이 필요 없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식품으로 계속 한약을 변형한 제품을 만들어낼 것이다.

당위만으로 법이 바뀌지 않는다. 생각만으로 사회가 바뀌지 않는다. 한의사가 한약제제를 쓰지 않는다면 한약제제와 천연물신약이 한약임에 분명하다 할지라도 사회를 움직여 법을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먼저 현실을 바꿔야 법이 바뀐다. 이제 우리 한의사 사회도 주인의식을 갖고 한약제제 문제를 정면으로 직시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모아 해법을 찾아야 한다. 올해는 한약제제가 명실상부 한약으로서 한의사의 손을 거쳐 사용되도록 하자.

한약사가 한약의 전문인으로서 한약 및 한약제제의 제조·조제·감·보관·수입·판매 등을 전담하도록 하자. 한의사가 나서서 한약제제 사용량을 늘리고 시장을 키워 한약제약회사들이 쯔무라 보다도 성장하여 더 좋은 한약제제를 연구 개발할 수 있도록 하자. 내수뿐만 아니라 아시아 시장으로, 유럽, 미국시장으로 한류처럼 한의학이 진출하고 우리 한국의 한약제제를 수출할 수 있도록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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