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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순의 우리네 사는 이야기 18] 막내동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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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형제인 아들 부자집의 며느리가 되었다. 모두 결혼하여 근처에서도 살고 떨어져서도 살고 있지만 명절이라든가, 가족의 큰 행사가 있으면 이곳의 둘째형님댁으로 대가족이 모이게 된다.

아흔이 넘으신 아버님부터 갓난아이에 이르기까지 4대가 한 자리에 모이게 되면 며느리인 우리들은 금방 정신이 없다가도 주방에 모여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하하하하’ 사랑이 넘실대는 따뜻한 시간이 된다.

내겐 위로 형님들이 계시고 밑으로 동서가 둘이다. 시집을 와보니 형제들은 많았지만 누구 하나 살림이 넉넉지 않아서 어떤 기회에 나도 시부모님을 모셔봤고 자리를 잡지 못했던 시동생과 단칸방에서 1년 동안이나 같이 살기도 했었다.

그리고 식당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내가 식당을 하면서 울기도 많이 울었고 남매를 낳아 키우면서 가까이 사는 둘째형님과 가족의 대소사를 빠짐없이 챙겼다. 바쁘다는 이유로 형님이 다 준비해놔서 참관인으로 있다가 올 때가 허다했지만... 그러던 중 갑자기 내 밑으로 두 동서가 생기게 된 것이었다.

첫째 동서는 직업이 있어서 가족행사가 있을 때 종종 결석을 하지만 막내는 멀리서 사는데도 잘 내려온다. 이 막내동서는 결혼해 처음 맞는 구정 명절에 내려왔는데 저녁상을 물린 후 남자들은 술상 앞에 앉아 밀린 이야기들을 나누고 우리 며느리들은 아이들과 같이 군데군데 모여 이야기 보따리를 펴고 있는데 무슨 잠이 그리도 급하고 중요한지 쿨쿨 잠만 자더니 차례상을 차리느라 다들 분주하게 일을 하는데도 일어나질 않는 것이었다.

우리 며느리들은 막내니까 내버려 두자고 마음을 모았는데 이러기를 두어해 되풀이 하더니만 그 다음부터는 내려오기만 하면 설겆이, 대청소, 애들 돌보기 등등 자자한 일들을 도맡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때때로 자기가 놀러가고 싶으면 “형님들 찜질방 가요, 바닷가가요, 놀이공원가요”하면서 우리들을 다 집합시켜 놓는다.

어느날은 “형님, 며느리들 단합대회 좀 해요”하면서 우리들을 서울의 롯데월드로 오라고 해서 갔었다. 우린 무서워서 놀이기구를 아무 것도 못 탄다고 하니까 우리들을 덜렁 회전목마에 태워놓고는 자기는 자유이용권을 끊어서 펄펄 뛰어다니며 노는 것이었다. 또 어떤 날은 아버님을 동서네로 모시고 가더니 손톱 발톱에 봉숭아물을 들여놓는가 하면 머리를 노란색으로 염색을 해드려서 우리들을 놀라게 하고 늘 기발한 행동으로 우리들을 웃게 만든다.

이렇게 귀엽기만한 막내동서가 어제는 부부싸움을 했다고 내려왔다. 둘째 형님네로 모인 우리 셋은 포도주도 몇 병 사고 족발과 피자, 각종 과일을 준비해 막내동서 부부싸움 축하식을 가졌다. 축하식이래야 얘기를 들어주며 속에 있는 것을 풀게 한 것이었지만... 여하튼 우리 셋은 포도주 잔을 들고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위로해주고 다독여 주면서 그만 밤을 하얗게 지새웠다. 이혼이라도 하겠다는 듯 마음먹고 내려왔던 동서는 형님들한테 당했다며 멋쩍은 듯 시원한 듯 웃으면서 집으로 돌아갔고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하면서 “형님! 이제 부부싸움해도 장외경기로 가지 않고 장내로 끝낼께요”하는 것이었다. 참 다행이고 우리 막내동서 정말로 귀엽다.


 ※남편과 함께 송악면 중흥리에서 중식집 ‘금자탑’을 20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다. 풋풋하고 사람냄새 나는 이야기들을 글로 남기길 즐긴다. 대학에 다니는 남매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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