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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18 13:5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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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선 변호사] 잠시 자유로운 찰나의 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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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등의 주5일 근무제 전면시행으로  생활환경의 새로운 변화가 더욱 더 확연히 느껴진다. 우리 부모님들의 세대는 경제적 궁핍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며 살아오셨고, 우리들도 그것을 보고, 느끼고, 배우며 살아 왔기에 삶의 기초적인 의식주가 커다란 고민거리였던 시절에서 어느덧 삶의 질과 여가활용이 이 시대의 화두로 급격하게 떠 오르는 것을 지켜보는 우리 모두는 어쩌면 어느 정도 당황해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변화하는 생활의 패러다임에 대한 준비를 조금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에서 지난해부터 당진의 신생(新生) 산악회(山岳會)인 ‘천운산악회’에 가입해 지금까지 매월 1회씩 전국의 명산을 찾고 있다. 천운산악회의 7월 정기산행은 지난 7월10일 경기도 가평 소재의 명지산(明智山, 해발 1267m)으로의 산행이었다. 산행 전날 고등학교 은사님 네 분을 모시고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는데 허심탄회한 자리여서 그런지 평소 주량보다 약간 초과해 술을 마시게 되었다.

아침에 울린 자명종 소리에 눈을 떴을 때 숙취에 의한 불쾌감으로 잠시 마음의 갈등이 있었지만 비가 많이 오더라도 정기산행에 꼭 참여하겠다고 한 산악회 총무님과의 약속도 있고 해서 간단한 산행준비를 마친 후 집을 나섰다.

출발장소에 도착해 보니 한달만에 만나는 기존의 회원들 뿐만 아니라 처음 보는 신입회원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게 되니 산행을 기다리는 기쁨이 가슴에 충만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평소보다 이른 기상으로 인한 피로 때문에 잠시 눈을 붙이고 있던 중, 다른 회원들의 감탄소리에 눈을 떠보니,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북한강의 모습은 내가 지금 외국의 유명한 휴양지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 속에 빠지게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시원스런 물소리가 들리는 계곡(조정천)을 옆에 끼고 한참을 지나 목적지에 도착해보니 등산로 옆에 있는 계곡에서 들리는 소리는 소음속의 버스에서 들었던 소리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시원스러웠다. 산행을 시작하니 점점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온몸에 땀이 흐르기 시작했지만 휴식 중에  명지산의 수려한 수목들 사이에서 생성된 자연적인 바람은 잠시의 육체적 고단함을 깨끗이 잊게 할 만큼 충분히 서늘하고 깨끗했다. 고즈넉한 느낌을 주는 등산로를 따라 때로는 어려움을, 때로는 기쁨을 느끼면서 고만 고만한 산행끝에 정상에 올랐다. 낚시꾼은 고기가 걸린 낚싯줄을 당길 때의 손맛을 잊지 못해 다시 낚시터를 찾고 등산객은 정상에서의 희열을 잊지 못해 다시 산을 찾는다 했던가? 그만큼 정상에서의 느낌은 매번 산을 찾을 때마다 느끼면서도 매번 느낌이 남 다르다. 뭔가 답답한 가슴이 확 풀어지는 느낌 뿐이 아니라 이 순간만은  사슬처럼 얽힌 세상사에서 잠시 자유로워진 듯한 그 울컥거리는 그 무엇, 앞으로도 신의를 지키면서 살아 갈 수 있으리라는  묘한 자신감 등등.  언어로 풀어 놓으면 오히려 퇴색할 것 같은 많은 감정들이 교차하는 잠깐의 시간이다.

대자연의 위대함 앞에서 불혹의 나이를 갓 넘은 내가 인생의 커다란 줄기를 잘 잡아가고는 있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이 사회에 신의 있는 사람으로 끝까지 남을 수 있는 방법인지 곰곰히 생각도 해 본다. 변화하는 세상에 순응하며 겸허한 마음으로 살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스스로를 추스려 본다.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오늘 산행지의 이름-明智-을 음미해 보았다. “밝은 마음으로 사물의 도리(道理)나 시비(是非), 선악(善惡)을 판단한다” 이 정도면 명지(明智)라는 이름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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