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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한의계 직선제 협회장에게 바라는 것
정창운 포커스
2013년 03월 28일 () 13:47:26 정창운 mjmedi@mjmedi.com

 

   

정 창 운
생각의 무덤 / 근거중심의 한방진료확립에 관심이 많은 초보 한의사
(http:blog.naver.com/lunarmix)

55.6%의 압도적인 지지로 한의계의 첫 번째 직선제 수장이 결정되었다. 한의계의 상황이 어렵고,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과반 이상의 한의사들이 공감한 것이다.

 

김필건 회장 당선자는 첫 소견에서 ‘대화’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개혁의 기수들이 늘 처음에 들고 나오는 말이다. 서로 간에 오해가 많고 불신이 깊으니 대화를 통해서 이러한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하자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선거기간 중에도 이미 여러 번, 무엇보다 대화가 필요하다는 말을 했던 것처럼, 당분간 이질적인 한의계 조직들 간의 ‘대화’가 주된 화두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 많은 한의사들이 이번 기회에 모든 것이 뒤집어지는 변화를 원하고 있더라도 무작정 그러한 열정만으로는 일을 제대로 해나가기 어렵다.

또한 구성원들이 바라는 변화가 어느 정도까지 실질적으로 가능한지도 짚어볼 필요도 있겠다.

어떻게 해야 한의사들의 불안과 불만을 해결할 수 있을까. 당선자는 한의계의 뿌리깊은 제도로부터의 소외를 해결하는데 중점을 두겠다는 소회를 밝혔다. 한의계의 문제로 지적되는 소위 돌팔이 문제, 천연물 신약 문제, IMS 문제, 극소수 일부 회원들의 malpractice 문제 모두가 그러한 데에 원인이 있으니 당연한 것일 게다. 하지만, 한의사 스스로가 제도로부터의 소외를 통해서 많은 이익을 누려왔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며, 이것이 이제 와서 한의계에 불이익이 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바꾸자고 하는 것은 결코 사회적으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리라는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전의 회장들 역시도 항상 그런 주장을 펼쳐왔으며, 그 결과는 모두가 알고있는 그대로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대하는 것이 좋을까. 비슷한 사례를 살펴보면 앞으로의 일에 대한 준비가 쉬울성 싶다. 의협의 노환규 회장이 좋은 사례일 것이다. 기존의 협회에 염증을 느낀 개혁적 성향의 주변단체를 업고 당선된 점도 비슷하며, 그 역시 양방의료계가 처한 현실을 과감히 변화시켜나가겠다는 주장에 많은 양의사들의 지지를 얻어 당선된 것도 비슷한 점이다. 여기까지는 김필건 당선자와 다른 모습은 없다.

그러나 출범 당시 양의사들의 크나큰 기대를 안고 출발한 새로운 양방의사협회장은 불과 1년만에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백내장 수술의 포괄수가제를 막지도 못하였고, 한의사들이 먼저 시행한 의사대회를 그대로 흉내내는 모습도 보였다. 의도적으로 적을 만들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병원협회, 약사, 한의사 등과 각을 세우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최근에는 의료수가 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으나 현실적으로 양의사들은 리베이트에 중독되어 있으며 각종 비윤리적 의료행위와 오진으로 점철된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는 이미지만 강화하는 모습만 낳고 있다. 양의사들이 기대한 것은 모든 걸 뒤엎는 투사 회장이었는데, 뽑아놓고 보니 이전 회장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분명 그는 진정성 있게 양방의료계의 해묵은 문제들을 과감히 드러내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총론적인 시각에서만 보면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점에 있어서는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세부적인 면을 보면, 계속된 실책만 저질렀음을 알 수 있으며, 무엇보다 개혁을 위한 시도들이 결과적으로는 기존의 양의사들을 둘러싸고 있던 부정적인 이미지만 강화했다는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 지금도 40대 이하 양의사들에게는 어느정도 지지가 높다고는 하나, 사실 지지로만 따지자면 취임 후 특별히 한 것이 없는 대통령의 지지율도 과반을 훌쩍 넘는다. 김 당선자가 꼭 살펴야 하는 대목이다. 높은 지지와 높은 업무 수행력 사이에는 아무 관련이 없다. 한의계의 해묵은 문제들을 아무 준비 없이 이런 식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은 똑같은 결과를 맞이하게 될 공산이 크다.

이러한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아무리 의도가 좋아도 적절한 준비를 통해 마련된 기획과 전략 없는 무작정 돌파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다. 좋은 의도가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의계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점이다. 영화 ‘링컨’에서 묘사된 것처럼, ‘현실 정치’에서는 선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 때로는 더러운 손을 써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의료계의 한 성원으로서 비판을 하는 것과, 한 직군 전체에 대한 책임을 맡고 조정해나가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양의사들이야 주류로서 이러한 혼란에 휩싸여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한의사의 입지는 그보다 훨씬 위태롭기에, 잘못된 한걸음이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신중할 필요가 있겠다.

또 한가지 배울 점은 언제나 개혁은 기대 이하의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그 강성이라는 양방의사협회조차 정부를 꿈쩍하지 못했다. 이에는 한 단체의 수장이라는 책임감이 한몫했겠지만, 현실은 상상과 기대가 그대로 이뤄지는 달콤한 세계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천연물신약의 투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결코 개혁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읽어낼 수 있다. 그렇다고 산적한 문제에 대해서 눈을 감자는 얘기는 아니다. 설령 외부적 요인들에 대한 한의계의 영향력에는 한계가 있더라도 협회 내에서 할 수 있는 범위에서는, 최소한 한의계의 자정에 있어서만큼은 회원들이 기대하고 있는 수준까지 밀어붙일 수도 있을 것이다.

대화로 시작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대화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도 분명하다. 결국에는 실력이 뒷받침 돼야 한다. 새 회장에게 이 실력을 기대해 본다. 양방이나 타 단체 간의 대화에서는 과거의 열정만으로 가득찬 모습으로는 부족하며,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예기치 않게 한의약법안 발의라는 김필건호의 첫 시험이 다가왔다. 모든 한의사들의 손에 의해 선택된 그들이 기존의 회장단과는 어떤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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