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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01.01.22 00:00
  • 호수 355

[절망에 쌓인 농촌]꽃피워 바로 출하할 호접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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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초난원 정 준 옥씨
촉망받던 30대 초반의 전문 농업인

꽃피워 바로 출하할 호접란, 묘 11만본 얼어죽어
작물피해만 2억대 시설피해보다 더 커

고향을 지키며 선진영농기술을 익혀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 젊은 농군들의 피해는 보는 이의 가슴을 더욱 쓰리게 한다.
당진축협사료공장 뒷편에서 하우스 6백평을 짓고 호접란을 재배하던 미초난원 정준옥(32세)씨. 그의 하우스도 이번 폭설로 50평만 남기고 모두 무너졌다. 15일 정씨네 집과 하우스 주변은 아직도 발목까지 빠지는 눈으로 덮여 있었다.
하우스로 올라가는 길은 더욱 험했다. 발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하우스안은 싸늘한 냉기만 감돌았고 막 출하시기를 맞은 꽃핀 호접란도, 수십만본에 이르는 중간묘도 모두 얼어 죽어 잎이 얼음과자처럼 금새 부서졌다.
“며칠째 올라와 보지 않았습니다. 와봐야 할 일도 없구요.”
정씨는 대학에서 2년간 원예를 전공하고 임대농장에서 8년간 난 농사를 지어오다 지난 98년 고향에 와 호접란 재배에 뛰어들었다. 10년간 한 우물만 파온 그이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도 있었고 중국시장을 뚫어 보겠다는 장기적인 전망을 세우고 야심차게 독농가의 길로 접어들었다.
정부보조 3천여만원을 포함, 모두 1억2천여만원을 들여 하우스를 짓고 호접란 10만본을 재배했다. 그리고 2년 뒤인 지난해 처음으로 출하의 기쁨을 맛보았다. 경기불황으로 값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소득이 있어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에어콘 등 시설에 5천여만원을 재투자했다.
그리고 폭설이 내리기 전 그는 바로 꽃피워 출하할 호접란 4만여본과 계약일까지 잡혀있던 중간묘 11만본을 갖고 있었다. 땀과 정성으로 가꾼 그 많은 난들이 하우스가 무너지면서 하나도 남김없이 얼어 죽은 것이다. 때문에 시설피해도 피해지만 작물피해도 무려 2억원대에 이르고 있다.
“피해가 워낙 커 얘기도 못하고 있습니다. 시설을 다시 짓는다 해도 식물단가가 높아 식물을 들여놓을 돈이 없으면 소용이 없죠. 어떻게 해야 좋을지 지금으로선 답이 나오질 않습니다.”
설령 정씨가 시설을 다시 짓고 작물을 들인다 해도 앞으로 2년 정도는 소득이 전혀 없는 상태로 투자만 해가며 게다가 지은 빚도 갚아나가야 한다. 넘어야 할 산이 한 두개가 아니다. 묵묵히 연구하며 최고의 프로농업인을 꿈꾸던 정씨에게 이번 폭설은 너무나 가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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