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자(socute09@naver.com)
“비싸다구? 이거 어디가서도 뭇사는 굴이여. 요앞서 내가 캐온 거니께..” 매섭기 짝이없는 바닷바람에 눈발까지 날린다. 12월, 성구미 포구엔 주말이 아니어도 갯것을 파는 몇몇 할머니들이 나와 자리를 펴고 앉아 있다. 귀덮개가 달린 방한모를 눌러쓰고 양말에 덧버선에 겹겹이 신었지만 문풍지 사이로 스며드는 황소바람보다 한겨울 바닷바람은 더 맵다. 자식들은 웬 고생이냐고 나무란다지만... ‘지들이 공과금을 내줄껴, 용돈을 쥐어줄껴...’ 노후에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는 현금이다. 열일곱에 시집와 지금까지 바다일을 하면서 6남매를 키웠다는 김채금 할머니(73). 킬로에 2만원 한다는 굴값은 그러고보니 비싼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