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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1999.12.13 00:00
  • 호수 301

낸 손에 남는 건 없지만 후회는 안해 - 당진군 새마을부녀회 이영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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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을 먹고 산 봉사인생 25년

“다른 회원들이 함께 해준 덕분인데 혼자서 큰 상을 받게 돼 죄송할 뿐입니다.”
지난 1일 열린 줁99 충남도 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도내 유일하게 새마을 훈장 협동상을 수상한 이영희(60세) 당진군 부녀회장은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미안하다”며 군더더기 없이 솔직하게 수상소감을 말했다.
국가 서훈인 이 상은 일선 새마을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영광으로 꼽히는 상이다. 당진에서는 유재천(작고) 전 지회장과 한기용 전 석문면협의회장, 송세동 전 대호지면협의회장이 이 상을 수상했으며 14년만에 이영희 회장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고대면 대촌리, 한 작은 마을의 부녀회장으로 시작해 면 부녀회장, 군 부녀회장에 이르기까지 꼬박 25년이 넘는 세월을 새마을 일에 몸바쳐온 이 회장은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남을 도와줘야 마음이 편한’ 타고난 봉사일꾼으로 손꼽혀 왔다.
숱한 세월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도 스스로 기금을 마련해 노인들에게 경노잔치를 열어 주었던 일. 고대면 부녀회장을 맡고 있던 지난 91년과 92년, 2년간 미역을 팔거나 선거유세장에서 일일찻집을 열어 마련한 기금으로 1천여명이 넘는 노인들에게 따뜻한 식사 한끼 대접해 드렸던 일이 가장 잊지 못할 일이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어느 읍·면에서나 경노잔치가 연례행사가 됐지만 누구의 도움도 없이 회원들이 땀흘려 마련한 기금으로 노인들을 기쁘게 해드렸던 그때가 참 보람을 느꼈다고 이 회장은 회고햇다.
해마다 5천 포기가 넘는 김장김치를 담아 어려운 이웃의 겨울나기를 돕는 일, 전통문화를 잇기 위해 한복바르게입기대회를 10년째 벌이고 있는 일, 60여회가 넘는 경노잔치를 치러 왔던 일 등등 일일이 열거할 수 조차 없이 많은 봉사활동을 벌여온 것도 이 회장의 넉넉한 손과 큰 잡음없이 조직을 이끌어온 리더쉽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 것이다.
이 회장은 그러나 이 모든 일들이 혼자 한 일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새마을 일이라면 팔걷고 나섰던 각 읍·면 부녀회장들과 협조를 아끼지 않았던 지도자협의회장들의 노고가 뒷받침 됐기 때문”이라고 공을 돌렸다.
오늘이 있기까지 이 회장이 또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은 바로 남편 손인목씨와 지금은 모두 장성해 기반을 잡고 사는 네 자녀들이다.
교육이다 회의다 해서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대외적인 활동에 매달려 있던 이 회장을 남편 손씨는 행여 회의에 늦을 것 같으면 오토바이로 먼길 마다 않고 태워다 줄 정도로 적극적인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자녀들 도시락 싸주고 지금은 다섯살, 두살박이 두 손주에게 우유 먹이는 일까지 맡아 할 정도로 가정에서 이 회장의 빈자리를 대신 채워주고 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은 이 훈장은 남편 손씨의 몫이라고도 얘기한다.
그리고 ‘많이 가르치진 못했어도’ 자립해서 자기몫을 다하고 있는 네 자녀도 이 회장의 자랑거리다.
“자식들이 잘 커준 것이 봉사하는 삶을 사는데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다”는 이 회장은 그것이 바로 봉사일로 얻은 ‘복’이 아닌가 싶다고 한다.
그래서 이 회장은 힘들어 하는 후배들에게 남에게 좋은 일 하면 그 복이 곧 나한테 온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봉사하면서도 인정받기는 커녕 궂은 일 도맡아 하면 식모취급을 받거나 좋지 않은 뒷얘기가 들어올 때는 속이 상할 때도 없지는 않지만 이 회장은 “본인이 좋아서 하는 일 남이 뭐라 한들 개의할 게 아니다”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누굴 탓하면 할 수 없는 일, 젊은 청춘을 새마을과 함께해온 이 회장이 정의내린 ‘새마을론’은 바로 그것이다.
“앞으로 남에게 새마을 사업 마무리를 잘하는 것이 유일한 바람이자 희망입니다.”
남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 진짜 봉사자라고 덧붙이는 이 회장은 “새마을 25년에 손에 들어온건 아무것도 없지만 후회는 없다”며 소박한 웃음을 지었다.
이명자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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