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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 입력 2006.04.10 00:00
  • 호수 608

아이와 함께 읽는 책 한권21 - 나는 입으로 걷는다 “인류가 생각해낸 가장 훌륭한 지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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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오카 슈조 | 그림 다치바나 나노오스케 | 펴낸곳 웅진닷컴 | 가격 7,000원

태어나서 한 번도 걸어 본 적이 없는 다치바나. 스물 몇 해를 줄곧 누워서 지냈기 때문에 등뼈도 발도 바짝 바른 생선처럼 동그랗게 굽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지요. 그렇지만 다치바나는 산책을 좋아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눈부신 햇살을 음미하곤 아무런 주저 없이 ‘야, 오늘은 밖에 나가면 딱 좋겠다. 우에노 집에나 가볼까?’ 하면서 집을 나섭니다. 중증 장애의 몸으로 나들이 하겠다는 용감한 다치바나의 행동에 놀라고 그런 다치바나를 집 앞 인도에 내려놓고 잘 다녀오라며 들어가버리는 엄마의 행동에 적이 당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옆에 거울이 붙어 있는 특수침대와 게으름봉. 이것이 다치바나의 외출 준비의 전부입니다.
다치바나의 나들이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다치바나는 조금도 불안해 하거나 안달하지 않지요. 자신이 꼭 먹이가 걸려들기를 바라는 거미 같다는 생각을 하며 유쾌하게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그리곤 사람이 나타나면 “실례합니다” 하고 큰 목소리로 부탁하는 겁니다. 가는 데까지만 데려다 달라고 말이죠. 그렇게 다치바나는 입으로 걸어서 친구 집까지 갑니다. ‘입으로 걷다니’ 범상치 않은 제목만큼 보통 사람은 생각도 할 수 없는 무언가가 가슴에 콕 박힙니다.
다치바나는 우에노 집에 가기까지 여러 사람들과 만납니다. 입시 공부에 찌들어 있는 삼수생, 자기 생각만 관철시키려는 광신도 아줌마, 얘기 상대가 필요한 외로운 치매 할아버지, 장애자의 몸으로 길에 나와 민폐 끼친다고 비난하는 아저씨, 인간은 서로 돕고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자원봉사자 아주머니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도움과 동정과 모욕을 고루 받습니다.
그러나 용감하고 긍정적인 다치바나는 상처 받는 쪽이 아니라 만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치유와 위로의 묘약을 줍니다. 그런 다치바나를 통해서 슬프고 어두운 장애인의 현실을 따뜻하고 담담하게 담아낸 작가의 시선이 진하게 전달됩니다. 
“다른 생물들은 약육강식, 그러니까 강한 것이 살아남지만 인간은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만들어 낸걸요. 전 인류가 생각해 낸 가장 훌륭한 지혜가 바로 이거라고 생각해요.” 이 말을 통한 작가의 메시지는 보는 이의 마음에 강한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주위의 많은 사람들과 이어진 고리 안에서 서로 버팀목이 되어 주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의미 없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가치 없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역할을 하며 서로 버팀목이 되어 주면서 살아가는 것입니다.
                                     -글쓴이 오카 슈조의 말

다치바나를 만난 모두가 자신의 모습에 감사하며 이 마음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상 : 가운데 학년 이하

김미영/독서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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