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PDF보기  기사제보  광고안내  싸이트맵
최종편집 : 2020.1.2 목 08:51
> 뉴스 > 사설/칼럼 > 칼럼
     
[안종주의 일침] 식물에서 한의계 난제 풀 지혜 배우다
2014년 07월 31일 () 09:17:29 안종주 mjmedi@mjmedi.com
   

안 종 주
전 ‘한겨레신문’
보건복지전문기자
보건학 박사

요즘 반려견 등 애완동물뿐만 아니라 식물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늘고 있다. 어떤 이는 꽃이 좋아서, 어떤 이는 싱그러운 푸름이 좋아서, 또 어떤 이는 품고 있는 건강 유용 성분이 좋아서 식물을 좋아한다. 요즘 깊은 산 속에서 혼자 살며 버섯이나 산삼, 더덕, 그리고 온갖 약초를 캐면서 살아가는 자연인들을 찾아가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방송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과학기술과 도시화, 산업화가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인간은 그 문명의 이기, 즉 인터넷이나 전기전자제품이 주는 편리함을 만끽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연 속의 삶을 동경하는 이중적 마음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식물이 없는 생태계와 지구는 상상할 수 없다. 한의학에서도 식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서양에서도, 그리고 아프리카나 아메리카 대륙 등에서도 예부터 식물은 인간의 질병의 치료 등에 매우 유용한 구실을 하는 존재였다. 오늘날 약으로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실은 이런 식물 성분에서 유래한 것이다. 예부터 식물은 한의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의학에서 치료제로 쓰인 약 재료의 대부분은 식물로부터 얻었다.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에게 약초라는 이름이 친숙하다. 한의대에서는 본초학이라고 해서 식물의 약성을 연구하고 배운다. 이처럼 한의학에서 식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지만 오늘 이 글에서는 이를 다루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식물이 지닌 독성은 우리에게 때론 위험을 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식물은 식량으로서, 약 재료로서, 생태계를 구성·유지하는 고마운 존재로서 인간의 친구이기도 하다. 필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랫동안 지구의 주인 노릇을 해온 식물의 본성에서 지혜를 얻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식물의 본성은 식물 세포 속에 자리 잡은 유전자, 즉 디엔에이(DNA)에 있다. 식물이 지니고 있는 약효 성분들도 따지고 보면 디엔에이와 디엔에이가 만들어낸 각종 효소, 호르몬 그리고 이들이 각종 생리 화학반응을 일으켜 만든 화학성분이다. 그 기묘·오묘한 메커니즘을 인간이 완전히 밝혀낸 것은 아니지만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분자유전학, 생명공학 덕택에 상당 부분 그 베일이 드러났다. 현대과학이 밝혀낸 디엔에이의 능력은 정말 놀랍다. DNA-RNA-단백질로 이어지는 순환과정은 감탄할 정도의 짧은 시간에 생존에 필수적인 물질들을 만들어내며 효율적으로 생명을 유지해주는 센트럴도그마이다.

디엔에이가 우리에게 보여준 놀라운 능력은 너무나 많아 짧은 글에서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그 가운데 핵심 몇몇만 이야기해보자. 자신과 똑같은 것을 만들어내는 정교하고 효율적인 복제(replication) 능력, 이 복제 과정에 조금의 문제가 있으면 즉각 신의 재주를 가진 수선공을 보내 문제를 해결하는 수리(repair) 능력, 곧이곧대로 있는 그대로 복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론 재조합(recombination)이라는 기술을 발휘해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한 신형무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지녔다. 또 유전자는 제멋대로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조절유전자라는 컨트롤타워가 있어 복제할 때와 멈출 때 등 모든 것이 ‘신의 손’에 의해 움직이도록 통제한다. 이들 능력 가운데 하나라도 문제가 생기면 그 개체는 죽음을 면치 못한다. 물론 이런 능력은 식물만 지닌 것은 아니다. 동물이나 미생물도 이와 유사한 능력을 모두 지녔다. 만약 세월호 사건에서 생명체가 지닌 이런 본성, 능력을 우리가 제대로만 발휘했더라면 ‘참사’라는 타이틀이 붙지 않았을 것이다.

이곳저곳에서 한의계의 위기를 말하고 있다. 한의계 내부에서는 물론이고 한의계 밖의 장삼이사(張三李四)들도 이구동성으로 ‘한의계의 위기’를 말하는 것으로 보아 ‘부자 몸조심’하는 소리는 아님이 분명한 것 같다. 위기는 흔히들 기회라고 한다. 어떤 이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위기는 ‘위대한 기회’라고까지 말하는 사람도 있다.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선거에서 승리하는가하면 자신이 위기에 처했을 때 굴하지 않고 꿋꿋이 정진하고 더욱 단련해 나라를 구한 이순신 장군도 있다. 한의계에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를 기회로 삼는 정신무장이다. 이런 정신무장과 함께 디엔에이, 즉 생명의 본체가 지닌 지혜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여 한의원 경영에서부터 한의사협회 운영, 한의대 교육 등 한의학과 한의계와 관련한 모든 사람과 조직들이 이를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의계를 수렁에서 구할 인재들을 복제해내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으면 즉각 바로잡고, 필요할 경우 한의계 밖에서도 인재를 끌어들여 재조합을 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을 효율적이고도 움직이고 명령할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생명의 본체인 디엔에이가 우리들에게 선물로 준 지혜이다. 한의계를 위기에서 구할 신형무기는 바로 수십 억 년을 이어온 생명의 지혜이다.
안종주의 다른기사 보기  
ⓒ 민족의학신문(http://t673.ndsoft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제 30회 한국의사학회 정기학술대...
2019년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 개발사업단 -...
대한동의방약학회 2019년도 상반...
2019년 통합뇌질환학회 파킨슨병...
2019년도 한방척추관절 전문가과...
2019년 제55차 대한한방소아과...
영화읽기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불편신고조직도찾아오시는 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명칭 · 제호 : 민족의학신문 | 서울특별시 동작구 성대로 1길 2 | Tel 02-826-6456 | Fax 02-826-6457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다06529 | 등록연월일:1989-06-16 | 발행일자 : 1989-07-15
발행인 · 편집인 : 임철홍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임철홍
Copyright 2009 민족의학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jmedi@mj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