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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최동식 당진교육장 - 전혀 아름답지 못한 관행 ‘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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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자가 되어 가르침 받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공자(孔子)는 꼭 수업료를 받곤 하였다. 당시 돼지고기는 서민들이 납부할 수 있는 최고의 수업료로 인식되었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은 사람에게서는 북어포 한 마리라도 반드시 받았다. 지식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 그 지식의 가치에 해당하는 물질을 저울질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물질의 세계와 정신의 세계를 산술적으로 비교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지식을 아무런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공짜로 얻으려 하는 자세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공자의 생각이었던 것 같다.
 제자는 촌지(寸志)를 드림으로써 배우는 자의 예를 표시하였고 스승은 그 예를 수용할 뿐 결코 지식의 권위를 내세워 물질적 탐욕을 채우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유능하고 덕망있는 인물로 제자를 키우는 일 자체가 선생님의 기쁨이요 스승의 권위였을 뿐이었다.
 그러나 아직 공교육 체제가 수립되기 이전이고 교육의 대중화가 이루어지지 못한 전근대적인 농업사회에서 당연시 되었던 이 촌지의 관행이 아직도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신분계층이 엄격했지만 경쟁의식은 상대적으로  낮았던 시대의 관행이 합리주의와 공평을 생명으로 여기는 근대 이후의 사회에 무리없이 적용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과거에는 아름다웠지만 이 시대에는 전혀 그럴 수 없는 관행 중의 하나가 바로 학교교육에서 자주 거론되는 「촌지」일 것이다.
 오늘의 교사들은 고대를 살았던 공자나 전근대사회의 전형적 교육기관이었던 서당의 훈장과는 전혀 격이 다르다. 가르치는 내용도 상당히 분화되고 전문화되었을 뿐 아니라 그 신분도 국가가 부여하는 자격증을 소유함은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마련된 봉급을 받는 입장이다. 한 사람이 가르치는 학생들의 수도 30명 또는 40명이나 되기 때문에 공평성을 절대적인 행위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형편인 것이다.
 선배 한 분이 “중학교에 다니는 외아들의 담임선생님께 감사의 뜻으로 금일봉을 드리고자 하는데 어떻겠느냐”고 조심스럽게 물어 와서 절대로 그리하지 말라고 충고를 한 일이 있다. 그분은 선물보다는 현금을 드림으로써 본인이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실용적이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바로 이런 실용주의적 사고가 선물과 뇌물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드는 원인이 아니겠는가?
 선물은 감사한 마음으로 주고 기쁜 마음으로 받으면 그만이다. 그 이상으로 실용성이나 유용성을 고려하게 되면 선물이 뇌물로 둔갑하기도 하고 뇌물이 선물의 이름으로 정당화되기도 하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학부모들이 적어도 현금봉투(액수의 다과를 불문하고)를 교사들에게 전달하려는 생각은 그만 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것은 교육자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다.
 혹자는 말하기를 정치인들이나 기업하는 사람들은 수천만원에서 수백억원에 이르는 돈을 뇌물로 주고 받는 것을 관행처럼 하고 있는데 교사들이 기껏 5만원이나 십만원 봉투 몇 개 받는 것이 대수로울 것 있느냐고 하지만 정치인이나 기업인의 위치와 교사의 입장은 그 근본이 다르다. 교육자는 생래적으로 원칙주의자이며 이상주의자 아닌가? 우리는 미래의 주인공이 될 성장세대에게 삶의 원칙을 가르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미래가 오늘의 현실보다 훨씬 밝고 아름답게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가르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기업인의 억대 뇌물과 교사가 받는 10만원의 촌지 사이에는 상호비교가 불가능한 차원상의 구별이 있다. 어차피 현실은 명암과 선악이 혼재하는 ‘시장’과 같은 공간이거니와 성장세대에게는 결코 부정적인 유산을 물려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들 교육자들의 자존심이요 절대적인 신념인 것이다. 학교는 오늘의 성장세대가 훗날 어른이 되었을 때 지금보다 훨씬 아름답고 착하고 편안한 삶을 가꿀 수 있는 좋은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하는 인류의 염원을 간직하고 있는 성별된 곳임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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