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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의 일침] 무엇을 할 것인가? ② ‘한의계 미래 발전 100년 위원회’를 만들자
안종주의 일침(一針)
2014년 10월 16일 () 09:21:04 안종주 mjmedi@mjmedi.com
   

안 종 주
전 ‘한겨레신문’
보건복지전문기자
보건학 박사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은 정말 눈부시다.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일들이 현실 세계에서 첨단과학기술에 힘입어 벌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들이 현대의학이란 이름으로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물론 현대의학이 아직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당장 아프리카에서 대재앙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는 에볼라열에 인류는 속수무책이다. 임상시험 중인 치료제가 개발 단계에 와있기는 하지만 예방백신이나 치료제가 언제 등장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최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뇌과학이나 생명공학 발전을 보고 있노라면 첨단의학기술의 산물은 정말 놀랍기만 하다. 특히 진단기술의 발전은 가히 혁명적이다.

환자를 개복 수술하지 않고도 몸 안의 장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를 알 수 있는 진단기술로는 1백년에 가까운 역사를 지닌 엑스선촬영장치를 비롯해 초음파진단장치, 핵자기공명영상진단장치(MRI), 전산화단층촬영장치(CT), 양전자방출진단촬영장치(PET), 위내시경, 대장내시경, 관절경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진단장치를 사용하면 인체 내부에 어떤 암이 어떤 크기로 발생했는지, 심각한 염증이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날이 갈수록 환자들이 동네의원이나 병원을 찾지 않고 대학병원이나 대형종합병원 등에 몰리는 까닭은 이런 첨단진단장비를 갖추고 의료진이 환자의 정확한 질병병과 상태를 파악해 수술 또는 약물처방을 해주기 때문이다.

한방은 어떤가? 이런 첨단진단 장비를 활용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엑스선촬영장치와 같은 초보적인 의료장비조차 쓸 수 없다. 그래서 뼈에 금이 갔는지, 근육에 염좌가 생겼는지, 근육파열이 일어났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정확한 진단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정확한 약 처방과 치료처방을 낼 수 없다. 또한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중간점검해보기도 어렵다.

만약 이런 상황이 계속돼 양방은 날이 갈수록 새로운 진단장비가 선보이고 수조 원의 연구비를 들여 치료제 개발이 이루어질 때 한방은 제자리걸음만 한다면 그 둘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다. 이러면서 한방의 미래를 입에 올리는 것은 사치에 지나지 않는다.

이제 한의계가 양의계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거나 한방의료가 양방의료의 보완재 또는 대체재구실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고 하기에는 병증의 진단에서 치료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허술한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허준이나 화타와 같은 전설적 명의가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 재림한다고 해도 한방을 국민의술로, 양방의 라이벌로 만들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새로운 한방제제와 약침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맥진기를 개발한다고 해서 한방이 오늘날 양방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 부근에서 터를 잡을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제 한의계는 모든 면에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환자와 백성을 아끼고 사랑하던 허준 등 선배 한의사들의 그 마음만 남기고 모든 것을 바꾸어야 한다.

지금의 한의계 앞에 놓인 난제들, 현대과학진단기기 사용 문제 등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무에서 시작한다면 의료일원화 문제도 적극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의료일원화 문제는 양한방 모두에서 뜨거운 감자와 같다. 양의계는 양의계대로, 한의계는 한의계대로 이 문제와 관련해 서로 대립하는 견해를 지닌 이들이 뒤섞여 있다.

이는 물론 섣불리 결정할, 사소한 사안이 아니다. 그래도 한의계는 이 문제에 대한 치열한 논쟁과 과감한 결정을 해야 한다. 시간은 결코 기다려주지 않는다.

우리는 2000년 의약분업 시행 때 엄청난 파동을 겪었다. 양의계의 격렬 반대로 사회는 엄청난 혼란에 한때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약사계에서도 의약분업을 전적으로 찬성한 것은 아니다.

그동안 일차의료기관 노릇을 충실히 해온 상당수의 약사들은 반대했다. 하지만 이들은 명분을 내세운 집행부와 김대중 정부의 밀어붙이기에 반대의 목소리를 크게 높이지 못했다. 약사회 지도부는 리더십을 십분 발휘했다.

그리고 상당수의 전문가 지지도 얻어냈다. 언론의 지지도 이끌어냈다. 지금의 의약분업이 미흡한 점이 많기는 하지만 그런대로 이른 시일 안에 정착한 것은 이처럼 약사들의 홀로서기의 결과가 아니라 주변 여러 세력과의 협력과 소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의료일원화는 의약분업 못지않게 지축을 뒤흔드는 사안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으로 인한 지각변동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한의계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라고 묻는다면 당장 ‘한의계 미래 발전 100년 위원회’(가칭)를 구성해 한의사, 변호사, 보건전문가, 언론인, 홍보전문가, 소비자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참여해 앞으로 100년 동안 한의계가 먹고 살기 위한 설계도, 다시 말해 한의학을 국민의료로 뿌리 내리기 위한 그랜드 디자인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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