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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의 일침] 무엇을 할 것인가?③-양의학에서 좋은 것은 모두 다 배우자
안종주의 일침(一針)
2014년 11월 20일 () 09:31:44 안종주 mjmedi@mjmedi.com
   

안 종 주
전 ‘한겨레신문’
보건복지전문기자
보건학 박사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 또는 백전불패라는 말이 있다. 손자병법으로 유명한 손무가 후대에 남겨놓은 말이다. 여기서 한의사들에게 지피는 다시 말해 양의사 또는 양의학에 대해 잘 아는 것을 말한다. 한의사는 지기는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필자의 생각은 약간 다르다. 지기도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기를 하지 못하고 있으니 지피를 할 필요가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 병행이 가능하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시공간은 한의사들에게 결코 한가로움을 주지 않는다. 방송을 많이 타서 유명세를 날려 찾아오는 환자가 줄을 잇고 있는 한의사는 ‘주~욱 이대로만’을 외칠 수 있을 것이다. 손무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의사들은 손무의 가르침을 깊이 새겨야 한다. 뇌와 가슴과 온 몸의 세포 깊숙이 박힌 디엔에이(DNA)에 새겨야 한다. 오늘 여기서 지기는 잠시 제쳐두고 지피에 대해서만 논하겠다.

양의사들은 한의사보다 더 혹독한 교육과 수련 과정을 거친다. 양의사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고 대다수 국민들도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부정하면 더 이상 이야기를 길게 하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물론 양의사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한의사들도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양의사들은 대학시절 배우는 자신들의 의학이 최고라고 여긴다. 이보다 더 과학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학습을 한 양의사들 가운데 대부분은 한의학을 과학이 아니라 보편화하기 곤란한 개인 경험 정도로 치부한다. 그리하여 자신들이 처방하고 투약하는 양약은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지만 한약은 어떤 사람에게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같은 증상을 지닌 모든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좀 오래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어느 양한방협진토론회에서 의사들 가운데 비교적 덜 폐쇄적이고 진보 성향을 띠고 있다는 세간의 평을 받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간부 출신 의사가 이런 말을 했다.

“한의학을 과학적이라고 말하기에는 곤란하다. 오늘날 의사들이 처방하고 있는 약들은 이중맹검법(double blind test:약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방법. 병세가 같은 피험자들에게 진짜 약과 가짜 약을 무작위(無作爲)로 주고, 또한 효과를 판정하는 의사에게도 진짜와 가짜를 알리지 않고 시험하여 결과를 살피는 과학적 약효 검증법)이란 과학적 검증법을 거쳐 나온 것들이다. 하지만 한약은 그렇지 않다. 동의보감에 있는 처방들이 모두 이중맹검법을 거친 것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한의계도 과학적 검증방법을 사용해 약이든, 치료법이든 환자에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한의학을 과학으로 받아들이기 곤란하며 양의사들이 한의사들에 대한 이런 불신이 있는 상태에서 양한방협진은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10여 년 된 일이어서 말 하나하나에 정확성을 기할 수는 없지만 대략 이런 내용의 말을 들었던 게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한겨레신문>에서 보건복지부를 오랫동안 맡아 언론활동을 하면서 당시 웬만한 보건의료공청회나 토론회 등에는 언론계 대표로 필자가 초청됐으며 그 가운데 주요 토론회에서 내가 한 말이나 각인될만한 내용은 아직도 거의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더군다나 당시 그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이야기는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99% 정확도를 지닌 실화라고 보면 된다. 필자도 당시 한의계가 대다수 환자들이 철떡 같이 믿는 과학의 힘을 빌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앞으로 과거 동의보감에 나온 처방이든, 새로 개발하는 처방이든, 자신의 비방이든 모두 ‘해 보니까 효과가 있더라’에 머물지 말고 이를 객관적이고도 보편타당하게 검증하는 과학적 방법을 동원해 국민 속의 한의학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최근 들어 한약은 알 수 없는 성분의 잡탕이 들어가 간에 독성을 끼칠 위험성이 매우 크다는, 양의사들의 한의계에 대한 무차별적이고도 비과학적인 공세 또는 과학의 외피를 두른 부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대대적인 공격에 대해 몇몇 한의학자들이 과학적인 방법으로 그런 연구나 주장이 잘못됐음을 밝히기 위해 애를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앞으로 한약이나 침, 뜸, 부항 등 다른 한의학 모든 분야에 대해서도 이런 접근과 노력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떠올려 보았다. 전쟁에서 적의 전술이 좋으면 따라하거나 창의적으로 더 발전시켜 되치기 해야만 승리할 수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이라는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한의사와 양의사들의 승부에서 한의사들이 승리해 살아남으려면 양의사들이 무기(그들이 진정으로 아끼는 것이면 더욱)로 삼는 것부터 배우고 연구하며 여기에다 자신들이 지닌 무기를 더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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