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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병 시평] 피노키오 코, 요정의 눈을 찌른다
시평
2015년 01월 08일 () 10:58:36 채윤병 mjmedi@mjmedi.com
   

채 윤 병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경혈학교실 교수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춤추며 노래하며 예쁜 내 얼굴~” 어렸을 때 누구나 흥얼거리던 정겨운 노래이다. 어쩌다 텔레비전에 나오게 될 기회가 되면, 마치 가문의 영광이 된 듯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여 같이 보고 즐거워하기도 한다. 매스컴이라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 있는 매체임이 틀림없다.

요즘 들어 다양한 계층의 출연진을 통해 시청률을 확보하고자 하는 시도와 종편 방송의 등장으로, 텔레비전에 실제 의료인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한의사가 나온다면, 한의학의 친근성과 대중성 확보를 위해 분명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대중매체가 가지고 있는 막대한 영향력과 의료인이 지니고 있는 신뢰성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말 한마디가 대중들에게는 진리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활동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대중매체에서 활동하던 의사가 집도한 ‘마왕’ 신해철 수술에 따른 사망에서 의료과실에 대한 논란 속에 의료계 내의 쇼닥터에 대한 자정 운동 및 모니터링 시스템이 대두되었다.

EBS 名醫 시리즈에 나오는 명의는 과연 진짜 명의일까? 물론 많은 의학적 성과를 통해 높은 명성을 얻은 분들이 명의로 인정받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명의를 어떤 기준으로 정의하냐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일 것이다. 대중매체를 통해 한번 그렇게 명의로 인정 받게 되면, 그 의사의 진료를 받기 위해 1년 이상의 대기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한다.

따라서 대형병원 홍보팀에서 경쟁적으로 명의를 만들어 내고 싶어할 수 밖에 없다. 대중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진 유명 의료인을 통해 환자 유치를 하는 것은 현대 의료사회의 단면이다.

몇 해 전 온 가족이 함께하는 추석 아침 방송에서 ‘무극보양뜸법’이 소개되었다. 의료인도 아닌 그가 온 세상 환자를 구할 것 같은 신의가 내려온 듯하게 그려졌다. 언론매체를 통해 활동하지는 않고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 명의는 그야 말로 친근한 동네 의사가 될 뿐이다. 일선에서 성실히 의료활동을 하는 이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킬 수 밖에 없다.

미국 TV 속 폭력적 장면에 많이 노출된 경우, 실제 경찰의 수보다 훨씬 더 많은 경찰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문화배양이론(cultivation theory)에 따르면, TV를 많이 보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TV 속 보여지는 모습이 현실을 반영한다고 더욱 믿는 속성을 보여준다고 한다. 그만큼 대중매체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어서 바람직한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서 TV 속에 그려지는 모습의 자정 작용이 필요하다는 경종을 울리기도 하였다. 대중매체는 정확한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기 보다는 사람들의 시청률과 이에 따르는 광고에 기반하여 움직이기 마련이다.

의료인의 의학적 판단 및 의학 정보들 자체로는 대중의 구미를 당기기 부족하여 방송제작사는 보다 자극적이고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분만을 대두시키다 보면, 의학 정보의 왜곡이 생길 수 밖에 없게 된다.
뉴스 및 신문의 의학 관련 기사 또한 ‘속보’와 ‘독자의 관심’이라는 특성상, 충분한 검토 없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암 정복 눈앞’, ‘세계최초 치료제’ 등의 단어는 암 환자들에게 한줄기 서광과 같은 이야기이지만, 실제로는 상용화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다.

광고(advertising)와 기사(editorial)를 합쳐 만든 신조어 애드버토리얼(advertorial)은 기사형식의 광고를 가리킨다. 언론사 기자의 이름을 빌려 기사형태를 띠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특정 병원과 브랜드 홍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광고이다. 소비자들은 기사 형태의 애드버토리얼을 기자가 직접 작성했다고 판단해 더욱 신뢰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애드버토리얼의 경우, ‘광고’ 등과 같이 명확한 광고임을 알 수 있는 문구를 명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위장광고로 비난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병원의 광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광고비는 환자에게 전가되어 의료비 상승을 초래하고, 의료 소비자들은 허위, 과장 광고에 속아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독일신문평의회는 신문윤리강령에서 “의학보도에서는 독자에 근거 없는 우려나 희망을 줄 수 있는 부적절한 선정적인 묘사를 피해야 한다. 초기 단계에 있는 연구의 결과들을 완결된 혹은 완결에 가까운 것으로 묘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학 관련 기사를 모니터링하여 잘못된 방향으로 확대 재생산되지 않도록 규제해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올바른 의학정보를 대중들에게 적절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지정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www.kmcric.com)에서는 근거중심한의약 DB에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문가 요약 및 비평을 통해, 해당 연구의 정확한 의학적 평가를 제시하여 보다 객관적인 의학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의료기사평가 코너에서는 매일 접하는 의료 관련 뉴스들의 정확한 정보의 제공 기준을 얼마나 만족시키고 있는지를 모니터링 하고 있다.

한의사협회 차원의 적극적 개입에 앞서 의료인 스스로 품격을 지키고, 기자나 언론사 스스로 상업화로 빠지지 않으려는 윤리의식의 강화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거짓말을 하면 길어지는 피노키오 코는 요정의 눈을 찌를 정도로 위험하고, 기자의 거짓말은 대중의 눈을 멀게 할 만큼 위험하다는 한 드라마의 이야기처럼, 진실의 최전선에서 그들이 지닌 펜의 가치는 어떤 칼보다 예리하고 위협적이다. 사마귀처럼 번져나가는 의료 상업화의 유혹 속에, 님들아 그 진실의 강을 건너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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