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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으로부터 잊혀진다는 두려움에 몸부림치는 배우 이야기
영화 읽기 | 버드맨
2015년 03월 05일 () 13:29:06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개봉하기도 전에 극과 극의 평가를 받으며 본의 아니게 이슈가 된 작품이 있다.

지난 달 헐리우드 최고의 축제라고 할 수 있는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 감독상, 촬영상, 각본상 등 주요 4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찬사를 받은 ‘버드맨’이 수상 직후 갑작스럽게 김치 비하 장면이 화두에 오르며 우리나라 사람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건드리면서 흥행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물론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영화의 결과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슈퍼히어로 ‘버드맨’으로 할리우드 톱스타에 올랐지만 지금은 잊혀진 배우인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은 꿈과 명성을 되찾기 위해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한다.

하지만 대중과 멀어지고, 작품으로 인정받은 적 없는 배우에게 현실은 그의 이상과 거리가 멀다.

재기에 대한 강박과 심각한 자금 압박 속에 주연배우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인해 대신 출연하게 된 마이크(에드워드 노튼)의 통제불가 행동이 겹쳐지면서 리건의 심기를 더욱 불편하게 만든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맨 앞에 등장하는 김치 비하 장면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오히려 실명이 거론된 많은 배우들과 영화를 폄하하는 비평가, 그런 비평가를 평하는 리건,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 대한 대사 등등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매우 직선적인 대사들로 인해 분개할 사람들이 더 많기에 마약 재활원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된 딸(엠마 스톤)의 신경질적인 대사에 크게 흔들릴 필요가 없다.

   

감독 :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출연 : 마이클 키튼, 엠마 스톤, 에드워드 노튼, 나오미 왓츠


영화는 한 때 블록버스터 영화에 출연했던 스타였지만 점차 대중으로부터 잊혀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며 재기를 위해 몸부림을 치는 한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요즘 말로 ‘관종(관심종자)’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그는 어떻게든지 튀려고 하고, 다른 배우가 자신보다 더 튀는 모습에 격분하는 매우 히스테릭한 캐릭터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의 제목이자 극중 주인공이 출연했던 영화 <버드맨>의 캐릭터인 ‘버드맨’이 또 하나의 자아로 등장하며 그의 갈등을 부추긴다.

이는 비단 노배우의 모습으로 치부하기 보다는 최근 한국영화에서 주로 다뤘던 아버지 세대들의 이야기와 맞물려서 본다면 그의 행동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실제 1990년대에 ‘배트맨’ 시리즈에서 배트맨으로 출연했던 마이클 키튼이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 매우 리얼한 연기를 선보이고 있으며, 이에 맞서는 에드워드 노튼의 연기 역시 수준급이다.

또한 마치 영화를 한 번에 다 찍은 것 같이 모든 장면이 롱테이크로 촬영됐으며, 어디서 컷이 되었는지 찾아보는 것도 깨알 재미를 줄 수 있는데 실제로 완벽한 계획 하에 촬영을 하여 편집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여튼 연극배우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답게 한 편의 연극을 보듯이 매우 부드럽고, 자유자재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카메라 워킹은 영화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드럼 소리가 이렇게 멋질 수 있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배경음악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심리에 중점을 둔 영화이기에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관객들은 영화가 한없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으며,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들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린 결말인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들리는 사운드가 어떤 의미를 하고 있는지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그 여운이 꽤 오래 지속될 것이다.

연출, 촬영, 음악, 연기가 한데 어울려져 오랜만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버드맨’은 새로운 출발을 시작하는 3월에 한번쯤 볼만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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