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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영화읽기 | 차이나타운
2015년 06월 11일 () 14:31:36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감독 : 한준희
출연 : 김혜수, 김고은, 엄태구


대중문화 측면에서 21세기의 여러가지 변화 중에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여성의 역할이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특히 TV 드라마와 영화의 경우 항상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만 하는 대상으로 존재하던 여성 캐릭터가 점차 강인한 성격을 보유하며 극을 이끄는 메인 캐릭터로서의 역할을 하더니 심지어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액션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성 캐릭터의 이름을 제목으로 하는 여성 원톱의 TV 드라마가 승승장구하며 성공하는 반면 여배우들이 과감한 연기변신으로 주목을 받았던 여성 원톱 영화들은 ‘겨울왕국’을 제외하고는 거의 흥행에서 실패하고 있다.

두 매체 모두 주 소비층이 여성들이지만 브라운관이 아닌 스크린에서는 여성보다는 강한 남성들을 보고 싶은 욕구가 있는지 거의 남성 영화들이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지하철 보관함 10번에 버려져 이름이 일영(김고은)인 아이는 오직 쓸모 있는 자만이 살아남는 차이나타운에서 엄마(김혜수)라 불리는 여자를 만난다. 엄마는 일영을 비롯해 쓸모 있는 아이들을 자신의 식구로 만들어 차이나타운을 지배한다.

돈이 되는 일이라면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는 엄마가 일영에게는 유일하게 돌아갈 집이었다. 그리고 일영은 엄마에게 가장 쓸모 있는 아이로 자란다. 그러던 어느 날 일영은 엄마의 돈을 빌려간 악성채무자의 아들 석현을 만난다. 그는 일영에게 엄마와는 전혀 다른 따뜻하고 친절한 세상을 보여준다. 일영의 변화를 감지한 엄마는 그녀에게 위험천만한 마지막 일을 준다.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으로 우리나라 여배우 중에서 신뢰할 수 있는 배우 중의 한 명인 김혜수가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되었던 <차이나타운>은 그녀가 냉혈한 사채업자로 등장하면서 지금껏 보여줬던 연기와 또 다른 면을 보여준다는 것에 큰 기대를 갖게 했다.

또한 ‘은교’를 통해 이름을 알린 김고은 역시 180도 다른 연기를 선보이며 우리나라에서 여성 투톱 영화의 가능성을 점쳐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흥행 성적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물론 ‘어벤져스’ 개봉과 맞물려 피해를 본 것이 없지 않았지만 용기 있는 시도와 달리 여전히 영화계의 속설이 그대로 적용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사실 ‘차이나타운’하면 짜장면이 먼저 생각나는 관객과 영화 좀 봤다는 관객들이라면 동명의 로만 폴란스키의 작품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영화 <차이나타운>은 이 두 가지 모두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왜 굳이 <차이나타운>이라는 제목을 붙였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정체성이 모호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물론 기존의 화려한 이미지를 버리고 기미 낀 맨 얼굴에 펑퍼짐한 엉덩이를 드러내며 극중 엄마로 불리는 중년 여성의 모습으로 얼굴 표정 변화 없이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을 연기한 김혜수의 연기는 명불허전이지만 생각보다 적은 분량에 더 큰 아쉬움이 남았다. 오히려 김고은이 주인공으로서 활약하지만 너무나 갸날픈 그녀의 몸에서 액션영화의 미덕을 발견하기에는 힘든 부분이 많았다.

물론 김고은 역시 한 몸 불사르며 연기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에는 무리가 많아보였다. 그로인해 <차이나타운>은 여성 투톱 영화의 한계에 스스로 갇히며 내용적으로 더 과감해지지 못했다.

또한 전반적으로 칙칙한 분위기에 잔인한 장면도 많기 때문에 개인적인 취향을 고려하면서 영화 선택 시 유의하길 바란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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