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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귀자의 웰빙(well-being) & 웰다잉(well-dying) (19) - 말기 암, 회복될 수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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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덕대건노인대학 교학부장, 노인학박사 김 귀 자

오늘은 지난 주에 이어서 야마자키 후미오가 쓴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에 대한 사례를 더 소개하려고 합니다.

위암에 걸린 40대 남성의 이야기입니다. 의사인 저자는 처음 환자가 위암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수술을 시도했으나 위를 절제하는 데 성공을 하지 못합니다. 손을 댈 수 없을 만큼 많이 퍼져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환자는 사회에 복귀하였고 9개월 후 재발하여 다시 병원에 왔습니다. 의사는 지난 번 수술 때 제대로 절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환자에게 알릴 것인가를 고민하였습니다. 만일 환자를 생각해 거짓말을 계속한다 해도 병의 상태가 악화되면 환자가 곧 알아차릴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거짓말을 눈치채지 못한다 해도 환자는 갈수록 나빠지는 몸 상태와 의료진과 가족이 둘러 댄 희망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거짓 설명과 헛된 희망 속에서 쇠약해져 가는 환자들 대부분이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모습을 지겹도록 보아 왔습니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아내의 의견을 존중하여 환자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환자는 다시 잠깐 사회에 복귀했고 4개월 후 다시 입원하였습니다. 점점 상태가 좋아지지 않자 초조해진 환자가 불안정한 정서를 드러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아내가 적극적으로 환자에게 병명과 병의 상태를 알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아내와 협의 한 후 진실을 환자에게 알렸습니다. 자신의 몸 상태를 확실히 알게 된 환자는 특별 취급하지 말고 평소처럼 대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그 후 병원에서 3일분 수액을 5일분으로 조절하고 집으로 퇴원했습니다.
환자는 자신의 목숨을 관리하는 사람이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 후부터 괴로움이 아닌 평온한 나날이 소중하게 이어졌습니다.  점점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상태까지 되었습니다. 말기 암으로 인한 호흡곤란에 인공호흡기를 사용할 것은 못된다는 것을 의사는 알고 있습니다. 환자의 목소리를 빼앗고, 고통스러운 상태를 하루 연장시키는 것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굳이 고통을 참아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때 사용하는 주사약은 결코 죽음을 앞당기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의식을 얕은 수면 상태로 바꿔서 고통을 경감시켜 주는 것일 뿐이며, 주사약을 사용하든 사용하지 않든 죽음은 똑같이 찾아옵니다. 주사를 놓기 전에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어야 합니다. 
결국 환자는 사망하였습니다. 사망 후,  아내와 아들 딸에게 쓴 편지를 딸에게 맡겼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죽습니다. 그 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존재했음을 마음속으로부터 높이 평가받는 것만큼 기쁜 일도 없을 것입니다.
의사로서 말기 암 진단이후 환자에게 알리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환자 중에는 이런 무겁고 괴로운 사실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괴로운 운명을 받아들이고 자기 나름대로 극복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정확한 병명과 병의 상태는 환자에게는 괴로운 정보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불치의 질환이라는 이유로 환자에게 진실을 숨겨서는 안됩니다. 숨긴다는 것은 결국 환자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동시에 환자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자기 결정권이라는 소중한 인권을 침해하게 되는 것입니다.
 누구나 다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의사로서 고통스러운 인생을 함께 짊어지는 도움은 줄 수 있습니다. 의사는 가족의 입장에서 함께 생각하면서 고민해야 하고, 병명과 병의 상태를 정확하게 환자에게 전하려는 노력을 처음부터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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