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잔과 함께하면 좋은 산문시, 혹은 좌우명들
먼저 이 책을 지은 소노 아야코는 1931년 도쿄 출생으로 소설가이다. 1954년 ‘멀리서 온 손님’이 아쿠타가와상 후보가 되어 문단 데뷔. 대표작으로 “이름없는 비석”, “누구를 위하여 사랑하는가”, “마음에 와 닿는 성 바울의 말”, “기적”, “녹색의 가르침”등 다수가 있다.
지은이 서문에서 소노 아야코는 이 책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 인간은 어떠한 황야에 있어도 심신이 고통스럽지 않는 한, 자신을 추스르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이 책은 삭막한 사막 같은 작품의 편린에 지나지 않지만 그 안에서도 마음의 여유가 있는 독자들은 오히려 자유롭게 자신의 세계를 찾아나갈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일상생활을 하면서 부닥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좌표로 삼으면 좋을 만한 이야기들을 정리해 놓았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을 옮겨 볼까 한다.
“기껏해야 총리”
-자기 자신을 추궁하지 말 것. 그러기 위한 한가지 방법은, 무슨 일에나 ‘기껏해야’라는 말을 붙여 생각하는 것이다. ‘기껏해야 소설’, ‘기껏해야 아내가 만든 요리’, ‘기껏해야 저런 남편에 이런 아내’ ....... 이렇게 생각하면 무슨 일이든 깊이 골몰할 필요가 없다는 느낌이 들어 재밌다. ‘기껏해야 총리’, ‘기껏해야 선생님’ 뭐든 상관없다. ‘기껏해야’라는 말은 결코 상대를 무시해서 하는 말이 아니다. ‘기껏해야 총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 사람이 더 이상 총리가 아닐 때도, 다시 말해 지위나 명예, 돈이 없어져도, 상대를 존경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으로 이어진다. ‘기껏해야 총리’라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상대가 총리직을 그만두자마자 상대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된다.-
이 책은 이렇게 부담없이 읽으면 좋을 내용들이 산문시처럼 수필처럼 아니면 좌우명처럼 엮어져 있다. 아침에 밥이 뜸들여지는 10분, 아니면 커피 한 잔 마시는 잠깐의 시간 동안 읽어도 좋고, 굳이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어느 곳을 펼쳐도 처음처럼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하여야 할 것만같은 3월이다. 이 봄, 위에서 인용한 글처럼 ‘기껏해야 그 무엇’인가를 책상앞에 붙여 놓고 실천해보면 올 한해를 긍정적으로 사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한해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