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도 있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아름다운 추억과 우정이다. 학교에서, 군대에서, 마을에서 쌓은 우정은 평생동안 계속됐다. 거친 세상살이에서 친구들과 선후배들은 늘 큰 힘이 돼 줬다. 그들의 변함없는 우정에 감사하고 싶다.
첫번째 사진은 1969년 6월1일 당진상고에 다니면서 농구부로 활동할 당시의 모습이다. 맨 왼쪽이 나고, 가운데가 지금 채운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지인모, 오른쪽은 서울에서 개인사업을 하고 있는 김경태이다. 원래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나는 학교에서 농구와 육상 대표로 활약했고 태권도도 익혀 단증을 땄다. 이날 우리 당진상고 농구부는 학교에서 열렸던 충남 서북부지역 농구대회에 출전해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치열했던 경기결과를 보여주듯 거친 숨을 몰아쉬는 내 얼굴표정이 그대로 카메라에 잡혔다. 뒤편의 플라타너스가 보이는 자리는 이제 체육관이 들어서 몰라보게 바뀌었다. 사진 속의 경태는 같은 농구부로 활약했고 인모는 농구부는 아니지만 응원하러 왔다가 같이 사진을 찍게 됐다.
두번째 사진은 1975년 7월11일 당진극장 앞에서 찍은 것이다. 당시 나는 군대를 제대하고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군대 후배인 이경연이 말년휴가 때 찾아와 반가운 마음에 함께 사진을 찍었다. 나보다 한 살 어렸던 경연이는 충북 음성 출신으로 같은 분대에서 군 생활을 하며 친하게 지냈다. 이러한 친분으로 경연이와 같은 마을의 여자후배와 펜팔을 하기도 했다. 경연이의 소식을 지난해 우연하게 듣고는 경찰에 부탁해 주소를 알아낸 후 114로 문의해서 30년 만에 다시 만났다. 30년만의 만남은 그 세월의 깊이만큼이나 서로에게 특별했다. 못 다한 얘기를 나누며 깊은 우정을 확인했다. 사진 뒤로 옛날 당진극장의 모습이 보인다. 당시 당진의 유일한 극장으로 군민들의 문화에 대한 욕구를 채워줬던 추억이 서린 곳이다. 특히 손으로 직접 그린 극장간판은 과거 당진극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정리 / 유종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