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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5월은 산천초목이 수려하고 날씨가 화창해서 생활하기에 더없이 좋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 각종 행사들이 이달에 몰려있는 것이 결코 우연은 아닌 듯 싶다.
 그러나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담임교사에게 어떻게 감사를 표할까하는 생각에 스승의 날이 부담으로 느껴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오죽하면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스승의 날을 2월로 옮기자는 생각까지 했을까! 교사의 입장에서 보면 초라한 생각이 든다. 좀 당당하게 스승의 날을 맞을 수는 없는 것일까! 이렇게 사태가 악화된 것은 교사나 학부모 모두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한 25년 전쯤으로 기억된다. 어느 화창한 봄날, 웬 할아버지 한 분이 집 앞에 자전거를 끌고 오셔서는 나를 찾으셨다. 밖에 나가서 인사를 드리고는 자전거 뒤에서 비료포대에 담긴 무언가를 막무가내로 건네받았는데 당신이 직접 농사지은 감자란다. 서울에서 살다 내려온지 얼마 안 되었던 터라 그 기억이 지금도 너무나 생생하게 남아있다.
 담임으로서 스승의 날만 되면 곤혹스러운 게 있다. 1교시 수업을 위해 교실에 들어서면 스승의 노래를 불러주는데 아이들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는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지난 날의 선생님들을 생각하면서 아이들의 노래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지금까지 교직 생활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이 있다. 몇해 전 내가 담임을 맏았던 한 학생으로부터 “선생님 감사합니다. 선생님은 우리들 아버지 같아요”라는 내용의 편지를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받고는 나도 모르게 콧등이 시큰거려오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오는 것을 경험했다. 그 편지를 읽으면서 그 학생이 혹시 볼까 편지를 보는 척 하면서 한동안 고개도 못들고 눈물이 마르기만을 기다린 적이 있었다.
 교사에게 최고의 선물은 역시 학생으로부터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열심히 가르쳐 주셔서 감사해요”라는 말을 듣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편지도 자주 받는 편은 못된다. 그렇기에 잘 보관하고 있다가 힘들고 지칠 때면 읽어보곤 하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 묘한 매력이 있다.

skyhochun@hanmail.net
·송악고 교사/본지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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