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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호천웅 신성대학 교수 수필가-지도자들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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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 맞은 아들이 안쓰러워 역성을 든 재벌회장의 마음을 이해할 법도 하다. 하지만 집단으로 보복 폭행을 저지르고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모르쇠로 일관하며 거짓말을 한 행동은 추한 모습이었다.
 또 그냥 ‘잘못 판단해서 실수했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했으면 수모는 훨씬 덜 했을 터인데 거짓말로 일관한 탓에 그의 체통은 더 구겨지고 만 것 같다. 거짓말의 이자를 톡톡히 치르는 사례의 하나가 될 것이다.
 어찌 보면 자식 때문에 거짓말을 하게 된 재벌회장의 행태는 순박하고 단순해서 애교스런 구석이 엿보이기도 한다. 거짓말이야 필부필부(匹夫匹婦)의 거짓말이라고 해도 용납될 수는 없겠지만 재벌회장의 거짓말보다 더 질이 나쁘고 심각한 것이 정치지도자들의 거짓말일 것이다. 앞장서서 나라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은 뭐니뭐니 해도 정치지도자들일 것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기자들이 악의적으로 거짓을 썼다고 뒤집어씌우기라도 하면 더 그럴듯해 보일 때도 있다. 이런 정치지도자들이 얼마나 활개치고 있는가!
 요즘 복잡하게 돌아가는 정치 세태를 반영하는 TV의 토론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정말 거짓말들도 잘 하고 기가 막히게 말 바꾸기를 하는 정치인들과 대학 교수 등 전문가들의 모습에 경악할 때가 많다.
 한 공공기관의 지도자 집무실에서 “거짓말을 하라! 거짓말도 백번을 하면 진실이 된다(레닌)”이란 경구가 벽에 붙어 있는 것을 본 일이 있다. 순간 멍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버젓이 거짓말을 하라니! 참말로 큰일이로구나하는 생각과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다시 한 번 되씹어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거짓말도 잘만 하면 성공과 출세의 계기가 되기도 하고 돈벌이의 지름길이 되기도 할 테니 말이다. 아니 요즘 세태의 한 단면일지도 모르겠다.
 경찰에 구속된 재벌회장도 글로벌 경영을 선언한 기업의 정상화와 국민경제에 미친 공로 등을 감안해서 보석이나 어느 모양으로든 풀려나고 다시 당당한 지난 모습을 되찾게 될 지도 모른다. 아마 그렇게 될 것이다.
 서울시청을 담당하던 기자 시절 직접 보고 겪은 얘기다.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가 있었다. 테이프를 끊으려는 순간 헬기 한 대가 행사장 위로 날아왔다. 대통령이 ‘저거 웬 헬기야!’하고 짜증스레 묻자 옆에 있던 시장이 바로 대답했다.
 “각하! OO사 비행기입니다."
 시장이 지목한 OO사는 한 언론사였다. 공교롭게도 그 언론사 사진기자가 바로 옆에서 촬영을 하다가 그 대화를 모두 들었다. 그 얘기를 전해들은 담당 기자가 동료들에게 울분을 토로하다가 몇몇이 항의하자며 시장실로 쳐들어갔다.
 시장은 태연하게 말했다.
 “나는 그 비슷한 말도 한일이 없어요. 내가 왜 그런 말을 하겠어요. 아마 그 사진기자가 무슨 일인지 몰라도 시장한테 불만이 있어 지어낸 말일 겁니다. 아니면 헬기 소음 때문에 잘못 알아들었던 거지요.”
 문제의 헬기는 나중에 서울시청의 소방 헬기였던 것으로 판명됐다.
 시장은 대통령의 더 큰 신임을 얻어 뒤에 장관이 됐고 퇴임 후에는 한 기업의 뒤를 봐주고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궁지에 몰려 살아나려고 엉겁결에 하는 거짓말을 때로는 애교로 봐줄 수도 있겠지만 거짓말이 보편화된다면 나라꼴은 말이 아닐 것이다. 거짓말을 계속하면 버릇이 되고 버릇이 된 거짓말이 복리로 되받게 되는 대가가 어느 정도일지는 셈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도자들의 현란한 거짓말들이 우리를 어지럽게 할 것이다. 달콤한 말일수록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는 교훈을 되새기며 투표할 채비를 갖추어야 한다.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속으면 나는 바보가 되고 나라는 방황하고 국민들의 삶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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