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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 시론] 이민선 새마을운동 당진군지회 사무국장-가족애와 사회정의의 충돌, 그리고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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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어의 ‘자로’편에 도둑질한 아비의 죄를 입증하기 위해 정직을 내세워 자식임에도 증인을 선 얘기가 나온다. 이에 아비는 자식을 위해 숨겨주고 자식은 아비를 위해 숨겨준다. 정직은 그 가운데 존재한다고 했다. 모든 법은 가정윤리에서 출발한다고 본 것이다. 반면 살인한 자식을 죽이라고 간청한 아비의 일화도 있는데 이것이 고사성어 ‘대의멸친’의 어원이다. 사회적 정의를 위해 자식과의 정리를 포기한 것이다.
 이렇게 가족의 정서와 사회적 정서가 맞설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맹자는 조심스럽게 예를 들었다.
 “임금의 아버지가 살인을 했을 땐 그 임금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법을 집행하는 사람은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임금은 모든 영화를 버리고 몰래 아비를 업은 채 멀리 도망가서 평생 숨어 사는 게 도리이다”
 지난 20여일간 TV뉴스를 참으로 이상하게 지켜봤다. 바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폭행사건이다. 첫 보도가 나간 후 중앙TV 3사의 매 뉴스마다 톱뉴스로 수십분씩 일주일 이상 보도됐다. 더구나 가장 오래된 모 민영방송은 보름 동안이나 특집으로 꾸미다시피 했다. 2주 이상 다른 뉴스들은 거의 파묻혀 버렸다.
 얼마전 북한의 원자폭탄 생산 실험 사건은 김회장 뉴스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비중이 엄청나다. 열배백배로 나타낼 수도 없는 세계적인 톱뉴스다.
 그런데 우리나라 지상파 TV 방송사들은 사흘간만 내보내고 그 뒤로는 2순위, 3순위로 밀려났지만 오히려 외국에서 더 심층보도했었다.
 TV가 왜 바보상자라고 했는지 요즘 새삼 느꼈다. 인쇄되어 보존되는 신문과는 달리 TV방송은 지나가면 그만이어서 그렇게 국민을 바보로 취급하는가 보다. 지금까지 500여회 그 뉴스를 내보냈지만 정작 그 사건의 발단부터 자초지종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알 권리란 미명하에 의도적인 부분만 부각시켜 결국 시청자들을 편향된 시각으로 몰고 간 셈이다.
 별 생각이 다 든다. 한국 화약회사가 국방산업으로 성장하면서 그동안 광고주 역할을 제대로 안했는지 아니면 재벌로서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부족하여 가진 자의 도덕적 의무를 소홀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술마시다 화장실에서 만난 두 젊은이, 술집 종업원과 김회장 아들, 바닥에 질질 흘리며 소변보는 걸 쳐다봤다고 개패 듯 두들겨 팼다. 종업원인 술집 전무가 김회장 아들을. 여기까지는 종업원이 사건의 원인제공자가 된다. 그런데 22살의 혈기왕성한 젊은이가 얻어맞고 가만히 있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더구나 세상에 부러울 게 없는 재벌의 아들이 고분고분 했을 리 만무하다. 그래서 아비한테 일러바치고 그 아비는 별을 단 모자를 쓰고 패거리를 몰고가 아름답지 못한 일을 저지른 것이다. 이렇게 얻어맞고 들어온 아들보고 ‘그래 네가 참아야지’했다면 이들은 보통 부모들이 아니다. 이렇게 하지 않아서 김승연 회장은 분명히 잘못했고 죄를 지었다.
 그러나 자식 가진 부모들의 마음에선 힐난하고 싶은 마음보다는 연민이 든다. 사회정의를 고려하면서도 충분히 아들에 대한 정감을 표현하는 지혜로운 방법을 택했더라면 이 지경까지는 안되었을 것 같은 마음에서 그렇다.
 그래서 공자 말씀에 맹자 말씀이 얽히면서 보름동안 특집으로 중계방송한 우리나라 TV방송국에 또한 씁쓸한 연민의 정이 간다.
 옳고 그름이 너무 얼키고 설키어서 무엇인지도 모르고 지나기 십상이다. 언제쯤 우리들은 순수한 마음으로 부담 없이 새 소식을 접할 수 있을까.
 정말 자식 키우기 힘들고 세상 살기가 어렵다. 인간으로 살아가는 한 욕심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욕심 많은 인간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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