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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봤던 영웅과는 색다른 영웅
영화 읽기 | 데드풀
2016년 03월 04일 () 09:52:04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감독 : 팀 밀러
출연 : 라이언 레이놀즈, 모레나 바카린, 에드 스크레인


드라마나 영화 속 주인공들은 엄청난 고난 속에서도 정의를 지키며 자신보다 타인을 더 생각하는 자세를 보여주면서 항상 권선징악의 결말을 이끌어 낸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항상 권선징악만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쯤은 착하기만 한 영웅들이 아닌 현실적인 악역들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정의롭지 않은 드라마나 영화를 기대해 봤을 것이다. 특히 최근 막장드라마에 신물이 난 필자의 경우 항상 삐딱한 시선으로 이런 도발적인 반란을 생각하곤 했는데 때마침 딱 맞는 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다.

사실 <어벤져스>를 비롯하여 ‘~맨’ 등의 할리우드 영웅 시리즈에 큰 관심이 별로 없는 필자이기에 마블 캐릭터 중에 하나인 <데드풀>에 대해서도 잘 알지도 못했고, 기대 또한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저예산으로 만들어진 히어로 무비라는 얘기를 듣고 뭔가 기존의 영화들과는 차별성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는 두말할 것도 없이 정말 색달랐다.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용병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우연히 바네사(모레나 바카린)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의 행복한 시간은 웨이드가 느닷없이 암선고를 받으면서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웨이드는 암 치료를 위한 비밀 실험에 참여하게 되고, 강력한 힐링 팩터를 지닌 슈퍼히어로 ‘데드풀’로 거듭나게 된다. 탁월한 무술실력과 거침없는 유머감각을 지녔지만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갖게 된 데드풀은 자신의 삶을 완전히 망가뜨렸지만 자신의 얼굴을 복원할 수 있다는 에이잭스(에드 스크레인)를 찾아 뒤쫓기 시작한다.

<데드풀>은 영화 오프닝 크레딧부터 출연진과 제작진들을 조롱하면서 시작하고, 영화문법에서는 금기시하고 있는 관객들에게 말걸기를 서슴지 않게 하는 등 B급 무비로서의 전형을 보여준다.

특히 사회의 정의를 위해 고민하고, 한 몸 희생하는 여타의 히어로들과 달리 <데드풀>은 자신의 복수를 위해 아무렇지 않게 범죄를 저지르는 ‘안티 히어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마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라는 것만 알고 극장에 간 관객들에게는 매우 단조로운 이야기와 저예산 영화다운 장면 등등이 꽤나 허접하거나 낯설게 다가올 수 있고, 영화를 보고 난 후 사이다 같은 감동 또한 전혀 없기에 영화 감상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만의 매력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장르의 관습을 전복하는 데에 있다. 그로인해 항상 지구를 지키기 위해 고민하는 과묵한 영웅과 달리 미국식 화장실 유머를 시도 때도 없이 내뱉는 엄청난 수다쟁이이자, 마치 관객들에게 영화와 드라마를 어디까지 봤는지 묻는 것처럼 깨알 같은 패러디를 선보이는 안티 히어로를 통해 또 다른 쾌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이는 작년 이맘 때 우리나라에서 큰 흥행을 거두었던 <킹스맨>처럼 <데드풀> 역시 청소년 관람불가의 안티 히어로 영화답게 폭력성과 선정성의 수위가 약간 높고, 주인공의 쉴새없는 수다의 내용이 이해되지 않거나 적응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전의 착한 영웅 영화에 신물이 났다면 <데드풀>만의 의외성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번역가의 센스 만점 자막이 영화의 재미를 좀 더 높여주고 있으며, 엔딩 크레딧 끝나고 나오는 쿠키 영상도 역대급이니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에 제작자이자 주연이기도 한 라이언 레이놀즈가 <데드풀>을 제작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야기를 곁들어 본다면 새로운 B급 영화를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상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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