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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감정을 동성에게 느낀 그녀들의 이야기
영화 읽기 | 캐롤
2016년 03월 24일 () 12:37:04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감독 : 토드 헤인즈
출연 :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

오랜 만에 여행을 떠났다. 여기저기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대로 그 동네 맛집을 찾아 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요즘에는 인터넷만 조금 검색해도 맛집 찾기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맛집으로 소문난 곳은 엄청난 인파로 바글바글했다.

하지만 사람들의 입맛이 다 똑같지는 않듯이 소문과 달리 맛없는 집도 상당히 있는데, 필자 역시 비슷한 경험을 하고 말았다. 이는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영화제 수상 여부와 상관없이 관객들이 어떤 시각으로 감상하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지만 한 부분도 수상하지 못한 그러나 각국의 영화평론가로부터 극찬을 받은 영화 <캐롤>은 관객들의 호불호도 극명하게 나뉘며 많은 이야기꺼리를 제공하고 있다. <리플리>라는 범죄소설로 유명한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자전적 소설인 <소금의 값>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캐롤>은 우연히 처음 본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여자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사랑의 감정을 전하고 있다.

1950년대 뉴욕, 맨해튼 백화점 점원인 테레즈(루니 마라)와 손님으로 찾아온 캐롤(케이트 블란쳇)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거부할 수 없는 강한 끌림을 느낀다. 하나뿐인 딸을 두고 이혼 소송 중인 캐롤과 헌신적인 남자친구가 있지만 확신이 없던 테레즈는 각자의 상황을 잊을 만큼 통제할 수 없이 서로에게 빠져드는 감정의 혼란 속에서 둘은 인생의 마지막에, 그리고 처음으로 찾아온 진짜 사랑임을 확신하게 된다.

미리 동성애 영화라는 것을 알고 보는 것이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상한 관점에서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 영화는 매우 감성적으로 진행된다.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두 사람의 감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대사도 매우 절제되어 있고, 화면 또한 느릿하게 움직인다. 이처럼 <캐롤>은 관객이 영화 속 주인공과 감정이입이 되어야 영화를 즐길 수 있지만 평소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면 영화를 보는 것이 꽤나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캐롤>은 동성애라는 거대 담론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영화가 아니라 단지 사랑의 감정을 이성이 아닌 동성에게 느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 전반적으로 자극적인 장면 없이 서로 자신들의 사랑을 받아들이면서 서서히 변화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물론 부유한 캐롤의 이미지에 단순히 매료되어 그녀의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테레즈의 행동이 초반에는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그녀의 심리가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지 않는 등 대체적으로 그녀들의 감정이 좀 더 디테일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치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매우 보수적인 시대적 배경이었던 1950년대 미국에서 자신의 사랑을 위해 선택의 기로에 놓인 두 여성들의 모습을 담담하면서도 격정적으로 표현한 <캐롤>은 비록 아카데미에서 수상하지 못한 작품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맛집 같은 영화 이상의 진가가 있다고 본다.

특히 캐롤 역의 케이트 블란체의 중저음의 목소리는 영화를 보고 나서도 계속 귓가에 맴돌 정도로 매력적이고, 이 작품으로 2015년 깐느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루니 마라의 톡톡 튀는 연기가 매력적으로 어우러지면서 두 사람만의 케미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봄, 진정한 사랑의 감정을 물씬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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