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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장례를 치러주기 위한 고군분투
영화 읽기 | 사울의 아들
2016년 04월 15일 () 12:02:15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감독 : 라즐로 네메스
출연 : 게자 뢰리히, 레벤테 몰나르, 우르스 레힌

실제 있었던 사건이라 해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읽혀질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영화가 바로 이미 수많은 영화로 만들어져 익히 알고 있는 홀로코스트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희생자의 시각이 아닌 살기 위해 나치의 유태인 학살 작업을 도왔던 사람의 시각이라는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된 <사울의 아들>로서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그 때 살았던 사람들이 경험했음직한 긴장감과 극단적인 공포감을 적나라하게 느끼게 될 것이다.

나치의 만행이 극에 달했던 1944년, 아우슈비츠 수용소에는 시체들을 처리하기 위한 비밀 작업반이 있었다. ‘존더코만도’라 불리던 이들은 X자 표시가 된 작업복을 입고 아무 것도 묻지 않고 오직 시키는 대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한다.

그러던 어느 날, ‘존더코만도’ 소속이었던 남자 사울(게자 뢰리히)의 앞에 어린 아들의 주검이 도착한다. 처리해야 할 시체더미들 사이에서 아들을 빼낸 사울은 랍비를 찾아 제대로 된 장례를 치러주기로 결심한다.

사실 <사울의 아들>은 감시받는 상황 속에서도 아들의 장례를 제대로 치러주기 위해 랍비를 찾아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하루 동안의 이야기라는 매우 간단한 구성의 영화이다.

그로인해 영화가 전반적으로 단순한 나머지 지루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을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촬영기법과 16 : 9의 와이드 화면이 아닌 4 : 3 사이즈의 화면으로 인해 가로가 줄어든 약간 갑갑한 화면, 배경음악 없이 온전히 주인공의 귀로 들리는 현장음만이 들리는 장면들로 인해 주인공과 관객이 동일시 되면서 마치 그 상황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착각 속에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절체절명의 긴장감을 함께 느끼게 해준다.

또한 주인공이 하는 일 자체가 유태인을 집단 학살 한 후 뒷정리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수히 많은 유태인들이 가스실이나 소각장 등에서 집단 학살 당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이를 직접 보여주지 않고 소리만으로 전하는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주인공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대하고 있으며, 켜켜이 쌓여져 있는 시신들을 역시 직접적이고, 감정적으로 촬영하여 보여주지 않으면서 이 영화에서 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해준다.

청각으로 전해지는 공포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는 <사울의 아들>은 헝가리 출신의 신인감독인 라즐로 네메스가 연출한 영화로 2015년 깐느 영화에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비롯한 4개 부문에서 수상을 하였고, 올해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는 등 전 세계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면서 이 영화만의 특성과 작품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무표정으로 일관하던 주인공의 얼굴이 따뜻한 표정으로 바뀌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사울의 아들>은 다양한 봄꽃들이 피고 지는 완연한 봄날에 어두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본다는 것이 약간 안타까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봄을 계속 지키기 위해서는 과거 역사의 아픔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되새기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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