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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오늘의 우리는 무엇에 미칠 수 있을까?
도서비평 | 반 고흐, ‘너도 미쳐라’
2016년 05월 13일 () 09:18:15 신홍근 mjmedi@mjmedi.com


이생진(1929~, 충남 서산 출생)은 1969년 현대문학에 김현승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1996년 [먼 섬에 가고 싶다]로 윤동주문학상, 2002년 [혼자 사는 어머니]로 상화시인상, 대표작 [그리운 바다 성산포]로 2001년에는 제주도 명예 도민이 되었다.

   
이생진 著
우리글 刊

직접 발로 밟고 다니면서 평생 바다와 섬에 관한 시를 썼다. 지금은 방송 ‘삼시세끼’로 잘 알려진 ‘만재도’를 이미 20년 전에 찾아가 살면서 시를 썼다.(‘하늘에 있는 섬-1997년’)

바다 시인, 섬 시인, 발로 쓰는 시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감각적이고 시각적인 이미지를 토대로 평범하고 소박한 언어를 사용하여 자연과 일상에 대한 감상을 밝고 맑게 그려냈다.

 

내가 빈센트를 좋아하듯 돈 매클린도 빈센트를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빈센트를 좋아하는 돈 매클린까지 좋아하고 말았다.

중략~

American Pie는 먹는 파이가 아니라 눈물로 되씹는 파이다.

돈 매클린은 사람의 슬픔을 슬퍼할 줄 아는 가수다.

그는 음악으로 버디 홀리를 울기도 하고 빈센트 반 고흐를 울기도 한다.

고흐의 그림은 그렇게 울고 싶은 사람과 함께우는 그림이다.

-돈 매클린의 ‘빈센트’와 ‘아메리칸 파이’-

 

이 책은 바다와 섬과는 좀 다른 제목이지만 어쩌면 영혼의 바다와 섬을 떠돌아다니다가 한 밤에 만난 ‘고흐’라는 아름다운 영혼의 별을 발견하고는 벅찬 감회를 일대기의 형식을 빌어서 그에게 바치는 헌사(獻辭) 시집이다.

평생을 맑은 눈과 동심으로 살아온 시인이 팔순이 되어 만난 ‘고흐’라는 진하고 순수한 영혼과의 애정 어린 대화이다. 고흐의 대표작을 시인의 가슴을 통해 새롭게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은 일제히 고흐가 그린 헌 구두 앞에서 발을 멈춘다. 구두가 긴장한다. 중략.

왜 새 구두를 그리지 않을까? 새 구두는 경험이 없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 중략.

새 구두는 상처가 없기 때문에 아직 아픔을 모른다.

결국 찾아낸 것은 구두의 아픔이 아니라 사람의 아픔이다. 구두가 부끄러워한다.

- 구두 한 켤레-


그는 오늘도 밀밭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을 거다. 그의 그림엔 사치가 없다. 그는 울고 싶을 때 울고 떠나고 싶을 때 떠난다. 그는 책을 읽으며 그림을 그렸고, 편지를 쓰며 그림을 그렸고, 술을 마시며 그림을 그렸다. 무엇보다도 걸어 다니며 그림을 그린 고독한 화가다. 예술은, 미술이고 음악이고 문학이고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너도 미쳐라’ 이 말을 듣고 싶어 고흐에게로 간다. -머리말-

무엇보다도 평생을 걸어 다니며 시를 쓴 이생진의 머리말이다.

미치는 것이 고독한 영혼의 구원일까?

지금 여기 오늘의 우리는, 나는 무엇에 미칠 수 있을까?

고흐가 그림을 그린 것처럼, 이생진이 시를 쓰는 것처럼, 너와 나 우리도 그렇게 무언가에 미치고 싶어 하지만 마땅하게 미칠 거리를 찾지 못한다. 그래서 더욱 더 고독한가 보다.

몸과 마음이 한 덩어리로 미치고 신명나는 꺼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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