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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정음 본지 편집위원 - 이 사회의 진정한 소금이 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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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우리 민족만큼 종교에 대해 열성적인 민족도 없을 것이다. 아마 세계 이백여개의 국가 중에서 국가에 하느님이라는 호칭이 들어간 나라는 우리 나라가 유일할 것이다.
 우리 민족은 고대국가 이전부터 제천의식을 통해 하느님께 제사를 지내오고 있었다. 우리가 외래종교인 불교와 유교를 도입하면서 그것을 백성을 다스리는 정치이념으로 현실화시키는 과정에서도 우리 민족은 내면적으로 하느님을 섬기는 깊은 자아의식을 키워온 것이 사실이다.
 삼국통일을 주도한 김유신조차도 잦은 백제와 고구려의 침공을 겪으면서 자기 지배세력들이 불교를 받아들임으로써 하느님을 섬기는 전통을 잃어버리게 된 것을 애석하게 생각하고 토굴 속에 들어가 하느님께서 기도하면서 삼국통일의 정신을 닦았다.
 우리 민족이 종교에 열성적인 것을 부정적으로 본다면 나약한 심성으로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긍정적으로 본다면 우리민족은 그 어느 민족보다도 삶과 죽음에 대해서 심각하게 사유할 수 있었던 아주 현명한 민족으로 나는 생각하고 있다.
 고대로부터 이 지구상에는 수많은 민족이 생멸(生滅)을 거듭해왔지만 이상하게도 하느님을 섬기는 민족은 결코 멸망하지 않았다. 잠시 시련과 고통을 겪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것을 바탕으로 기독교를 믿는 유럽 선진문명국가처럼 더욱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종교는 그것이 내재화되면서 하나의 문화를 생성하게 되고 그 시대의 이념을 대변하며 그 시대의 정신을 지배하게 된다. ‘문명의 충돌’의 저자 헌팅턴도 그 시대의 문화는 종교가 근본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에게 있어서 불교는 삼라만상의 생명의 귀중함과 인간의 생각과 마음의 깊이와 폭을 넓혀 준 것이 사실이고 유교는 인간으로서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가 하는 최소한의 윤리와 도덕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이러한 것은 우리 민족에게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종교는 시대의 변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취약성을 드러내고 결국 가진 자들의 자기 안주에 급급한 나머지 제도적 부패로 이어지게 되고 백성들은 새로운 문명과 새로운 종교인 기독교를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것은 우리 민족의 고대로부터 섬겨온 하느님 사상과 접목되면서 오늘날 우리가 믿고 있는 기독교는 개신교와 천주교를 합해 전체 인구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은 놀라운 성장지수이고 해방 후 가난과 헐벗음에서 몸부림치는 우리 민족에게 박정희의 조국근대화에 편승하면서 정신적인 에너지를 제공하는 큰 측면이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오늘날 기독교는 크게 성장했지만 반면에 아쉽게도 외형적인 물량화·대형화에 치중하면서 이 사회에 진정한 소금이 되지 못하고 또 하나의 자기 세력화를 구축하는 이기집단으로만 보여지고 있다는 비판도 한편으로 받고 있다.
 이러다 보니 기독교의 근본정신인 자기구원과 사랑을 외면하고 지나친 기복신앙을 추구해 정치, 경제, 교육의 모든 면에서 온갖 사회의 부조리와 거짓과 위선에 가담하는 기독교인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을 접할 때마다 늘 느끼는 것은 이 시대에 진정한 하느님의 가르침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인간의 자아는 태어남과 삶과 죽음의 총체적 자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늘 현실적 자아에 집중하며 살고 있다.
 그러한 현실적 자아는 늘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그것만 좇다보면 인간의 현실적 문제해결에만 집중하게 되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삶과 죽음을 통합하는 총체적인 자아를 언제나 잊어버리지 않게 사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기독교 가르침의 큰 은총이다.
 어차피 인간은 태어나면서 동시에 죽음을 함께 가지며 살게 되어 있다.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그것을 잊어버리며 살고 있고 그것을 부정하지만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을 피할 수 없다. 그러한 죽음을 극복하고자 갈망하며 하느님을 믿는 종교가 기독교라면 그러한 종교의 가르침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합당한 것이라도 생각한다. 또한 그 가르침이 생활에 내재화되면서 탐욕을 버리고 실행될 때 우리 사회의 건전한 성장과 참다운 기독교 문화가 성숙되리라 생각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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