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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한의진료 현장 속으로…기타사토 연구소·쯔무라제약·온지당 등 방문
한의사를 위한 임상아카데미 - 일본한의학 학술기행 ①
2016년 07월 22일 () 09:22:35 한의사를 위한 임상아카데미 mjmedi@mjmedi.com


우리나라의 제제약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사용되어야 좋을지 고민하던 우리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기타사토 연구소 병원·쯔무라제약·온지당 시수의원 견학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보고 싶었던 일본 의사의 한의진료에 대해 가까이 볼 수 있게 됐다. 6월 30일부터 7월 1일까지의 짧은 기간 동안 일본 한방의 일면을 비교적 많이 접할 수 있어 참가자 모두는 의미 있는 경험을 했고, 여러 제현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 기타사토대학 동양의학연구소 방문 후기

“일본 한의학의 역사 깃든 곳”

(글 : 장인수)

한중일 3국의 전통의학은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일본은 1868년 메이지유신을 통해 사회 제도를 전면 근대화하면서 한의사 제도를 폐지하였다. 이후 일본 한방의학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를 거쳐오면서 다시 되살아났다. 그래서 오늘날 ‘和漢醫學’ ‘Kampo(漢方의 일본식 발음)’ ‘Traditional Japanese Medicine’ 등으로 불리고 있는 일본 한의학의 형태로 다시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1910년에 경술국치를 통한 일본의 식민지화를 진행하면서 이 땅에서 한의사 제도가 폐지되었다. 이후 광복이 이루어지고, 1951년 부산에서 열린 제헌국회에서 ‘오인동지회’의 눈물겨운 노력 끝에 한의사 제도가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

반면 중국의 중의사제도는 20세기초 동아시아의 정치 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잘 이겨내고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필자의 비유에 따르자면, 일본 한방의학은 뿌리가 완전히 잘려나갔다가 다시 되살아난 경우이고, 한국은 반쯤 잘려나갔다가 다시 살아났으며, 중국은 단절을 경험한 적이 없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역사적 배경이 더해져 세 나라의 전통의학은 모두 제각기 다르다.

게다가 인위적인 제도의 변화 이전에 이미 오랜 시간을 거치며 각각 다르게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일본의 한의학은 중국의 한의서를 가져다가 공부하며 이어져오다가 임진왜란 때 조선에서 들여온 활자와 인쇄술의 발달로, 에도시대(1597-1868)에 들어서면서 출판이 크게 융성하게 된다.

아울러 막부 통치에 의해 국가가 안정되고 문화가 발달하면서 의학도 발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에도 시대의 중기부터 교토를 중심으로 腹診을 중시하고, 상한방을 위주로 하는 고방파(古方派)가 크게 융성하게 되고, 1700년대의 명의였던 吉益東洞을 비롯한 다양한 학자들에 의해서 많은 저술이 나오게 되었다.

이 때부터 일본 한의학의 색깔이 강해지게 되었으나, 메이지유신 때 전통의학 의사제도를 폐지되면서 큰 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이후 침은 침구사들에 의해서, 한약은 의사들에 의해서 명맥이 유지되었다. 그러다가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의사였던 湯本求眞, 大塚敬節, 矢數道明 등의 3대 대가에 의해서 다시 일본 한의학이 부흥을 맞이하게 된다.

1972년에서 설립된 기타사토대학 연구소는 다시 살아난 일본 한의학의 구심점이 되었으며, 숱한 한의서를 저술한 대가인 大塚敬節이 초대 소장을 맡았고, 矢數道明이 2대 소장을 맡게 된다.

이후 기타사토대학 연구소는 크게 발전을 거듭하였으며, 1986년에는 일본내 최초로 WHO 전통의학연구소에 지정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기타사토대학 동양의학연구소는 사실상 일본 한의학의 산실 역할을 담당하는 중요한 장소이긴 하지만, 오늘날 이곳을 방문하는 한국의 한의사들의 눈에는 기타사토대학병원의 한 켠을 차지하는 작은 클리닉이나 센터로 보이기 때문에, 다소 실망스럽게 비쳐지기도 한다.

일본은 50년 전인 1976년부터 국가 의료보험에서 한약을 급여화 하였다. 또한, 2001년 일본 내 모든 의과대학에서 한의학 교육을 포함시켰으며, 2006년부터 동양의학전문의제도를 인정의에 포함시켰다.

현재 일본 의사들의 80% 이상이 한약을 처방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의사들이 한약을 먹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대다수인 반면, 일본 의사들은 환자에게 ‘계지복령환’이나 ‘오령산’을 투여하는 일이 익숙하다는 뜻이다. 모든 의사들이 한의학적 치료 기술을 익히고 구사하는 것은 아니지만, 변증, 복진, 맥진, 설진 등을 구사하며, 한의학적 진단, 치료 방법을 우선시하는 의사들도 만날 수 있다. 기타사토대학 연구소에서 출발한 근대 일본한의학의 모습은 일본 전체 의료계에 녹아들어가 있으며, 우리와 다른 형태로 제도를 정착시키고 발전해 온 것이다.

기타사토대학 동양의학연구소에서 우리를 맞이해준 오다쿠치 히로시 소장은 한의학을 공부하고 연구하는 계기에 대해 “최신의 현대의학으로도 완벽하게 질병을 고쳐내지 못하는 현실을 느꼈고, 한의학 치료에서 더 나은 효과를 보게 되면서 한의학을 깊이 공부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일본 한의학은 제도나 학술적인 내용 면에서도 한국 한의학에 비해서 분명히 다른 길을 어가고 있으며, 그들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오늘날 한국 한의학은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또다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일본과의 교류를 통해서도 한국 한의학의 치료 기술을 높이고, 제도적으로 더 도약할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찾는데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약재 재배·선별·관리 인상적”

(글 : 송미덕)

도쿄의 외곽, 시나가와 역에서 3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간 일본의 보통 조용한 거리, 차량출입이 많지 않은 곳에 기타사토 동양의학 연구소가 있었다. 올 초에 본 중국의 부경중의과학원에 비하면 매우 작았다. 하지만 이곳은 일본 최대이자 최초의 동양의학 연구소이다, 1972년 설립되어 1986년 WHO전통의학 협력센터로 지정되었다. 진료 외 임상연구부, 의사학연구부, EBM센터도 있고, 연수생들의 한방교육과 대학원 강의도 이루어진다고 한다. 내부는 한국의 한방병원처럼 단정하고 차분했고, 접수대는 한방과 침구 두 가지로 나뉘어있고, 그 선택은 환자가 한다고 한다.

   
◇기타사토대학 동양의학연구소에서 장인수, 이혁재, 조남훈, 송미덕, 황만기, 신선미, 김홍준, 정민정, 강기완 등 일본한의학 학술기행 참석자들

관계자와 함께 연구소 내 동양의학 자료전시실과 약재보관실을 돌아보고, 연구소와 진료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자료전시실에는 희소서적과 화한약물이 소규모로 깔끔하게 전시되어있었다.

이곳의 진료는 12명의 각 전문과 출신의사가 한방(약)진료를 하고 -각자 꼭 전문분야만을 보지는 않는다-, 그중 한명은 침구진료를 하고 있다고 한다. 양방병원과 연계되어있고, 일본 제일의 통합의료를 목표로 하여 한방진료 모범을 제시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 한약은 의사가 처방이 가능하다. 제제약은 보험이 되지만, 첩약은 비보험이다. 침은 보험이 되지 않고, 침구사와 의사가 시술 가능하다. 비보험에 대한 비용은 한약 1개월에 2만3596엔, 침구치료 1시간/1회에 7546엔으로 게시되어 있었다. 하루에 한약은 80여명, 침구는 40여명 정도의 환자를 본다고 한다.

내원하는 환자의 연령대는 남녀 공히 50대~70대가 65%정도를 차지하고, 30대가 10~15%, 그 이하는 매우 적고 소아는 1%정도다. 다빈도 내원의 통계자료는 그림과 같다. 남녀의 차이가 있으며, 피부질환, 정신증상, 부인과 증상, 자율신경실조증 등 한국에서처럼 매우 다양하였다.

침구치료는 스테인레스 침을 사용하여 경락을 자극하고, 중국고전을 기초로 일본은 독자적인 치료법을 쓴다고 한다.

일본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 중의 하나는 약재에 대한 관리인데, 규모는 작아도 쯔무라처럼 보관은 15℃, 습도 60%이하로 유지하며, 모든 사용약재는 잘게 파쇄하여 균일한 크기(지름 약 7~8mm)의 음편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약재의 수급은 80%가 중국에서 들여온다고 한다. 약을 관리하는 모든 사람은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약재를 맨손으로 만지지 않는 것을 보았다. 이 연구소에서는 한약은 모두 약사 출신의 11명이 관리 조제한다고 한다. 보통은 1개월분을 하루 용량(약 30g)으로 기계로 담아 포장하고, 환자가 직접 40~50분정도 탕전하여 분복하도록 하고 있었다. 처방의 종류는 상한론처방에 국한되기보다는, 육미, 팔미, 보중익기탕, 계지복령환 등 고전적 처방과 억간산 같은 효능을 찾아가는 약 또한 선용되고 있었다.

이후 히로시 오다구치 소장과의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다. 외과의사로서 한의학을 대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가 하는 질문에, 그는 전체를 보는 한의의 특이성이 좋고, 진단이 되지 않는 증후군, 진단이 되어도 약이 없는 질환에 적용하기 좋다고 답하였다. 한방진료는 설진, 맥진과 복진 (복진패턴을 정형화)으로 하며, 음양, 허실, 기혈수의 구분을 하고, 현대의학적 판단을 겸한다고 한다. 예를들어 수면장애, 심하부통, 복직근긴장 등의 증상이 있으면 억간산을 처방한다는 처방도출의 공식이 있었다.

스테로이드 사용질환에 대해서는 의사마다의 개인 성향이 있지만 끊어나가도록 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또한 그는 특별히 한약을 처방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보험이 되는 제제약보다는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가감을 할 수 있는 장점 때문이라고 하였다.

EBM연구소는 전통의학시점을 반영한 임상연구를 하려하며, 임상연구소는 고서적과 문헌고찰후 동물실험을 통해 많은 연구성과를 공유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미병체크, 예방목적의 진료를 하고있다고 한다.

히로시 오다쿠치 소장은 솔직한 일본 의사로서 한의를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일본한의학에 이론과 교재가 부족한 부분을 아쉬워하고, 자율신경과 관련한 질환에 한의가 강점이 있는 것 같다는 의견도 주었다. 많은 질문에 성실히 답해준 히로시 오타쿠치 소장과 연결해주신 조기호 교수님께 감사를 전한다.

일본의 몇몇 유명 한방진료를 보고나서, 첫째, 우리는 약재를 재배, 선별, 관리하는 부분에서 진정 약효를 위해 더 노력해야한다는 것, 둘째, 의무기록을 충실히 하고 학회를 통한 공유풍토를 일상화 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쯔무라 같은 회사 2~3개만 있다면, 그리고 국가차원에서 한의를 키워보자라는 의지만 있다면, 중국이나 일본이 아니라 한국에서 가장 훌륭한 현대한의학이 일어설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쯔무라제약, 온지당 시수의원 방문기는 다음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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