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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명물소개 ⑥ - 가학리 ‘볏가릿대 거북놀이’] 풍년을 바라는 주민들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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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학리 볏가릿대 거북놀이를 시연 중인 주민들의 모습. (자료사진)

 편집자주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문화유산과 문화유적, 후손에 전해줘야 할 가치를 지닌 무형문화재가 많이 있다. 그러나 이 문화유산들은 단순히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잊혀지고 있다. 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의 명물들은 지금 이 시간 어디선가 없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본지는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지역의 숨어있는 명물과 문화유산을 발굴해 보도함으로써 넓게는 당진의 관광산업 발전을 돕고 단기적으로는 지역의 문화유산 보존을 도모하고자 한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으로  이뤄졌습니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홍성군에서 열린 제4회 홍성내포문화축제. 내포문화권에 포학 되는 6개 시군이 각각의 시군에 전해지는 전통문화를 선보이는 자리가 열렸다. 당진의 대표로 참여한 가학리 볏가릿대 거북놀이팀와 서산 박첨지놀이팀 등 6개 팀이 경연을 벌였다. 경연 결과 가학리 볏가릿대 거북놀이가 단연 압도적인 박수와 갈채를 받았다. 승패를 따지지 않는 경연장이었지만 가학리 볏가릿대 거북놀이가 보여준 광경은 당진군의 위상을 높였다.
 지난 2003년 강원도 동해에서 열린 제44회 한국민속예술축제에서 충남도 대표로 참가해 동상을 차지한 이래 가학리 볏가릿대 거북놀이는 지켜져야 할 소중한 문화재로 자리잡았다.

구전되던 풍속, 고증 거쳐 놀이문화로
 가학리 등 송악면 일원에서 전승된 볏가릿대 거북놀이는 마을사람들이 볏가릿대를 통해 한해의 풍년과 흉년을 점치고 꽃반과 마당밟기를 실시해 마을의 무사태평과 무병장수를 기원했던 전통 민속놀이다.
 가학리 등 송악면 일원에서의 볏가릿대 거북놀이는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없지만 생존해있는 관련자들의 증언에 의하면 수백년 전부터 전해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학리 볏가릿대 거북놀이는 다행히 가학리의 이안(93) 옹이 고증을 하면서 나름대로의 체계를 갖추게 됐다. 마을 사람들은 매년 정월 대보름에 골망이 있는 우물가에 공동으로 볏가릿대를 세우고 한 해의 풍년과 무사태평, 무병장수를 기원했고 음력 2월 초하루에는 볏가릿대를 허물면서 풍·흉년을 점치기도 했다. 오곡이 불면 풍년이고 그렇지 않으면 흉년이라는 의미로 해석이 되는데 이는 용왕님이 물을 많이 내줘 풍년이 들고 좋은 물을 내줘 모두가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마을 주민들이 만드는 축제
 볏가릿대 놀이는 대략 여섯 마당으로 이뤄지는데 농기와 제관, 제물을 진 아낙네 등 각기 맡은 역할을 주민들이 입장하면서 시작된다. 그 다음에 농기를 앞세우고 대동샘을 둘러싼 후 샘굿을 한다. 샘굿이 끝나면 지신밟기를 한 후 마을 곳곳에서 1년 간의 액운을 몰아내는 모닥불을 피우는 것이 두 번째 마당. 세 번째 마당에서는 벼, 보리, 조, 팥, 기장 등 오곡을 메달고 이삭이 늘어진 모양으로 동아줄을 거꾸로 틀어 대동샘 옆에 세운다. 화간제와 농사놀이를 하고 마지막 여섯 번째 마당에서 세웠던 볏가릿대를 눕히고 오곡의 싹이 잘 틔였는지 확인한다.
 가학리 볏가릿대 거북놀이는 이 볏가릿대 세우기 풍속에 거북의 전설을 더했다. 농사를 짓는데 필수적인 비(용왕의 사신으로 거북)를 상징하는 거북을 통해 수확에 대해 감사와 다음해 풍년을 기원하는 바람에 의해 만들어진 놀이다. 거북놀이의 기본 방식은 짚으로 만든 거북모양을 뒤집어 쓴 사람과 거북을 끄는 사람이 있어 이들이 각 집을 방문하는 방식을 진행된다. 그 집을 찾아가 움직이지 않으면 그 집 주인이 떡과 음식을 대접한다.
 
전통 잇기 쉽지 않아
 이와 같은 볏가릿대 거북놀이는 마을 주민들이 대거 참여해야 시연을 할 수 있다. 공연에 약 80여명이 필요하다 보니 한번 제대로 공연을 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많은 인원이 직접 만든 소품으로 경연을 하기 때문에 장관을 펼쳐지지만 하지만 그만큼 준비에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간다. 지난 내포문화축제 때도 단 이틀만 연습하고 대회에 나갔었는데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주민들을 곤란하게 했다고. 가학리의 이수남 이장은 “대부분 고령의 노인들이기 때문에 인원 동원이 쉽지 않고 무엇보다 예산이 너무나 많이 들어간다”며 “기본적으로 버스 두 대와 소품을 싣는 트럭 등 이동 및 운송비만 엄청나게 소요된다”고 토로했다.
 또한 전통을 잇는 일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 고령이라 전통을 이을 사람조차 마땅치 않는 것도 어려움이다. 이수남 이장은 “전통을 잇는다는 생각은 마을 주민들 모두가 공감하지만 최소한 예산지원만큼은 넉넉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운영위원회 △고문:김덕주, 이재광, 심천택, 이병무, 황규호, 안준영 △고증자:이 안, 안병덕, 윤임호, 홍창선 △위원장:이수남 △부위원장:김영식, 한우교 △위원:이완복, 윤순화, 김국주, 방선홍, 윤봉호, 안승찬, 장석남, 이성휘, 안 당, 정일용, 전해룡
■보존회 △회장:성창모 △사무국장:하영수 △전수자:조일랑 △감사:안선환, 이능렬 △기물관리:이완수 △인력관리:홍군표 △홍보:안재민


가학리 이수남 이장
“전통 보존하는 장기적인 계획 필요”

 “가학리에서 전해지는 전통을 지키고 싶은 마음은 모든 주민들이 갖고 있지만 한 번 공연을 할 때마다 주민들이 너무 힘들어합니다. 먼 미래를 내다보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가학리의 이수남(48) 이장은 가학리 볏가릿대 거북놀이의 경연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고령의 노인들을 모아 경연을 준비해야 하고 예산 준비에 답답한 마음을 느끼기 때문.
 “당진군에서 매년 3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지난번 홍성 대회를 준비하면서 무려 600여만원의 예산이 들어갔습니다.”
 앞으로 전통을 이을 젊은이들이 마을에 거의 없는 것도 우려된다는 이수남 이장은 “내가 가학리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사람”이라며 장기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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