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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07.11.26 00:00
  • 호수 687

포항스틸러스 김기동 선수의 부모님 김명환·최순원씨 “아들아, 늘 여기서 응원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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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대신 포항으로 보내는 김치 공부, 운동도 잘했던 막내아들

▲ 김장준비를 하는 김기동 선수의 부모 김명환·최순원씨 부부.

 올해 프로축구는 포항스틸러스가 15년 만에 우승컵을 차지하면서 막을 내렸다.
 포항을 우승으로 이끈 주장 김기동 선수는 이번 리그에서 그의 이름을 대신하던 ‘노장의 투혼’, ‘그라운드의 철인’을 그대로 보여줬다.
 그라운드 위에 서있는 그의 뒤에서 묵묵히 흙을 만지며 그저 건강하게 지내기만을 바라는 아버지 김명환(69)씨와 어머니 최순원(69)씨를 만났다.
 김 선수는 송악면 복운리에서 태어나 송악중·신평고등학교를 졸업한 ‘당진인’이다. 그의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김 선수가 나고 자란 복운리 길에 들어섰다. 수확이 끝난 논들은 갈아엎어져 있고 김장을 기다리는 배추들은 푸른빛을 자랑했다. 이 마을 한쪽에서 한 부부가 자식들에게 전해줄 김장을 준비하고 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축구했지. 도대표도 하구 그랬어. 홍성에 있는 중학교에서 데리고 갔었는데 거기서 생활하는 게 영 아닌 것 같아 다시 당진으로 데려왔지.”
 아버지 김씨는 김 선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냈다. 초등학교 시절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했던 탓에 축구한다는 것이 당시 못내 아쉬웠다. 그래도 자식이 좋아하는 일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선수 시절에도 2군으로 있다는 소식에 또 다시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역시 막내아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했다.
 “지 혼자 노력 많이 했지유. 우린 뭐 해준 것 없어요. 그냥 저 하고 싶은 거 하게 뒀지.”(어머니 최씨)
 김 선수는 그가 가진 끈기와 노력으로 17년째 프로선수 자리를 지켜왔을 텐데 부모의 마음은 그렇지 못한 듯했다. 김씨는 아들을 좋은 연줄로, 많은 돈으로 뒷받침해주지 못한 게 미안하다. 그간 모아둔 김 선수의 신문스크랩을 보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손자손녀 말이 나오자 금세 얼굴이 환해졌다. 
 “손주녀석은 제 애빌 닮아 볼을 제법 차. 인제 6살인데 축구선수 이름을 줄줄 왼다니까.”(김씨)
 5남매와 손자, 손녀의 사진이 담긴 액자는 집안 곳곳에 훈장처럼 걸렸다. 그중 김 선수가 국가대표로 활동하던 당시 청와대에서 선수단 부모와 김영삼 대통령이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이 눈에 띈다.
 부부는 다시 밭으로 향한다. 곱게 기른 쪽파를 다듬어 5남매에게 파김치를 담가줄 생각이다. 어제는 총각김치를 담아 마당 가득 쌓아 놨다. 지난 정월 쯤 얼굴 봤던 김 선수와 막내며느리에게는 택배로 부칠 예정이다. 고향 향기 가득 담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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