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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간의 위대한 일면을 보여준 연주 - 허진욱 농업기술센터 농업경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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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 연주회를 다녀와서 -

 지난 11일 화요일 저녁 7시 문예의 전당 대공연장에서 열린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 이희아의 피아노 연주회’를 다녀왔다. 내 아이(지은이)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기 위해 며칠전 예매를 하고 연주회 관람을 기다렸다. 온전치 못한 네 손가락을 가지고도 피아노를 칠 수 있다는... 가능치 않을 것 같은, 도저히 가능치 않을 것 같은 것들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다는, ‘하면된다!’라는 신념과 꿈 그리고 희망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부모(주로 엄마)의 손을 잡고 친구들과 어울려 공연장에 모여든 수많은 아이들. 대부분이 초등학생들이었다. 연주회가 시작되면서 내가 첫 번째로 놀란 것은 이희아라는 피아니스트가 어린 아이가 아닌 23살의 처녀였다는 사실이었다. 앳된 아이일 것으로 예상했던 나의 생각이 빗나가는 순간이었다. 무릎 아래 다리가 없는 상태로 (무대로) 걸어나오는 그의 모습에서... 초등생만한 짧은 키에 양손 합쳐 네 손가락인 채로 걸어나오는 무대 위의 그를 보면서 인간의 질기디 질긴 생명력, 그리고 한 위대한 인간을 보게 됐다.
 베토벤의 ‘기뻐하며 경배하세’로 시작된 그의 피아노 연주는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우리민요 ‘도라지’ 등 대여섯 곡을 선보였으며 이어 그의 어머니가 무대에 등장했다. 그리고 나는 이 위대한 피아니스트를 길러낸... 인간 이희아를 존재하게 한 또 한 명의 위대한 인간인 그의 어머니를 보았다. 간호사 출신의 어머니는 아이의 임신 사실을 모르고 감기약을 먹어 이희아란 딸아이를 이 땅에 태어나게 한 장본인이다. 그리고 그런 딸을 포기하지 않고 (갖은 고생 끝에) 이 지상에 유일의 네 손가락 피아니스트로 키워낸 억척스런 어머니였다.
 이 얼마나 숭고한 가치가 있고 또한 자랑스러운 일인가? 그의 어머니는 인근 시군인 태안앞바다의 기름유출사건에 대한 안타까움과 위로의 말을 전하며 이렇게 말을 이어갔다. 아무도 원치 않은 아이인 딸 희아가 이 세상에 나왔을 때 처음에는 차라리 사라지는 것이 -아마 죽음을 의미하는 듯-이러한 사실을 극복하는 길이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얻은 답이 하나님으로부터 기도를 통해 얻은 “일반인과 다르다고 인간이 아닌 것이 아니다”라 했다던가? 그러한 응답을 듣고 의지를 갖고 희아의 삶을 개척해 나갔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러면서 각자 누구에게나 인간에게는 드러나지 않은 그 무엇이 있다는, 이를테면 자기딸 희아에게는 하루 10시간 이상씩 피아노를 연습할 정도로 어머니인 자기보다도 더 강한 인내심이 있었고 피아노 연주에 필수적인 감성이 있었으며 해내고야 말리라는 열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오늘날 희아가 있기까지의 성장과정을 어머니를 통해 들으며 이어 계속되는 보통 연주자도 치기 힘들어한다는 -5년 동안의 피나는 연습 끝에 그의 타이틀곡이 되었다는- 쇼팽의 ‘즉흥환상곡’을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누가 그를 저능아라 말할 수 있는가? 세느빌과 올리버투상의 ‘가을의 속삭임’의 연주는 테잎속에 흘러나오는 오리지널 클래식과 똑같은, 아니 그 이상의 연주 실력이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주님의 은총), ‘사랑의 노래’, ‘넌 할 수 있어’ 등의 즉석 라이브는 상당수준 이상의 실력이었고 연주와 노래 중간의 멘트에서는 유머와 위트가 돋보였다. 너나할것없이 모든 이의 심금을 울렸을 것으로 생각되는 우리민요 ‘아리랑 변주곡’과 하나의 피아노 앞에 둘이 앉아 함께 연주하는 연탄곡을 신기한 모습으로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보게 되었다.
 공연 내내 10여곡 이상의 연주곡을 악보없이 연주하는 그의 모습 속에서 정상적이지 못한 한 인간도 정상인 이상으로 이렇게 거듭날 수 있구나하는 그 어떤 경외감을 느끼게 했다.
 연필 잡을 힘도 없어 어떻게 하면 연필을 잡을 수 있는 힘을 갖게 할 수 있을까? 수리영역을 담당하는 두뇌 부분이 비어 있어 전혀 계산을 할 수 없는 그에게 어떻게 하면 그 두뇌를 회복시킬 수 있을까? 고민 끝에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면 손가락 끝으로 전해지는 그 감각으로 연필잡을 힘과 생겨나지 않을까? 수리능력이 되살아나지 않을까하고 혹독하게 훈련시켰다는 피아노! 그의 어머니의 사랑의 힘! “바다도 한방울의 물로 시작된다!”라는 희아 어머니의 말을 생각하면서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내게 삶의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는 살아있는 감동의 무대였음을 상기하면서... 또한 위대한 인간승리! 정녕 이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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