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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7.12.24 00:00
  • 호수 691

[르포 | 태안기름 유출사고 당진에 경제적 '재앙' 몰고 오다] 연말 앞두고 지역경제에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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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피해 보다 경제적 피해 막급, 태안 기름유출사고로 인한 간접 피해 주요 관광지 관광객 1/3로 줄어, 횟집, 펜션 등 예약취소도 잇따라

“주말에는 없어서 못 팔던 굴인데 기름유출 사고가 난 뒤로는 거의 팔리지 않고 있어.
손님들도 기름냄새가 나는거 아니냐고 물어본다니까...”


석문방조제 인근에서 굴을 팔고 있는 유춘자씨는 지난 주말엔 5천원어치밖에 못팔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편집자 주
지난 7일 오전 7시30분경 태안군 만리포 북서쪽 10㎞ 해상에서 항해중이던 홍콩선적 14만6천톤급 유조선 ‘헤베이 스프리트’와 삼성 중공업 소속 해상크레인을 적재한 1만1천800t급 부선이 충돌하면서 유조선에 실려있던 1만2547㎘의 원유가 바다로 유출돼 국내 최악의 해양오염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로 서해안 일대는 사상 최악의 해양오염과 생태계파괴 등 전문가들은 생태계가 복원되려면 최소한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인근 시·군의 주요 관광지는 관광객 인구가 크게 감소하는 것을 물론 어패류의 유통 자체가 급격히 감소했다. 당진군의 주요 관광지도 해안가의 항포구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어 이번 사고가 항포구 경제권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 태안 기름유출사고 11일째를 맞이하고 있는 지난 17일 삽교천 관광지를 비롯해 군내 주요관광지를 찾았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상인들은 말 그대로 ‘재앙’이라는 표현을 서슴치 않았다.

삽교호내 상가 213곳 거의 임시 폐업상태
삽교천의 경우 평소 주말이면 4000대 가량의 차량들이 주차장을 메웠으나 사고 이후에는 고작 1300여대만 다녀갔을 뿐이다.
삽교호관광지 관리사무소 김영환씨는 “주말에는 일일 주차요금으로만 300만원에서 400만원 가량을 징수하는데 지난 주말에는 130만원이 고작이었다”며 “태안기름유출사고로 인한 관광객 감소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삽교호관광지내에서 해산물을 팔고 있는 박선영씨는 10여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말이면 사람들로 북적이던 길은 한산하기 이를데 없었다.
찾아온 관광객들도 여기는 ‘기름이(기름피해) 없느냐? 해산물에서 기름 뜨는 거 아니냐’며 경계를 한다는 것이다.
박씨는 “여기에서 장사해 벌은 돈으로 아이들 가르치고 생활비로 쓰는데 이런상황이 계속된다면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라며 “직접적인 피해보다도 간접적인 피해가 더 크다”고 말했다.
삽교호번영회 최용안 총무는 “활어횟집의 연말 송년모임 예약취소도 늘어나고 있다”며 “한집에서 많게는 40여건이 취소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활어횟집 뿐 아니라 젓갈류의 판매도 뚝 떨어졌다. 젓갈류도 판매한다는 최씨는 “기름유출사고로 젓갈류의 판매량도 70%로 줄어들었다”며 “이와 같이 간접 피해가 장기화된다면 모두가 문 닫을 판”이라고 말했다.

“없어서 못팔던 굴, 주말에 5천원 벌어”
“평소에는 없어서 못팔던 굴을 지난 주말엔 5000원어치밖에 못팔았어요.”
한진포구 수산물시장에서 굴을 캐 팔고 있는 최복남(50) 부녀회장. 굴을 캐다 까놓기 무섭게 팔리던 굴은 쌓여만 있었다. 찾아오는 손님들도 기름냄새 안나는지부터 묻곤한다. 최복남 부녀회장은 팔려고 까 놓았던 굴을 합덕 들판에 이고 나가 쌀과 바꾸기라도 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최복남 부녀회장은 “언론과 매스컴에서 당진까지 재난지역으로 포함시키는 바람에 관광객들이 당진도 피해를 입은줄 알고 찾아오지 않는다”며 “아무피해 없는 우리까지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한탄했다.
평소 같으면 관광객들로 넘쳐났을 한진포구에는 인근 공단에서 점심을 해결하려고 찾아온 이들만 간간이 눈에 띄었다. 한진포구 지경석 어촌계장은 “평소 주말에는 포구 입구부터 차량들이 줄을 서 있었지만 사고 후 포구를 돌아다니는 차량은 모두 포구 주민들의 차량 뿐”이라며 “한진해돋이 축제를 앞두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질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삽교호관광지나 한진포구가 이렇다 보니 석문방조제 근처에서 굴을 캐다 팔고 있는 유춘자(66)씨의 상황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유씨는 장고항리에서 평생을 살아오면서 바닷가에서 나는 바지락과 낙지, 굴을 따다가 팔아왔다고 한다. 하루에 많이 팔 때는 10만원도 팔고 주말에는 20만원도 팔곤 했다. 그러나 지난 주말에는 5000원어치 밖에 못팔았다. 주변 포장마차들 중 한 곳은 아예 장사를 포기했다.
유씨는 “이곳에서 번 돈으로 생활비도 하고 병원비로도 쓰고, 손주들 용돈도 주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석문방조제 인근 마섬포 회집의 이민숙(45)씨는 “한달전 횟집을 리모델링했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생기니 황당하기만 하다”며 “사고전에는 세명이 일했는데 지금은 혼자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고항 포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등대횟집의 성경희씨는 “16년을 장사해오면서 IMF도 모르고 지나갔는데 이번 사태는 너무나 심각하다”며 “마을을 지나다니는 차량은 전부 마을사람들뿐 이다”고 말했다. 성경희씨는 “굴을 예약했던 것도 취소되고 심지어 점심에 칼국수 한그릇도 못팔고 있다”고 말했다. 성경희씨는 “심지어 음식물 쓰레기 수거 차량들도 그냥 나가고 있다”고 말문을 흐렸다.
석문새마을금고 김정호(34) 과장은 “카드전표나 잔돈교환을 위해 관할 상가들을 다녀보면 상가마다 손님이 없어 주인혼자 가게를 지키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주인들도 당분간 오지 말라고 하는 곳이 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왜목 숙박업소들 예약 취소 늘어
왜목마을의 숙박업소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마찮가지다. 객실 34실의 규모인 선라이즈모텔을 운영하는 김연근(49, 여)씨는 “평일에도 객실이 20여개는 찼는데 지난 주말에는 10개도 차지 않았다”며 “4년간 숙박업을 해왔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숙박업소 주변상가들도 초저녁이면 불을 끄고 장사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선라이즈모텔 인근의 한 숙박업소도 주말에는 방이 가득 찼으나 지금은 70% 정도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왜목에서 숙박을 하며 인근 관광지로 관광을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숙박업소에 손님이 없다면 다른 곳은 두말할 것도 없을 것”이라며 “우리 모텔의 경우도 태안 기름유출사건 이후 30~40건의 예약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왜목해돋이 행사가 있어 희망을 걸고 있다”며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태안이나 서산시에는 미안한 마음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관광지를 방문해 주는 것도 지역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촌공사 대호환경사업소의 농어민 교육복지센터의 경우도 대규모 숙박예약이 취소되는 등 전년에 비해 숙박량이 30%가량 줄었다.
대호환경사업소 김광진 소장은 “대호암반 해수탕과 농어민교육복지센터를 중심으로 통계를 내본 결과 관광객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0% 가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반인의 경우 10% 가량이, 단체의 경우도 예약이 취소되는 경우가 많은데 도비도가 서산시와 인접해 있어 관광객의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왜목마을 해돋이 행사 개최놓고 고민
이처럼 관광객이 감소하고 인근 시·군이 피해를 입자 왜목마을 해돋이 축제개최여부도 재검토 되기도 했었다.
왜목마을 해돋이 축제추진위원회 조덕행 위원장은 “인근 시군에서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축제를 개최한다는 것이 도의적으로 마음에 걸리나 이럴 때일수록 힘을 내고 우리지역은 피해를 입지 않은 안심해도 되는 지역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해돋이 행사를 개최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광개발사업소 송창석 소장은 “왜목마을은 38%, 삽교호관광지는 33% 이상 관광객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관광객 감소로 인한 간접적인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재난지역으로 선포됐지만 지원혜택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종기 군수는 기자간담회에서 “태안기름유출로 서해안이 시름에 잠겨 있어 해돋이 행사를 개최해야하는지 고민이 많았지만 당진군민 전국의 모든 국민들에게 우리지역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해돋이 행사를 개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놀고 마시는 축제보다는 새해 희망과 소망을 기리는 행사로 차분히 펼쳐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태안기름유출사고 현재 진행상황은
이번 사고로 유출된 원유량이 당초 예상치인 1만500㎘보다 20%가량 많은 1만2547㎘가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기름제거 방제작업으로 전체 양은 계속 줄어드는 등 해상방제가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천수만 남단 입구인 원산도, 영목항 부분의 기름띠도 집중적인 방제작업으로 대부분 제거됐다. 전북 군산시 연도 아래까지 밀려 내려갔던 옅은 기름띠와 타르덩어리들도 추가로 발견되지 않는 등 확산세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번 태안 기름유출과 관련해 설치된 당진군청 재난상황실의 총괄책임을 맡고 있는 환경과 김홍수팀장은 “사건 발생 직후 당진군 해상으로 기름이 유입될지 여부에 관심을 갖고 총력을 기울였으나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별다른 상황은 보고되고 있지 않다”며 “24시간 비상대기에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우리나라 전문가들도 예측하기 힘든 국내 최대 규모의 사고”라며 “현재 북서풍의 영향으로 기름이 남쪽으로 유입되고 있지만 봄이 오면 다시 북쪽으로 올라 올 수도 있어 추이를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고로 인해 해양 생태계가 파괴되고 당진해양생태계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며 “최소한 1년간은 생태계 환경조사 등 꾸준한 조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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