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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우리 삶을 가치 있고 위대하게 만드는 28가지 질문
인생의 발견
2017년 02월 15일 () 09:00:51 안세영 mjmedi@mjmedi.com
   
시어도어 젤딘 著 문희경 譯 어크로스 刊

책읽기가 힘든 나날입니다. 그동안 TV를 거의 보지 않고 살았었는데, 요즘은 저녁 뉴스프로그램에 눈과 귀를 기울이는 게 아주 다반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상상력과 인내심의 한계를 초월하는 이야기가 연일 계속 쏟아지니, 평안한 마음으로 책장을 들출 여유가 여간해서는 안 나더라고요. 얼마 전 일어난 국내 2위 규모의 대형 서적도매상인 송인서적의 부도 역시, 근래의 엉망진창 정치 때문 아닐까요? 평일에는 jtbc뉴스 봐야지, 주말에는 촛불 들고 광화문 가야지, 언제 책 볼 겨를이 있겠어요?

방금 전에야 어렵게 다 읽은(?!) ‘인생의 발견’은 출근길 전철에서 신문을 훑어보던 중, 어느 분(이름은 까먹었습니다ㅠ.ㅠ)의 사설을 읽고 구입한 책입니다. “세포는 노화로만 죽는 게 아니라 주변의 다른 세포들과 신호를 주고받지 못할 때 죽는다.”는 내용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저는 ‘존재론’이 아니라 ‘관계론’에 대한 설명으로 받아들이며 재미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글쓴이는 불법성형시술 의혹이 짙은 ‘혼밥’ 여왕의 소통부재가 나라를 이 지경 이 모양으로 만들었다는 날선 비판의 뜻으로 썼으리라 여겨집니다.

저자 시오도어 젤딘(Theodore Zeldin)은 현재 대화·소통·호기심을 장려하며 낯선 사람들 간의 지적 교류를 돕는 비영리단체 ‘옥스퍼드 뮤즈(The Oxford Muse)’ 재단을 이끌고 있는, 라틴어·철학·역사 전공의 80대 중반 교수입니다. 미수(米壽)를 코앞에 둔 역사학자답게 수천 년 인류 역사를 종횡무진 펼쳐놓는데, 책을 읽노라면 거시 역사가 아닌 시시콜콜한 미시 개인사가 주 전공으로 생각될 만큼 생동하는 각 개인의 삶을 그려냈다는 느낌을 받으실 겁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이 책의 핵심입니다. 노교수님의 언설 그대로를 옮기면, “살아있다는 것은 그저 심장이 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심장은 어떻게 뛰고 다른 정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아채는 일이다. 삶을 공격하는 치명적인 질병은 생전 경직(rigor vitae), 곧 호기심을 다 태워버리고 반복적이고 무감각한 일상에 안주하는 정신의 경직 상태다. 이는 살아있다는 착각을 주기 때문에 사후 경직(rigor mortis)보다 위험하다. 전에는 생각해본 적 없는 생각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서 영감을 얻지 못한다면, 그저 명목상으로만 살아있을 뿐이다.”라는.

책은 모두 28장으로 나뉘는데, 각 장의 제목은 살면서 한번쯤 생각해봄직한 질문들입니다. 가령, 헛된 삶이란 무엇인가(2장), 자살하는 방법은 얼마나 많을까(7장), 편견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10장), 소울메이트의 부재를 무엇이 대신할 수 있을까(18장), 마음이 젊으면 노화를 피할 수 있을까(26장), 살아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28장) 등이지요. 물론 정답을 제시하진 않습니다. 대신 무진장 많은 힌트를 줍니다. 각자 자기만의 해답을 찾아보라는 의미일 겁니다. 저는 “삶의 선물에는 무한히 다채로운 자연 세계와 타인의 상상력이나 독창성과 연결하라는 자극이 들어 있고, 이런 선물에 감사하는 마음이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랑의 반경이 넓어지면, 더 활기차게 살 수 있다.”를 저의 해답으로 삼았습니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안 세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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