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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1999.04.05 00:00
  • 호수 268

어둠을 걷어내는 새벽의 세남자 - 신문사랑 김형태, 신동복, 홍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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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랑 / 김형태·신동복·홍기석



어둠을 걷어내는 새벽의 세남자



서비스가 생명, ‘일간지 종합지국’ 들어보셨나요?





세상이 깊은 잠 속에 빠져있는 시간, 늦게서야 잠드는 사람들은 간신히 잠을 청하고 얼큰하게 취기가 든 사람들은 하루를 마감하지 못한 채 아직도 길거리를 배회하는 새벽 1시30분.

당진읍 읍내리 기업은행 맞은편 건물 3층에는 벌써 하루를 시작하는 불이 켜진다. 그리고 세명의 젊은 남자가 비밀결사대처럼 조용히 모여든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비밀무기를 실은 듯한 차량들이 짐꾸러미를 내리고 속속 지나간다. 흡사 무기밀매를 연상시키는 이 장면은 그러나 조간신문을 보급하는 보급소의 모습이다. 게다가 이곳은 10여개의 일간신물을 동시에 보급하는 총판보급소 좥신문사랑좦. 한겨레, 국민일보, 조선일보, 대한매일, 한국경제, 내외경제, 스포츠조선, 스포츠서울, 코리아 헤럴드, 한겨레21을 보급하고 있다.

스물일곱살 동갑내기로 이루어진 3인조, 김형태, 신동복, 홍기석이 오늘의 주인공. 그러나 '신문사랑'이라는 이름에 담긴 따뜻한 어감에도 불구하고 총판보급소라는 말은 생소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각 지국별로 해오던 보급·배달체계를 통합한 겁니다.”

3인조 중에서 총관리를 맡은 김형태씨가 말한다. 아하, 그렇군요. 하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

“그동안 중앙일간지들은 지국을 통해 부수경쟁을 해왔습니다. 때문에 강제투입, 안면에 의한 울며겨자먹기식 구독 등 구독자 문제를 낳으면서도 각 지국마다 운영상의 한계 때문에 독자서비스를 시행할 수 없었죠. 이를테면 오지배달을 하지 않는다든지 구독중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 등 입니다.”

“말하자면 배달업무를 통합해서 일간지 구독자에게 최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죠.”

영업관리를 맡은 홍기석씨가 거든다.

이들에 따르면 10여개의 신문보급을 통합·시행하면서 독자의 편의가 무엇보다 많이 늘었다. 한 예로, 신문 한가지를 보급할 경우 오지마을의 독자 한명을 위해 새벽배달을 갈 수 없지만 이 신문 저 신문 합하면 그 마을에도 독자가 여럿돼 갈만한 여건이 된다는 것이다. 전에는 엄두도 못내던 산골짜기며 바닷가며 삽교천, 고대공단까지 직접 배달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는 것.

그뿐 아니다. 안면으로 한번 들이밀면 좀체로 끊을 수 없던 문제도 한 신문이 지루할 때 다른 것으로 쉽게 교체해줄 수 있고 농번기 때는 잠시 중단시켜주기도 한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세세한 독자관리와 독자정보관리가 필수다. 이 업무를 홍기석·신동복씨가 나누어 맡고 있다. 한서대 정보통신과 재학중인 홍기석씨의 몫도 그래서 크다.

특히 새벽 한시간은 종류가 많은 신문을 구역별로 분류해 묶는데 할애된다. 배달의 장본인들인 배달사원 16명(많을 때는 20명)이 새벽 3시면 열평 남짓한 신문사랑으로 몰려든다. 새벽6시까지 두세시간 동안 총출동. 이들이 도는 배달코스는 하루에 무려 300㎞~500㎞. 학생, 일반, 주부가 비슷한 비율이다.

새벽 6시 집결. 단 한대의 휴대용 가스렌지로 밥을 지어, 많을 때는 열명이서 아침식사를 해결한다. 다시 문이 잠긴 집, 누락된 집을 찾아 2차, 3차 투입완료. 아침 9시부터 오전에 잠시 자유시간이지만 오후에는 또 수금, 지로발송, 독자확대를 위한 전면전이다. 어느 한 신문도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잠은 틈나는 대로 잡니다. 아직도 주위에선 별로 알아주지 않지만 일간지 종합지국, 즉 신문총판은 곧 붐이 일어날 겁니다. 독자들도 더 많은 서비스를 원하고 있고, 신문없이 살아갈 수 없는 사회에서 신문보급 서비스업에 대한 인식도 달라져야겠죠.”

이들이 입을 모아 하는 말이다.

“한달에 26일 신문 넣고 9,000원이면 한 집에 한번 신문 넣는 일은 65원 꼴 밖에 안됩니다. 하지만 이들의 서비스없이 조간신문 구독이 가능이나 하겠습니까?”

남달리 배달사원에 애착을 갖는 이들은 한푼이라도 높은 보수, 한번이라도 더한 관심, 인간적인 애정을 갖고 사원들을 대한다. 학생 사원에게 영어숙제를 내주고 검사도 한다니... 이것은 바로 그들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존심이기도 하다.

“신문사업도 지역환원사업입니다. 신문사랑은 그 정신에 벗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겁니다.” “첫째는 독자서비스, 둘째는 사원서비스입니다.”

앞으로 더많은 지국의 배달체계를 통합해 보겠다는 젊은 그들, 그 야무진 얼굴들을 보니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다.

김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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