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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호천웅 전 신성대학 교수] 회자정리(會者定離)가 아닌 이자정회(離者定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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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임을 맞으며 -

 저는 당진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입니다. 당진서 태어났고 친가와 외가가 모두 당진이어서 DNA 검사를 해도 순수 당진인이기에 더욱 그러합니다.
 축복 받은 땅, 당진 사람이란 게 늘 자랑스럽습니다. 게다가 당진에 있는 신성대학 교수라는 게 더욱 자랑스러웠습니다. 방송기자 생활 30여년의 1모작에 이어 이번에는 대학교수라는 2모작을 잘 마치고 3모작의 길을 모색하게 된 저는 정말 행운아입니다.
 신성대학에서의 5년은 개인적으로 보람이 많은 시기였습니다. 첫째로 저에게 대학교수라는 영예로운 칭호를 얻게 했습니다. 두번째로 문단에 데뷔했고 문인협회 회원으로 수필가란 칭호도 얻었습니다. 세번째로 막내딸을 미국에 유학보낼 수 있었고 일류대학에서 1년 만에 석사학위를 받는 기쁨도 누렸고 선교사로 우뚝 서 여러 나라를 드나드는 장하고 귀한 모습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네번째로 아내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목사 자격을 얻게 된 것도 기쁨입니다.
 이 모두는 제가 신성대학에 오지 않았더라면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아들 장가도 보냈고 올해는 손자도 보았습니다. 그리 보면 일년에 한 가지씩 보람을 얻은 셈입니다. 이병하 학장님을 비롯한 신성대학이 저에게 주신 큰 선물이어서 크게 감사드립니다.
 어느 유명한 목사님이 인생은 3가지 유형이 있다고 설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채권자적인 삶과 고립주의적인 삶, 그리고 채무자적 인생이랍니다. 채권자적인 삶은 남 때문에 내가 손해를 보았다고 가슴 아파하고 불행해하는 삶이고 고립주의적인 삶은 자기만을 챙기는 삭막한 이기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고 채무자적인 삶은 나는 받기만 했다, 나는 빚 진자라는 의식의 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기를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삶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면 저는 신성대학 생활 5년 동안 철저하게 받았고 내 몫만 챙긴 채무자적인 생활을 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5년 전 제가 고향인 이곳의 신성대학에 부임을 하면서 나름대로 다짐을 했었습니다. 그리고 지역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도 있었습니다. 고향에서 마지막 봉직을 하면서 대학이 우뚝 서는데 한 몫하고 아울러 고향의 발전에도 한 역할을 단단히 하리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철없는 객기였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대학과 고향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떠나게 된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채무자로서 대학을 떠나면서 교수 여러분께서는 채무자가 되거나 남 때문에 내가 어렵거나 손해를 봤다고 불행해하는 채권자가 아니라 내가 우리 대학의 발전에 큰 몫을 했다는 당당한 채권자로서 떳떳하고 자랑스런 주인으로 자리매김하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이제 우리 대학도 엄청나게 발전했고 커졌습니다. 어떤 조직이나 도시도 어느 규모이상으로 커지면 스스로 자기 질서 안에서 발전한다고 합니다. 바람직한 질서는 구성원 하나하나가 각자 자기 몫을 다하고 교수는 교수답고 학생은 학생다운 그런 기본 아래서 형성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입니다. 모자람은 죄를 짓는 것이고 지나침은 악을 쌓는 일입니다.
 어제 새 대통령이 취임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봉하 마을로 갔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저는 공통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첫째가 상고 출신이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2003년 2월에 취임해서 5년 동안 봉직하다가 2008년 2월에 퇴임한다는 것입니다. 두드러지게 다른 점도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5년 동안 잘못한 게 없다(5年 無省)는 당당함으로 일관했고 저는 항상 잘못이 했다는 후회와 회한을 되풀이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노 대통령도 지금은 아마도 개인적으로는 적지 않은 후회와 회한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봅니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는 미완의 존재라고 합니다. 항상 자신의 부족함을 되돌아보는 미덕을 갖춰야 한다고 성현들은 가르치셨습니다. 반성하고 되돌아봄은 나아감을 위한 바탕이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기 위해서는 긍정과 활력이 필수일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 대학의 이름인 신성이라는 말이 참 멋지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신성이라는 말을 빌어서 ‘조직원 모두가 신명나는 그래서 성공하는 대학’으로 발전해주길 부탁합니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있지요 만나는 사람은 헤어지게 마련이라는 뜻이지요. 여기에 저는 이자정회(離者定會)라는 말을 억지로라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헤어지는 사람도 만나게 돼있다는 뜻입니다. “이별은 다시 만날 운명의 새로운 뜻이 있다”고 한 그리스의 철학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건강하십시오. 다시 한번 여러분 모두 신명나게 성공하는 인생의 주역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저도 신명나는 3모작을 시작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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