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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진포구
  • 입력 2008.03.24 00:00
  • 수정 2016.02.03 21:55
  • 호수 703

봄 맞은 성구미 포구를 가다 - 30여일간의 투쟁... 그 이후 생업으로 돌아간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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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에 깃든 봄기운, 가슴에 남아 있는 상처

▲ 해산물을 사기 위해 온 관광객들이 어민들과 흥정 중이다.

완연한 봄기운이 감돌던 지난 18일 송산면 가곡리 성구미 포구를 찾았다. 요즘 성구미 포구에서는 쭈꾸미와 간재미, 도다리가 한창이어서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구고 있다. 특히 간재미는 성구미 포구의 명물이다.
성구미 포구를 찾은 이날 평일임에도 주차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차들이 주차장을 메우고 있었다. 관광객들도 삼삼오오 모여 다니며 성구미 포구의 봄바다를 한껏 느끼고 있었다.
횟집 등 식당과 포장마차에는 요즘 한창 별미인 간재미 회를 즐기고 있는 가족들과 친목단체 단위의 관광객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포구의 상인들도 모처럼 따스한 봄기운처럼 밝은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밝은 표정도 얼마전까지 보기 힘든 것이었다.

지난 30여일간의 투쟁
성구미포구 주민들은 지난 30여일간 송산지방산업단지 건설로 인한 소음 피해대책을 주장하며 ‘주민들이 이주할 때까지 근접공사를 하지 말아달라’고 시공사측과 투쟁을 벌여왔다.
주민들은 몰아치는 한밤의 차가운 바닷 바람속에서도 투쟁을 해왔다. 30여일간의 투쟁으로 쓰러지는 주민들이 속출했고 사측과의 몸싸움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로 주민들이 경찰에 고발되기까지 했다.
더욱이 사정을 모르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성구미 주민들을 보상에 눈이 먼 사람들로 오해하며 따가운 눈초리로 쳐다볼 때 그들의 가슴에는 밤바람보다 더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결국 주민들은 외로운 투쟁끝에 지난 3월8일 스스로 집회를 중단했다. 아무런 대가나 소득도 없이 그저 사측과 대치했던 곳의 쓰레기와 집회용품들을 말끔히 치우고 해산했다.
주민들이 밤새 천막을 치고 지키던 곳에는 이제 그 흔적만 남아 있다.

아물지 않은 상처 안고 생업으로
주민들은 이제 모든 것을 잊고 다시 생업의 현장으로 돌아왔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그물을 치고 한배 가득 고기를 잡아왔다.
아낙네들은 남편이 잡아온 고기를 포구에서 관광객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한달 동안 문을 닫았던 가게들이 다시 문을 열자 관광객들도 다시 찾아오기 시작했고 끊겼던 단골들도 다시 성구미를 찾았다. 주민들은 다시 큰소리로 관광객들을 불러세우고 해산물을 팔고 있지만 예전처럼 크게 웃지는 않는다.
얼마전 주민대책위원장직을 사임했다는 우동기씨는 성구미포구 주민으로 돌아가 바다에 나가 그물을 치고 고기를 잡고 있었다. 이날도 바다에 그물을 치고 돌아와 배에 넣을 기름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씨는 “지난 2월 주민대책위원장을 사직하고 싶어 사직서를 냈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었다”며 “집회기간 중 어려운 여건속에서 희생을 감수하며 단합된 모습으로 삶의 터전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준 주민들에게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사로 인해 불편하지만 우리 자녀들의 일터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서 너그럽게 이해하기로 했다”며 “아마 사측도 반성하면서 지역주민들과 상생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발 더 가까이 다가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간재미 한 접시를 놓고 소주 한 잔을 들이키던 그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나 그의 얼굴 한켠에는 투쟁과정에서 본 대기업의 태도에 분노가 남아 있는 듯했다.  대립과정에서 불미스런 일로 주민들을 고발한 시공사측은 주민들이 농성을 중단한 뒤에도 아직까지 고소를 취하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성구미포구에서 만난 주민들
다시 생업의 현장으로 돌아온 주민들은 태안기름피해의 여파와 시공사측과의 투쟁으로 발길을 돌렸던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주민들은 요즘 한창 잡히는 간재미 회를 홍보하기 위해 곳곳에 현수막를 걸었다. 또 중앙방송에 포구를 홍보하며 발길을 돌렸던 관광객유치에 나섰다.
“예전만은 못하지만 날씨가 풀리면서 많은 관광객들이 다시 찾아주고 있어 기쁘죠. 관광객들을 위해 최대한 친절하고 서비스를 많이 해주려 합니다”
성구미포구 최성기 번영회장의 말이다.
10년을 넘게 성구미포구에서 장사를 해온 신정애(64)씨는 “단골손님도 다시 찾고 처음보다는 손님들도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태안 기름피해의 영향도 있고 그동안 장사하지 못한 영향도 있어 정상화되려면 시일이 걸릴 것 같단다.
집회과정에서 너무나 힘들었다는 신씨는 “며칠씩 앓아 눕기도 했다”며 “주민들도 해산했으니 성구미 포구가 다시 예전처럼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가 될지 내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나갈 것이라면 빨리 나갔으면 좋겠다”며 “삶의 터전을 잃는 것이 아깝지만 공사로 인해 더 이상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간재미회를 맛깔스럽게 무치고 있던 정숙자씨는 “4월까지 쭈꾸미며 간재미며 도다리가 많이 잡히는데 많은 관광객들이 성구미를 찾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금만 더 이곳에서 장사하고 싶어요.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왔는데 다른 곳으로 이주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해요”
정씨의 말에서 활력을 찾은 성구미 주민들의 가슴속 상처가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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