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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진돈의 도서비평] 한계를 넘게 해주는 철학의 힘
도서비평 | 탁월한 사유의 시선
2017년 06월 09일 () 08:54:50 김진돈 mjmedi@mjmedi.com

 

   
최진석 著
21세기북스 刊

저자는 우리의 삶을 각성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보려고 덤빌 수만 있다면, 최소한 자기가 자기의 주인이 아니었다는 감춰진 사실만이라도 스스로에게 노출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 책은 2015년 건명원에서 5회의 철학 강의를 묶은 것이다. 우리가 처한 한계를 뛰어넘게 해주는 것이 인문적 시선이고 철학적 시선이며 문화적 시선, 예술적 시선이다. 이 높이에서만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활동성이 나오기에 우리는 이 높이의 사유를 획득해야만 한다.

철학은 살아 있는 ‘활동’이고 ‘사유’다. 철학적 차원에서 사유한다는 말은 전략적 차원에서 움직인다고 할 수 있다. 한층 더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다는 의미다. 1840년 발발한 아편전쟁은 ‘동양에 대한 서양의 완전 승리’ ‘서양에 의한 동양의 완전 패배’를 의미한다. 아편전쟁을 통해 서양이 동아시아에서 완전 승리의 힘은 어디서 온 것일까? 1760년부터 1840년 사이의 산업혁명 시기로까지 올라간다. 토인비가 산업혁명이 완성된 해를 1840년으로 보았는데 그때 중국의 굴욕, 아편전쟁이 발발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이후 중국인들은 과학기술도 중요하지만 그 배후에는 강한 힘을 발휘하는 정치개혁이나 제도개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할 정도로 사유의 높이가 상승했다. 1949년 세워진 중화인민공화국은 철학적인 혁명으로 중국의 중심 철학이 유교에서 서양의 철학적인 마르크스-레닌주의로 이동한 것이다. 개혁 방법의 최종적인 선택은 결국 문화이고, 사상이고 철학이었다. 

일본은 1854년 美 페리제독에 의해 강제개항을 한다. 20년동안 영국과 미국이 중국과 일본에 그랬듯이 다른 나라를 강제로 개항시킬 정도까지 부강해져버린다. 이런 개항의 시간차가 근대 국력의 차이를 형성한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일본의 그 힘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요? 1874년 일본이 철학이라는 관점을 갖기 시작했다면 중국은 1917년이 되어서야 한다.  

철학자들은 다른 누군가를 닮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만의 시선으로 자기처럼 산 사람들이다. 노자도 공자도 칸트도 헤겔도 모두 ‘자기처럼’ 산 사람들일 뿐이다. 『장자』를 읽고 감명 받았으면 장자처럼 사는 것을 꿈꾸기보다 자신도 장자가 사용했던 높이의 시선을 지금 자신의 시대에서 사용해보려고 덤빌 일이다. 

철학은 ‘시대’라는 현실적 맥락 속에 살아 있는 것이다. 당시 그리스인 모두가 만물의 근원을 신이라고 말할 때, 탈레스만 거기서 이탈해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고 말한 것이다. 철학은 구체적인 현실 속에서 발생한다. 특정한 내용의 철학이 생산되는 시점에서는 구체적인 현실과 추상적인 이론이 하나의 맥락 아래 함께 있다. 그런데, 그것이 수입될 때는 그 시대적 맥락은 사라지고 추상적인 이론으로만 들어온다. 특히 우리에겐 시대적 맥락이 생략된 추상적인 이론체계만 붙들고, 그것을 바로 철학으로 생각해버리곤 한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반역의 삶을 사는 일이다. 즉 기존의 문법을 넘어 세 문법을 준비하려는 도전, 정해진 모든 것과 갈등을 빚는 저항, 아직 오지 않은 것을 궁금해 하는 상상 등이 반역의 삶이다. 내가 한 인간으로 잘 살고 있는지, 독립적 주체로 제대로 서 있는지, 철학적이고 인문적인 높이에서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나는 어떤 꿈을 꾸고 있는가?”, “나의 삶이 내 꿈을 실현하는 과정으로 되어 있는가?”를 확인하면 된다. 꿈이 없는 삶은 빈껍데기이다. 

기존의 가치관을 죽여야 새로운 통찰이 생긴다. 장자는 <제물론>에서 吾喪我:나는 나를 장사지냈다. 가치관으로 결탁되어 있는 자기를 살해하지 않으면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드러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자기살해 이후 등장하는 새로운 ‘나’, 이런 참된 자아를 우리는 독립적 주체라고 한다. 장자의 ‘자기살해’는 기존의 가치관에서 결탁되어 있는 나를 죽임으로써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충만해 통찰력을 발휘할 수 있는 虛心의 상태를 갖게 한다. 능동적 주체를 장자 식으로 표현하면 자신을 지배하던 규정적 관념, 成心으로부터 벗어난 逍遙의 경지에 있는 사람이다. 자기 안에 오로지 자기만 남긴 상태를 虛心, 혹은 無心으로 표현한다. 

『순자』<勸學>편에 흙을 쌓아 산을 이루면 거기에 바람과 비가 일어나고(積土成山, 風雨興焉)가 있다. ‘적토성산’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것도 이룰 수 없다. 그 내면을 두텁게 준비하는 과정이 ‘적토산성’이다. 상상력이나 창의력은 ‘적토산성’ 이후에 얻어지는 행운이나 선물 같은 것이다. 자신의 사명을 발견하고 거기에 몰두하는 일이 ‘적토산성’이다. 내공이 갖춰진 내면은 향기처럼 발산되므로 각자의 향기를 준비하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 

모든 철학은 시대의 자식이다. 한 시대의 특수한 문제의식을 보편적 단계의 사유 체계로 승화시킨 것이 철학이다. 어떤 철학자가 해놓은 생각의 결과물들을 그대로 받아들여 내면화하는 것이 철학하는 것이 아니다. 그 생각의 결과들이 어떤 구체적인 세계를 토대로 형성된 것인지를 이해한 후, 지금의 세계에서 나에게 포착된 시대의 문제를 지성적인 높이에서 계속 생각해보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철학이다. 자기만의 진리를 구성해보려는 능동적 활동성이 진정 진리를 대하는 태도일 것이다.

김진돈
시인, 서울 송파구 운제당한의원장, 
송파구한의사회장, 송파구립도서관 통합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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