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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8 10:4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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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①] 사료값·유가폭등에 수입전면개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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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료값 폭등·쇠고기 수입개방 ‘내우외환’, 농가 줄도산 우려 한우도 차별화·고급화 전략 필요, 원산지표시 철저한 시행도

▲ “요즘같으면 소는 먹이면 먹일수록 밑진다”는 서흥석씨. 그러면서도 애꿎은 소를 어쩌지 못해 사료를 준다. 사료값은 작년보다 두배나 뛰었다.

편집자주
 미국의 쇠고기 협상이 지난 18일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이라는 최악의 결과로 마무리되고 말았다. 이 협상결과에 따라 당장 5월말부터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이 전면개방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방문 도중 적극적으로 이뤄진 협상인데다 사료값 폭등, 고유가 행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타결되어 국내 축산농가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게다가 광우병 발생 위험물질이 포함되어있다는 이유로 세계 어느 나라로 수입을 하지 않고 있는 30개월령 이상의 소와 소뼈, 내장까지 수입하기로 해 국민들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이번 미국 쇠고기 협상 결과로 인해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국내 한우농가들과 수입쇠고기의 수입확대로 더 큰 간접적인 타격을 입는 국내 양돈농가들의 중심으로 2회(1회-한우·2회-양돈)에 걸쳐 특집 기획기사를 준비했다.

소값 10∼15% 급하락해
 고대면 옥현리에서 한우와 송아지를 합해 40여두 가량을 사육하는 서흥석 이장은 “앞이 캄캄하다”고 한숨부터 내쉬었다.
 “소값이 얼마나 많이 떨어졌는지... 암송아지 한 마리를 5∼6개월 동안 사육하는데 사료값만 100만원이 넘게 들어. 이 송아지를 팔면 기타 비용을 합해 200만원 이상은 받아야 하는데 지금은 150만원을 넘기기 어려워.”
 서흥석 이장은 “현재 한우는 먹이면 먹일수록 밑지는 것”이라며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서흥석 이장은 “얼마 안 있다가 밑지지 않을 때 소를 팔아버려야겠다”고까지 말했다.
 (사)전국한우협회 당진군지부의 성낙서 지부장은 “미국산 쇠고기 협상 타결 이후 소 매매가 거의 없어 도대체 얼마나 가격이 떨어졌는지, 어느 수준인지조차 알 수가 없다”며 “앞으로 더욱 하락할 텐데 축산농가들은 매우 암담하다”고 말했다.
 각 공판장별로 가격 하락폭이 어느 정도인지는 정확한 통계가 나와있지 않고 거래 자체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라 속단할 수 없지만 농민들은 최소한 50만원 이상 폭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축산물가격정보를 제공하는 농협중앙회의 ‘축산사이버컨설팅’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490만원이었던 암소(600kg)의 가격은 지난 23일 451만원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12월에는 200만원을 호가하던 암송아지(4∼5개월령) 가격도 173만원까지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표 참조)

사료값은 오르고, 소값은 떨어지고
 축산농가들을 더욱 어렵게 하는 것은 폭등하는 사료값이다. 농민들은 사료값이 최근 1년여 동안 두 배 가까이 올랐다고 말하고 있다. 당진읍 사기소리에서 10여두의 소를 키우는 한성문 전 당진군농민회장은 “사료값이 최근 1년새 50% 이상 오른데다 고유가 행진이 계속돼 소를 키우는 농민들은 먼산만 쳐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즉 축산농가들은 사료값 폭등이라는 ‘내우’와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이라는 ‘외환’을 동시에 맞고 있는 것. 대부분의 축산농가에서는 약 30개월 가량 소를 비육한 다음 거래시장에 내놓는다. 송아지는 평균 4∼5개월 가량 비육했을 때 판매된다. 사료 1포대(25kg)의 가격이 지난해에만 해도 5800원이던 것이 요즘은 1만원을 육박한다. 40여두를 사육하는 서흥석 이장은 “송아지 한 마리를 비육하는데 어미소가 먹는 양까지 합해 사료값만 100만원을 넘는데 송아지를 팔면 인건비도 못 건지고 있다”며 “소를 먹이면 먹일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앞으로 소 가격은 더욱 떨어질 것이어서 농가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타결된 한미FTA(자유무역협정)에 따르면 현재 40%인 수입산 쇠고기의 관세는 앞으로 14년간에 걸쳐 완전 철폐된다. 매년 2.7%씩 감축돼 15년 후에는 무관세가 된다. 무관세가 되면 현재 kg당 8500원(한우가격은 kg당 1만5800원)인 수입산 쇠고기의 가격은 돼지고기 가격에 육박하는 kg당 5천원 가량까지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농가위한 대책들 실효성 ‘의문’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에서는 농가들을 위해 각종 대책을 발표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지난 정권에서 발표했던 대책이라는 이유로 실효성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한성문 전 농민회장은 “원산지 표시제나 브루셀라 병 발생시 80% 보상 후 폐사 등의 대부분의 대책은 지난 정권 때 내놓았던 대책이었는데 제대로 실행되거나 정착된 제도는 하나도 없다”며 정부의 무성의함을 지적했다.
 농민들은 반드시 정착시켜야 할 제도로 몇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제일 먼저 정착되어야 할 제도는 원산지표시제의 확립. 정부에서는 원산지표시제도 적용 대상 업소의 기준규모를 절반으로 줄이고 단속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농민들은 현행 기준에 맞는 대상은 이른바 ‘전문식당’밖에 없다며 소매점과 소규모 식당까지 원산지 표시제를 확대적용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해야 한다. 현재 한우의 가격이 높아진 이유는 과도한 중간 유통구조 때문. 일부 농민들은 소비자가격의 40%이상이 중간 유통단계에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농민들이 직접 조합을 구성해 도살과 판매까지 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우의 안전성 향상을 위해 음식물 원산지 표시와 같이 한우 생산이력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송아지의 출산부터 혈통을 확실하게 기록하고 백신접종부터 사소한 치료까지 기록하도록 해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다.
 송아지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내려가면 수익보전을 받는 ‘송아지 안정제 사업’의 확대시행도 필요하다.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으로 송아지뿐만 아니라 소값도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에서는 소값과 사료값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송아지 안정제 사업은 송아지 가격이 120만원 아래로 떨어지면 최대 20만원까지 보상을 받는 일종의 ‘보험’ 형태로 시행되고 있다. 농민들은 이 120만원이라는 기준선을 더욱 낮춰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으며 일본에서 시행하고 있는 사료안정기금을 조성해 농가들을 지원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우도 차별화·고급화 전략 필요
 정부의 대책과 함께 축산농가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오고 있다. 당진군농업기술센터에서 10년 이상 축산분야에서 일해온 환경축산팀의 김선호 담당자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한우도 그동안 ‘육량·육질’ 중심이었던 것을 ‘육질·안정성’ 중심으로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선호 담당자는 덧붙여 “1등급 고기의 출현율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거세우의 비율을 높이고 종모우의 정액 보급과 함께 암소도 개량하는 방안도 정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진군수의사협회의 정한영 회장은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농민들이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되어야 하는데 사료값과 유가가 폭등하고 있는 지금 전면 개방이 되어 농민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한영 회장은 “일본에서 사료안정기금을 확보해 사료값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소값과 농민들의 소득을 유지하는 것처럼 정부도 농민들의 소득을 보장해줄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연 대통령은 농민상황 알고 있는가”
성낙서 전국한우협회 당진군 지부장

 “지금 소 거래 자체가 안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간 매수인들은 가격이 더 떨어질 줄 알고 매입을 잘 하지 않고 있고 농민들 또한 가격이 낮고 앞으로 얼마나 더 낮아질지 모르기 때문에 출하를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실제로 가격이 얼마나 떨어졌는지조차 파악이 안되는 상황입니다.”
 (사)전국한우협회 당진군지부의 성낙서 지부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부터 농민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겠구나 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렇게 아무 조건없이, 국민들의 건강보장조차 내팽개치고 전면개방을 할 줄은 몰랐다”며 “게다가 대통령이 미국까지 찾아가 협상을 해달라고 하는 모습이 과연 ‘이 나라의 대통령이 맞나’라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고 성토했다.
 성낙서 지부장은 “과연 대통령은 농민들이 처한 상황을 알고서 협상을 진행한 것인지, 아니면 농민들을 단순한 ‘희생자’로만 보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강하게 정부를 질타했다. 또한 “지금 상황에서 어떤 대책이 실효를 거두겠냐”며 “집회나 서명운동 등을 통해 협상 무효화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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