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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5.12 00:00
  • 호수 710

[뇌성마비 유진이와 단짝 친구 서린이] “꼬부랑 할머니 될 때까지 친구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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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이를 부축하고 서린이가 도서실로 들어선다. 티없이 웃는 두 소녀의 모습이 활짝 핀 봄꽃 같다. 유진이와 서린이는 신평중학교 3학년, 16살 소녀들이다. 1학년 때부터 줄곧 단짝 친구인 두 소녀는 여느 친구사이보다 각별한 사이다. 어릴 적부터 뇌성마비로 두 다리가 불편한 유진이에게 서린이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다. 선생님의 지시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서린이는 유진이의 첫인상이 참 좋았다.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냐며 웃어 보이는 서린이의 웃음 속에 아이들의 순수한 우정이 묻어난다.
“친구잖아요. 친구가 불편한 걸 도와주는 건 당연하죠. 유진이랑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자꾸 웃게 되요. 부모님께 말할 수 없는 고민들도 털어 놓을 수 있는 믿음이 가는 친구예요.”
서린이는 오히려 걸음이 느린 유진이에게 발을 못 맞춰 주고 더 많은 시간을 함께 해 주지 못하는 게 미안하다. 서린이에 대한 마음은 유진이도 마찬가지다. 늘 도움을 받는 입장인 유진이가 미안한 마음이 더 클 만도 한데 그렇지만은 않다고.
“서린이는 함께 다녀주고 불편한 것을 단순히 도와주는 친구가 아니예요. 고민도 털어 놓을 수 있고 도움을 청하는  편한 친구죠. 미안한 마음이 커져서 불편해지게 되면 친구가 될 수 없잖아요.”
서린이와 유진이는 가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어른들 때문에 속상할 때도 있다. 남들과 달리 몸이 조금 불편할 뿐인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게 두 소녀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상대방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아끼고 사랑해 주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준만큼 되돌려 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유진이와 서린이는 다르다. 친구이기 때문이란다.
도와주는 것과 도움을 받는 것이 미안하고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친구니까’라고 대답하는 두 소녀의 멋쩍은 미소가 마음을 짠하게 만든다.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한마디씩 해 보라는 말에 서린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담에 할머니가 돼서도 고민을 털어 놓고 함께 웃을 수 있는 평생 친구가 되고 싶어요.”
곧이어 유진이가 “제가 하고픈 말을 서린이가 다 해버렸네요”라며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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