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여름은 1년 중 가장 더운 계절이다. 한의학은 ‘기후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로부터 출발한 학문이다. 인간은 한순간도 기후변화 속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더우면 서늘하게 해야 하고, 추우면 따뜻하게 해야 하며, 건조하면 습하게 해야 하고, 습해지면 건조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만 생명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여름철은 더운 계절이기 때문에 인체 속의 가장 더운 부분들이 손상을 받기 쉬워진다. 그러한 부분은 바로 심장(心臟)이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심장은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심장과 뇌 등을 포괄하는 장기이다. 한의학에서는 여름철은 ‘불의 계절’이고, 심장은 ‘불의 장기’라고 말해왔다.
여름철 더운 날씨에 일을 하게 되면 쉽게 열이 나고, 땀을 흘리게 된다. 이때 흘리는 땀은 소위 말하는 ‘진땀’이기 쉬운데 그런 땀을 계속 흘리면 위험한 쇼크상황까지 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탈진상태 정도는 아니라도, 더운 환경 속에서 계속 일하게 되면 우리의 심장이 서서히 약화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심장이 약해지면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난다. 가슴이 쉽게 뛰고, 왠지 불안하며, 이유 없이 깜짝깜짝 놀라기도 한다. 꿈을 잘 꾸기도 하고, 잠을 깊이 못자기도 한다. 건망증이 나타나거나 심해져서치매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얼굴에는 주름살이 많아지고, 몸이 잘 부으면서 급격하게 체중이 증가되는 환자들도 많다. 어깨가 빠질 듯이 아프고, 등이 벌어질 듯 아프며, 손발이 저리기도 하고, 심해지면 목디스크나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기도 한다. 머리가 아프기도 하며, 어지럽기도 하다. 기운이 없고 입맛이 없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는 기본 증상이다. 이런 상태를 여러 해 겪고 나면 환자들은 병원에 가서 여러 가지 심장병 진단을 받아오곤 한다. 그리곤 평생 심장약을 먹으며 살게 되거나, 심한 경우 수술대에 오르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막으려면 우선 더운 환경에서 일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더위가 심한 날의 작업은 꼭 피해야 하며, 특히 비닐하우스에서 일하시는 분들이나 식당주방이나 닭장처럼 고온의 실내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수시로 밖으로 나와 쉬면서 일해야 한다. 평소와는 다르게 땀이 비 오듯 엄청나게 난다면 즉시 일을 멈추라는 신호라고 생각해야한다. 또한 여름철에 목욕을 할 땐 되도록 땀이 많이 나지 않게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사우나 안에는 들어가지 않는 것이 좋다. 그리고 지나치게 땀을 흘렸거나 위와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면 체질에 맞는 적절한 한약을 빨리 복용하는 것이 좋다. 많은 환자분들이 여름철에 땀으로 약기운이 나간다고 해서 한약복용을 미루고 가을철에 드시려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근거도 없거니와 오히려 병을 키우는 방법이다.
이와는 반대로 지나친 냉방으로 인한 건강문제도 매우 주의해야 한다. 여름철이면 한의원에는 냉방병이 낫지 않아 고생하는 환자들이 많이 오는데, 많은 경우 추위에 약한 사람이 찬 공기를 많이 쐬거나 찬 음식을 많이 먹어서 발병한다.
특히 에어컨 바람을 직접 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호흡기나 피부, 그리고 대장 등의 기능이 서서히 약해져서 만성감기환자나 만성변비, 설사환자가 되기 쉽다. 또한 이유 없이 여기저기 뼈마디가 쑤시는 증상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 요즘에는 버스의 냉방이 지나친 경우가 많으므로, 추위를 잘 타는 사람이 장시간 버스를 탈 경우에는 얇은 긴팔 옷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름철은 더운 계절이고, 어느 정도 더위라는 상황 속에 몸을 던져줘야 한다. 우리 몸은 수 만 년 동안의 진화과정에서 계절의 변화에 적합하도록 세팅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운 시기에는 어느 정도 더위를 느끼고, 추운 시기에는 어느 정도 추위를 느끼며 사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삶이며 가장 건강한 삶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