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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대갤러리 | 이경자 작가의 ‘우물안 탈출기’] 개구리의 우물 밖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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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 발자국 소리에 노래를 멈췄다가도 숨죽이면 이내 노래를 시작하는 개구리들. 녀석들의 노래가 시작된 걸 보니 여름이 오려나 보다. 노랫소리를 따라 논길을 달려 도착한 이경자씨의 작업실에서 우연처럼 녀석을 만났다. 책갈피 사이에서 빼꼼이 머리를 내민 녀석은 개구쟁이 같았다. 그녀는 작은 세상에 갇혀서 큰 세상을 보지 못했던 예전의 자신을 회상하며 우물을 탈출하는 개구리를 조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10여년 넘게 학교라는 제도권 안에서 그곳에서 배운 것들이 전부인 줄 알고 살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사회를 경험하게 됐고 ‘내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갇혀 있던 좁은 세계를 벗어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성장해 가는 인간의 모습을 우물 안 개구리라는 모티브를 이용해 해학적으로 표현한 작품이에요.”
대학교와 대학원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동안 제도권 교육에 익숙해져 있던 그녀에게 첫 사회생활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학교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사회의 다양한 모습과 상황들이 그녀의 갇힌 생각을 틔워주었다. 이후 우물 안을 탈출해 좀 더 넓은 세계로 향하는 자신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 작업은 동시에 그녀가 우물 밖 세상으로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녀의 개구리가 탈출하는 장소는 다양하다. 우물 안은 기본이고, 키보드, 핸드폰, 책 등 일상에서 인간이 얽매여 있는 모든 대상이 우물 안이고 그곳에서의 탈출이 시작된다.
“인터넷이 없으면 안 되는, 핸드폰이 없으면 안 되는 세상이 됐어요. 그것이 전부가 아닌데 사람들은 습관에 얽매여 벗어나질 못하죠. 관객이 작품에 담긴 의미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주변의 쉬운 소재들을 이용했어요.”
헌데 우물 안을 나온 개구리는 어디로 갈까? 이 작가는 탈출기 시리즈를 작업하면서 새로운 의문에 빠졌다.
“제가 앞으로 어디로 갈 지는 명확하지 않아요. 아직도 우물 안을 탈출하고 있는 중이니까요. 하지만 결국 다시 우물로 돌아가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태어난 곳,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길 바라니까요. 우물로 돌아갈 때는 분명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일거예요. 마음속에 세상에서 보았던 큰 바다를 품고 있을 테니까요.”
그녀의 땀방울이 스며든 작품 속 앙증맞은 개구리가 노래를 부른다. 개굴개굴. 

 이경자 작가
99 관동대 미술학과 졸업     
03 성신여대 조형대학원 환경조각과 졸업
개인전 2회, 단체전 20여회
현 당진미술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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