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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병종횡(溫病縱橫)
상한론, 금궤요략, 온병 서평 시리즈 ⑥
2017년 08월 18일 () 06:21:20 이원행 mjmedi@mjmedi.com


인류의 역사상 수많은 전염병, 곧 광범위한 감염이 있어 왔다. 그리고 이 감염은 또한 인간의 역사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흑사병, 천연두는 중세 유럽의 붕괴를 가져왔고, 아즈텍 제국의 멸망에 지대한 기여를 하여 한 대륙의 역사까지 바꾸어 놓기도 하였다. 이 감염은 한의학의 역사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의학 처방의 시작점인 『상한론(傷寒論)』을 중경(仲景)이 집필하게 된 계기도, 200명이 넘던 일족의 상당수가 광범위한 감염, 상한(傷寒)으로 죽은 것에서 시작한다. 이 ‘감염’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인간 집단을 괴롭혀왔고, 한의학이 낳은 시대의 명의들은 그에 도전하여 기록들을 남겼다. 온병학(溫病學)은 그 모든 경험들을 집대성하여 청대(淸代)에 만들어 낸 ‘감염병에 대응하는 기술’이다.

온병학의 발달에는 크게 5가지 국면이 있다. 이 모든 국면은 상한론과 떼어 놓을 수 없다.

첫 번째 국면은 송, 금, 원대, 상한론에 따라 감염병을 치료하면서 부족한 점을 발견하던 시기로서, 중경을 존중하면서 새로운 자기의 경험과 학설을 조심스럽게 추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주굉(朱肱)은 『상한류증활인서(傷寒類證活人書)』에서 “대개 중경의 증은 많지만 약은 적다. 만약 모두가 중경처럼 조리가 바르고 변이(變異)가 생기지 않는다면 마황탕, 계지탕, 청룡탕만 쓰면 충분할 테지만, 후세에는 성인(聖人)을 기대하기 어렵고 중경의 약방에는 누락된 것이 매우 많으며...” 라며 승마탕(升麻葛根湯) 등의 처방을 추가한다. 이러한 태도를 가지고 이 시대를 맺는 대가는 유완소(劉完素)이다. 그의 주화론(主火論)과 방풍통성산(防風通聖散) 등의 신량제(辛凉劑)를 활용한 처방은 이후의 의가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두 번째 국면은 명말~청대 중기. 온병, 감염병학을 새로운 영역으로 분리해 내는 시기이다. 오우가(吳又可), 양율산(楊栗山), 여림(余霖)과 같은 의가들은 그들이 접한 광범위한 감염병들이 상한론에서 제시한 치료 기술만으로는 잘 해결되지 않는다고 여겨, 달원음(達原飮), 승강산(升降散), 청온패독음(淸瘟敗毒飮)과 같은 각자가 본 원인에 따른 특효약을 만들어 냈다.

세 번째 국면은 청 중기 이후, 온병을 상한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학설로서 정립해 내는 시기이다. 위기영혈(衛氣營血)의 치료원칙을 정립한 섭천사(葉天士), 습열병(濕熱病)의 치료원칙을 정리한 설생백(薛生白), 삼초변증(三焦辨證)으로 섭천사의 이론을 정리하고 여러 신방(新方)들을 정립한 오국통(吳鞠通), 연구성과를 정리한 왕사웅(王士雄)까지, 이 시기에 비로소 우리가 의학사에서 말하는 온병학이 형성된다.

네 번째 국면은 온병학의 형성 이후부터 중화민국 때로서 온병파와 상한파의 투쟁시기이다. 이 시기 쓰여진 청대 진수원(陳修園), 민국 때의 조영보(曹穎甫)와 같은 상한파들의 글을 보면 온병파의 치료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섯 번째 국면은 현대중국 성립 이후의 발전으로, 온병학이 전염병을 넘어 각종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법으로 확장되는 시기이다. 상한론이 외감(外感)을 넘어 만병(萬病)에 쓰일 수 있도록 기틀을 다진 것이 방증(方證)을 정립한 가금(柯琴), 요시마스 토도(吉益東洞)와 같은 의가들이었다면, 온병에서는 이를 가능케 한 의가가 바로 조소금(趙紹琴)이다. 그는 복잡다단한 온병학 처방들과 치료방법을 임상 실제에 원활히 쓰일 수 있도록 단순화시킨다. 진단체계는 위기영혈변증을 사용하여 치료하는 온열병(溫熱病)과 삼초변증을 사용하여 치료하는 습열병(濕熱病)으로 정리하고, 온병의 원인을 울체되어 소통되지 못하는 열(鬱熱)로 파악하여 이를 바탕으로 이 치료기술을 울열(鬱熱)이 바탕이 되는 만병의 치료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확장시켰다.

다시 한번 상한론과 비교해 보자. 처방을 공부하려면 상한론을 읽어야 한다. 그렇다면 온병학을 공부하려면? 온병학은 위에 언급했듯이 긴 시간 동안 역사의 도전 속에 수 많은 의가들에 의해 발전해 온 기술이기 때문에, 가장 권위 있는 책이라는 것이 없다. 그나마 가장 대표적인 의서가 있다면 섭천사의 『외감온열편(外感溫熱篇)』, 오국통의 『온병조변(溫病條辨)』이다. 하지만 이 책들은 『상한론』과 한의학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충분하지 못하다면 이해하여 활용까지 나아가기에 매우 어려운 책이다. 『외감온열편』은 너무 간략하며, 『온병조변』은 진단과 치료에 활용되는 기준을 삼초변증으로 설정하였으나, 증상과 처방들이 한 논리체계 안에서 정연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뒤섞여 있는 관계로 오히려 응용하기 어렵다.

나는 온병학에 입문하고자 하는 이들이 반드시 읽어야 하는 교과서와 같은 책으로, 바로 조소금의 『온병종횡(溫病縱橫)』을 든다. 교과서는 입문자라면 꼭 거쳐가야 하는 책을 말한다. 보통 쉽게 쓰여지지만 학문의 기초를 폭넓게 다루어야 하고 잘못된 내용 없이 튼튼히 세워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그 학문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는 사람만이 저술할 수가 있다.

“교과서로 공부했어요.” 수능 만점자가 TV에 나오면 저녁뉴스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그 인터뷰를 보고, “거짓말!” 마음 속으로 말했던 기억이 난다. 당연히 교과서만 가지고 기초부터 응용까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하지만 교과서는 적어도 그 학문에 대해 최소한 잘못된 내용 없이 초심자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망라하고 있는 책이기에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온병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이라면, 가장 먼저 『온병종횡』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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