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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4-14 23:40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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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쓰는 ‘기술’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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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산 씨

여운

순결 그리고 해맑은 청초함이
문득
쪽빛 아름다운 뜰락 아래에
새하얀 목덜미가
멍텅구리 옷깃을 스치며 기억이 머츰하다

울가망한 당신의 몸에선 간간히
핏빛보다 더 진한 라일락 향내가 을씨년스럽게
섬세한 체크무늬 여러 가닥 마음에
박혀 있다

난지 해역
석양으로 착지하는 노을
그 시절 느티나무 정자 아래로
아스라이 내려앉는 오후가 되면

저 멀리
만선의 흐뭇함을 실고 분주히 오가는
어선처럼 가슴 뭉클한 설렘이 있어

세월을 뛰어 넘어
길고 긴 여로에
당신 곁으로 가려는 서성임

 

그는 지난해 시집을 발간했다. 두 번째다. 교직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틈틈이 적어뒀던 시들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평생을 몸 담아온 학교를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올 즈음 마음으로 엮어낸 시집, ‘삿갓논 만한 섬’에는 그의 서정시 100여편이 실려있다.
그 중 ‘여운’은 10년 전 석문면 난지도에 놀러갔을 때의 추억을 그린 시로 그가 아끼는 작품이다.
“낯선 객지 사람에게 흔쾌히 방을 내어주고 손수 밥도 지어주시던 섬마을 노부부의 순박하면서도 따뜻한 마음이 참 고마워서 오랫동안 인상에 남아요. 통통배가 이따금씩 포구를 오가고 노부부의 후덕한 인심이 있던 정겨운 섬마을에서 느꼈던 느낌을 시로 지었습니다.”
당시 그가 하룻밤을 묵었던 집주인 노부부에게는 아들이 있었는데 젊은 나이에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나갔다가 그만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고. 그는 바다를 바라보며 사는 노부부의 가슴시린 그리움도 함께 시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40년 가까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기술’ 과목을 가르쳤다. ‘기술’과 ‘시’ 어쩐지 어울리지 않는다고 물으니 그는 웃으며 어릴 적 형님의 만류로 국문학과 진학을 포기하고 교사가 되었다고 말했다. 가끔 국문과를 공부했더라면 더 깊이 있고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지만 당시는 아우가 형님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였다고. 하지만 그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동인회 활동을 하면서 꾸준히 시를 지어왔다. 그래서 김 씨는 요즘 제자들을 보면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아이들에게 꿈이 부족한 것 같아서이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꿈을 크게 갖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차근히 고민해야 하는 데 아이들에게 꿈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김종산 씨

• 당진 순성 출생
• 순성초, 면천중, 동국대학교 졸업
• 당진중학교 재직
• 나루문학회 명예회원
• 한국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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