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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죄(罪) - 이한복 면천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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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역사는 참으로 수많은 소용돌이와 격랑을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오늘과 같은 찬란한 문화를 이룩한 면에 주목한다면 인간의 역사는 자랑스러움 그 자체일 것이다. 그런데 역사의 내면을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죄악이 난무하였다.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하여, 집단간의 갈등 과정 속에서, 종교라는 이름으로…….
인간이 범하게 되는 죄의 유형은 다양하기만 하다. 단순하게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도둑질에서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인명을 해치는 참혹한 사건, 사랑하는 사람 사이를 갈라놓게 만드는 행위, 심지어 조선시대에는 여성의 시기와 질투까지도 죄에 해당하였다.
본고에서는 인간이 저지르는 죄에 대하여 좀 더 다른 접근을 해보기로 한다. 죄는 일반적으로 타인에게 정신적·물질적·신체적 해를 끼치게 되는 행위를 이르게 된다. 이러한 반사회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그 심각성을 대부분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여 소중한 자기 인생을 준비하는데 태만하고 나태한 게으름에 대해서는 무심하기만 하다.
특히 청소년기의 중요성을 감안해볼 때 자기 자신에 대한 게으름보다 더 큰 죄가 있을까?
당진군민들은 ‘당진문예의 전당’ 건립으로 인하여 문화시민으로서의 권리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물론 깊이는 부족하겠지만 나는 문화라면 둘째가라면 서럽다 생각할 정도로 관심이 많기 때문에 평소 문예의 전당을 애용하고 있는 편이다.
그런데 8월 초순부터인가, ‘건국 60주년 기념 축하공연’이라는 메시지가 휴대폰으로 친절하게 안내되었다. 나는 순간 가슴 한 편이 불끈하면서 화가 치솟는 한편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왠지 모를 속상함에 깊이 빠져들고 말았다. 당시 생각으로는 항의 전화라도 하고 홈페이지에 부당성을 지적하고 싶었으나 사정상 표현을 하지는 못했다.
이제 차분하게 돌이켜 생각해보자. 인간이 저지르는 수많은 죄 중에 가장 큰 죄가 바로 역사에 대한 죄가 아닐까? 우리나라의 역사에 대하여 어린아이도 입만 열면 저절로 나오는 ‘반만년 역사’는 어디로 사라지는 것인가? 엄연히 살아있는 3·1 정신을 계승한다는 대한민국의 헌법 체면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일제의 가혹한 식민통치는 이제 영구히 면죄부가 주어지는 것인가?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에 늘 민감한 사안이었던 ‘독도’는 또 어떻게 되는가? 우리가 해방되면서 독도의 반환은 명시되지 않았다는데…….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는 한마디로 설움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우리 민족의 역량에 의한 해방이 아니었기에 남북분단이 초래되어 아직도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으로 남아있으며 이후 국가와 민족보다는 자신들의 정치적인 야욕을 달성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조성된 남남간의 내부 분열, 최근에 이르러서는 계층간의 분열을 넘어서 종교에 이르기까지 국민 분열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이것도 부족하여 역사의 단절과 분열이라는 죄까지 저지르려 하는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집단만을 생각하는 소아(小我)적인 발상에서 이제는 과감하게 벗어나, 나라와 민족이라는 대아(大我)를 생각하는 큰 정치를 기대한다면 너무 지나친 것일까? 역사에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수는 없단 말인가? 교육은 100년을 생각해야 한다는데, 정치는 적어도 50년은 내다봐야 하지 않는가?
내가 태어나서 성장하고 아직도 몸담고 살아가는 소중한 땅 당진, 내 고향 당진이 늘 자랑스럽게 마음속에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 본고의 내용 중에 의도와는 다르게 당진문예의전당 관계자 분들께 누를 끼치게 되었다면 널리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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