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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 입력 2008.09.15 00:00
  • 호수 272

[책으로 펼쳐보는 세상 - 밤의 피크닉] 함께 걷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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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연 원당마을 주공아파트

“모두 같이 밤새 걷는다. 단지 그것뿐인데도 왜 이렇게 특별한 것일까.” 

‘밤의 피크닉’은 남녀공학 고교생들이 만 24시간동안 80㎞를 걷는 보행제를 하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다룬다. 남녀공학인 북고에서는 해마다 보행제라는 것이 열리는데, 아침 8시에 학교를 출발해 다음날 아침 8시까지 다시 학교로 걸어서 돌아오는 행사이다. 재학생들로서는 가장 괴로운 행사이지만, 졸업생들은 학창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로 꼽는, 학창시절 최고의 ‘추억만들기’이기도 하다.
하루의 이야기를 총 364페이지의 장편으로 엮은 것에서 느낄 수 있듯 소설 속 인물들의 감정묘사가 매우 섬세하다. 처음엔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이름이 한꺼번에 쏟아져 인물 관계도를 그리면서 읽어야 하나 생각했지만 중반쯤 되면 중요인물들은 눈에 익게 된다.

  靑春..

내게 대학시절 청춘의 푸르름은 짙음이 아닌 쨍 한 느낌의 ‘너무 맑아 차가운 느낌’을 지닌 것이었다. 내가 또 다른 ‘나’를 대면하는 생경함과 함께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작업은 쉽지 않았고,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이를 도와줬던 것이 ‘걷기’였고, 내가 ‘걷기 홀릭’에 빠지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혼자여도 좋고..>

걸으면서 뭔가를 생각해야지.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해봐야지... 하다가 어느 순간 걷는 것 그 자체에 넋을 놓고 아무 생각없이 무의식적으로 걷기만 한다. ‘애초에 내가 가져온 근심걱정을 굳이 정리됐다,’ ‘해결됐다’란 무리한 단어를 갖다 붙이지 않아도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좋은 사람과 함께여도 좋고...>

옆사람이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든, 첫만남이든, 이야기의 물꼬를 트기까지는 적잖은 정신적 노동이 소요된다. 그러나 어깨와 팔의 간헐적 부딪침과 둘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공간 속에 어느 덧 ‘너와 나’의 경계는 희미해진다. 그러다 몇 마디 나누다 보면, 그 이야기에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생각들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돌이켜 보면, 엉겹결에 쏟아내 버린 타인에 대한 나의 솔직함에 당혹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주로 밤거리를 걸을 때 자주 일어나는데,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한 착각까지 준다. 혼자여도 좋고, 좋은 사람과 함께여도 좋다.
걷는 다는 것은 분명 즐거운 피크닉이다. 이 때의 내 주위 사람들은 내 사상과 정신이 정립될 때 함께 마블 되어, 지금의 나와 항상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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