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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9 21: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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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나무 심은 지 10년, 자연의 겸손함을 배웠다”
빛깔보다 맛과 영양으로 승부해야 정부의 실질적인 기술지원 필요

▶편집자주… 당진군은 농업웅군이자 축산웅군이다. 경지면적 전국 2위, 쌀생산량 전국 1위이며 한우와 양돈, 양계 등 축산업이 전국에서 순위권의 사육규모를 보이고 있다. 쌀·쇠고기 수입 개방, 조사료가격 상승, 잇단 산업단지 개발로 인한 농지 수용 등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농축산업에 종사하며 인류에 꼭 필요한 식량 생산에 힘쓰고 있는 농민들을 만나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당진에서 씨를 뿌리고 가축을 돌보며 살고 있는 우수농가, 귀농인, 젊은 농업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고민과 농촌 현실 그리고 미래 농업의 비전과 의미를 조명하고자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 본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농사는 90%가 자연의 힘으로 일궈집니다. 햇빛과 물, 바람이 한 해 농사의 성패를 갈음하죠. 그리고 농부가 땀 흘려 노력한 만큼의 결실이 맺힙니다. 10년간 농사를 지으면서 배운 건 노력한 만큼의 대가를 돌려주는 자연의 겸손함입니다.”
그는 과수원을 거닐며 허리춤에서 전지가위를 꺼내 나무의 곁가지를 솎았다. 사과밭에는 늦가을 수확을 기다리는 사과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향긋한 사과들이 햇볕과 물, 그리고 그의 손길로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스물다섯살 청년, 사과나무를 심다 

 

10년 전, 박호완 씨는 고향집 뒤편 밭을 갈아 사과나무를 심었다. 트랙터 하나를 구입해 1천주의 사과나무를 심고 가꿨다.
그가 과수원을 시작했던 1998년에는 과실농가가 어려웠던 시기로 모두 사과나무를 캐낼 때였다고.
“주변에서 모두 이상하게 생각했어요. 다들 사과농사가 힘들다고 포기하는데 사과나무를 심으니까요. 하지만 묘목이 자라 수확을 시작할 3년 후를 내다봤죠. 3년 후엔 다시 사과가격이 안정세로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어요.”
거짓말처럼 첫 수확을 시작하던 해에 사과가격이 올랐고 이후로 줄곧 시장 경기가 좋았다.
박씨는 학교를 다니면서 줄곧 부모님의 일손을 도왔지만 사과나무 재배는 처음이었다. 당연히 실수도, 모르는 것도 많았다. 과수원 일부를 무농약 재배로 시도했다가 병충해로 실패하기도 했다. 다른 우수 과수원을 찾아다니며 농사기법을 배우려 했지만 선뜻 가르쳐 주지 않았다. 그러던 중 당진사과연구회를 알게 되어 활동하면서 차츰 사과에 대한 정보와 농사기법 등을 배우게 되면서 박씨는 초보 과수원 지기에서 조금씩 발전해 나가기 시작했다.
1년 365일 내내 돌봐야 하는 과수원 일이 고되지만 그가 사과나무를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가족’때문이다.
“과수원을 시작하고 4년째 되던 해인가... 태풍피해로 나무 40여주가 뽑히고 사과나무가 망가져 한해 농사를 모두 망친 적이 있었요. 그땐 정말 계속 과수원을 해야 하는 지 절망스러웠죠. 하지만 그때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가족 때문이었어요. 식구들을 생각하면서 견뎌낸 거죠.”
그의 과수원에는 조모를 비롯한 4대가 함께 살고 있다.  

 

인터넷 직거래, 전체 판매량 중 40% 

 

새해가 밝아오면 그는 달력을 앞에 두고 한해 농사 계획을 세운다. 우리나라에서 사과는 필수 제수용품이기 때문에 추석에 맞춰 수확을 하기 위해서는 봄부터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사과 같은 과실수는 다른 농작물과 비교해 사람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다. 사과 하나를 맛보기 위해서는 가지치기를 비롯해 하나하나 직접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처음에는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했죠. 그런데 손 가는 일이 왜 이리도 많은지... 수확하는 기쁨을 누릴 틈도 없이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래도 그는 자신이 직접 기른 사과가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을 때의 보람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농수산물 경매장에서 자신의 사과를 인정해 줄 때, 홈페이지를 통해 방문했던 소비자들이 다시 사과를 찾을 때 농사꾼의 보람을 느낀다.
그는 자신이 키워낸 사과를 맛으로 인정받고 제 값에 판매하기 위해 소비자와의 직거래를 선택했다. 홈페이지를 제작해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사과 상자에 홈페이지 홍보지를 넣어 판매하고 포털 사이트를 통한 광고를 꾸준히 한 지 3년째부터 전체 판매량의 40%가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빛깔보다 ‘맛’으로 승부해야

그는 사과를 재배하면서 무엇보다 ‘맛’으로 승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빛깔 좋은 사과를 선호해요. 맛과 품질은 그 다음인 게 늘 안타까워요. 얼마나 영양가가 풍부하고 맛이 좋으냐로 승부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는 유가상승으로 농자재 값이 오르고 농업 전체가 어려운 현실에서 소비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빛깔만 좋은 사과가 아니라 맛 좋고 영양가 풍부한 사과 재배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말했다.
“무엇보다도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금껏 일해 왔어요. 그래서 처음에 무농약도 시도해 봤던 거고요. 지금은 아예 농약을 주지 않을 수 없어서 최소한만 사용하고 있지만요. 농업뿐 아니라 먹거리를 생산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먹는다는 생각이 기본이 되어야 해요.”
그는 농촌현실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한해 농사를 망치면 2~3년간 타격을 받는 과실수의 경우,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농사기술을 연구해 농민들에게 보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이 살아야 나라가 삽니다. 1차 산업이 망하면 다른 것도 모두 무너지게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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