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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손희란 당진군건강가정지원센터장] 비누의 철학과 건강한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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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전 비누가 참 귀했던 시절이 있었다. 비누 하나만 있어도 행복했던 시절 추석 무렵 친척 한 분이 길쭉한 케이스에 3개가 든 비누를 선물 하셨다. 주황, 초록, 노랑 자태를 뽐내며 가지런히 놓여있는 생전 처음 보는 비누!! 향기에 취해 만지작만지작 거리자 엄마가 마음을 알고 주황비누 한 개를 꺼내 주셨다. 머리도 두어 번 감고 눈을 꼭 감고 얼굴도 윤기 나게 씻고 발을 닦으려 비누를 세숫대야에 담근 순간 엄마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물건 귀한 줄 알아야지 헤프게 쓰다 남아나는 게 없겠다.”

비누의 유래는 기원전 250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인이 산양기름과 나무의 재를 끓여서 비누를 만들었다고 기록에 전한다.

비누의 어원은 로마의 ‘Soap’라는 산 이름에서 유래되었는데 중세에도 올리브 오일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지중해 국가들이 양질의 비누를 제조하여 부를 축적하였다. 우리 조상들은 비누대신 녹두가루나 창포가루를 사용했으며 이 가루를 비루(飛陋)라고 했다. 비루는 더러움이 날아가게 한다라는 뜻이며 우리나라 비누의 어원이 되었다.

청일전쟁 직후에는 비누 한 개의 값이 1원(당시 쌀 한말은 80전)이나 하였는데 대단히 인기가 있었다. 1970년대부터 천연비누에 대한 관심이 고조 되었으며 때가 잘 빠지고 간편할 뿐 아니라 향기가 좋고 장기간 보관할 수 있는 주황색 은방울 비누를 잊을 수가 없다.

요즘은 비누세트를 선물 받고 눈물나게 좋아라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황금만능 이라니 현금이 가장 좋다고 하지 않던가. 최근에 한가위를 앞두고 인근 목욕탕에 갔는데 푸짐한 세숫비누와  물비누가 넉넉하게 비치되어 있어 비누의 한을 풀어볼 요량으로 온 몸에 구석구석 듬뿍듬뿍 바르며 거품을 내었는데도 눈치 주는 사람 하나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목욕탕을 마음 편하게 빈손으로 룰루랄라 가는 것이 아니라  자체 제작한 천연비누와 고급세안제, 비듬이 예방된다는 샴프, 린스 등을 챙겨가는 게 요즘 현실이기 때문이다.

풍요롭고 넉넉한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인구대비 이혼율은 세계 1위, 저 출산으로 아이 낳기를 꺼려하고 자살률도 상위권이란다. 행복한 가정, 건강한 가정을 만들고자 2005년 건강가정기본법이 제정 되었고 덕분에 당진건강가정지원센터가 설립되었으며 2007년 12월 가족친화 사회 환경의 조성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 되었으니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가정이 많이 탄생하리라 기대해 본다.

비누는 시작이나 끝이나 한결같다. 모양은 자꾸 줄어들고 볼품없어 지지만 그만의 색깔, 향기로움은 처음처럼 영원한 비누의 철학이 우리네 가족의 모습 같다. 생각이 행복하면 행동이 즐겁고 생활이 만족스러워 진다. 행복하고 신나는 건강한 가정을 만드는 일도 입장 바꿔 생각해 보는 여유로움으로 시작된다. 어릴 적 비누 한 개로 가족이 서로 행복해 하고 귀하게 여겨주던 추억이 새삼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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