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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8.09.22 00:00
  • 호수 728

자식 250명 키운다는 생각으로 소와 함께 한 2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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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 시장개방시대,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고급육 생산과 직거래로 경쟁력 확보해야

 

▶편집자주… 당진군은 농업웅군이자 축산웅군이다. 경지면적 전국 2위, 쌀생산량 전국 1위이며 한우와 양돈, 양계 등 축산업 또한 전국에서 최상위권의 사육규모를 보이고 있다. 쌀·쇠고기 수입 개방, 조사료가격 상승, 잇단 산업단지 개발로 인한 농지 수용 등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농축산업에 종사하며 인류에 꼭 필요한 식량 생산에 힘쓰고 있는 농민들을 만나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었다. 당진에서 씨를 뿌리고 가축을 돌보며 살고 있는 우수농가, 귀농인, 젊은 농업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고민과 농촌 현실 그리고 미래 농업의 비전과 의미를 조명하고자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 본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이뤄졌습니다.


국내 시장에 수입육이 판매되기 시작했던 1983년, 젖소 3마리와 한우 10마리를 샀다. 그해 그는 스물다섯이었다. 가축을 키우는 일이 좋았다. 그저 그 뿐이었다. 즐거운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최고라 생각했다. 28년 동안 매일같이 소 먹이를 주고 나서야 아침을 먹었다. 소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고 말을 걸며 애정으로 키웠다. 28년 동안 젖소를 한우로 바꾸고 규모를 키워가는 동안 힘든 고비도 여러 번 겪었다. 하지만 소 키우는 일을 멈추지 않았던 건 “오직 소 먹이는 일이 즐거워서”라고 그는 말했다. 


애정으로, 환경을 중시하며


해가 저물어가던 오후, 소 먹이를 주고 있던 김충완(53)씨의 얼굴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한우 250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그는 28년 동안 소를 키운 소 전문가다. 말 못하는 짐승을 키우면서 가장 중요시 여긴 건 ‘애정’이었다. 일일이 소와 눈을 마주치고 소에게 말을 걸었다.

“소를 100마리 키우면 자식 100명을 키운다는 마음으로 지금껏 살았어요. 때 맞춰서 먹이만 준다고 소가 절로 자라는 게 아니에요. 일일이 눈을 마주치면서 먹이는 잘 먹는 지, 아픈 곳은 없는 지 살펴야죠.”

그가 소를 키우면서 애정만큼 중요시 여긴 다른 하나는 ‘환경’이다. 가축을 대규모로 키우는 축사의 경우, 분뇨 처리와 냄새로 인근 주민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씨의 축사에서는 다른 축사에 비해 악취가 심하지 않았다.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환경가설제라는 발효제를 소에게 먹이고 분뇨를 분해하는 EM균을 뿌려 악취를 제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어떤 산업도 환경을 무시하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어요. 오폐수 관리와 분뇨 처리는 철저히 하고 있어요. 발효제는 분뇨의 악취를 제거하는 동시에 소의 소화율도 도와주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1997년 불어닥친 IMF로 축산업자들이 줄줄이 부도를 맞고 소들을 팔기 시작했다. 세간에는 “이제 동물원에나 가야 소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말까지 돌았다.

IMF의 한파는 김씨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도 소들을 모두 팔고 다른 일을 찾아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그러던 중 그는 일본의 전통 소 화우를 키우는 농장을 답사하게 됐다.

“일본 축산농가들은 전통 소 ‘화우’를 고급육으로 키워내고 있었어요. 그때 소중에 육질이 가장 좋은 암소와 제일 유사하게 수소를 키우는 방법이 ‘거세’라는 점을 알게 됐죠. 고급육을 생산할 수 있다면 한우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거세’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그는 남들이 다 소를 내다 팔 때, 오히려 소를 더 사들였다. 경쟁력있는 고급육을 생산해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의 생각은 2001년부터 맞아 떨어지기 시작했다. 국민소득이 올라 소비량이 늘어난데 비해 축산농가 축소로 생산량이 줄자 소 값이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껏 소를 키우면서 IMF를 비롯해 큰 위기가 두어차례 더 있었어요. 지금도 미국산 광우병쇠고기 수입으로 인해 다시 한번 큰 위기가 찾아왔죠. 하지만 당장 앞에 닥친 일만 보고 판단하면 성공할 수 없어요. 위기를 기회로 삼아 노력한다면 분명 다시 좋은 날이 되돌아온다고 믿어요. 거친 파도 뒤에는 평온한 넓은 바다가 있다는 신념을 가져야 해요.”


거세우로 고급육 생산,

마케팅 그리고 직거래


“지금 축산업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소 값이 내린 것도 문제지만 사료 값이 턱없이 올라 수지타산을 맞출 수가 없어요. 송아지 가격이 지난해보다 70% 정도 하락한 데 비해 사료 값은 70% 이상 올랐으니까요.”

김씨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맞물려 사료 값이 폭등한 현 상황에서 미국 같은 대규모 시장과 싸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결국 국내 축산업 간의 경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현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경쟁력은 고급육을 생산해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거세우는 값싼 수입육 때문에 견딜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전망이다.

김씨는 소비자가 원하는 고급육 생산을 위해 거세우 생산으로 길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유통마진을 줄이기 위한 직거래 역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축가들이 힘을 합쳐 고급육을 생산, 브랜드화하고 이를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식당, 업체)와 직거래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가 생각하는 ‘살아남는 방법’이다.

“효과적인 직거래를 하기 위해서 마케팅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하지만 농가들 대부분은 자본력도 약하고 경험도 부족하기 때문에 사실상 마케팅을 농가 스스로 하기란 어렵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해요. 마케팅 교육을 시행해 농가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어릴 적부터 목장을 하고 싶었어요. 소에게 먹이를 주며 땀 흘리고 일하다보면 큰 시름도 모두 잊혀지더군요. 소를 키우는 일이 즐겁기 때문이에요. 즐기는 사람은 무엇도 이길 수 없거든요. 지금이 참 어려운 현실인 것은 분명하지만 즐기면서 이 고비를 넘기고 나면 또 좋은 날이 올 거라 믿습니다.”


 


●당진읍 출생

●계성초, 당진중, 서울 충암고 졸업

●한서대 행정학과 졸업

●한우 250여마리 사육 (완목장 대표)

●축산업 28년

●당진군농업경영인회장 역임

●당진군축산단체협의회장 역임

●당진군한우협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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