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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만난사람-당진출신 작가 남정현씨] "고향이란 인간의 심성을 맑게 씻어주는 인간세제 같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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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래 ‘시장원리’ 버리고 ‘인간윤리’ 되찾아야만 희망이 있다”

▲ 당진출신 작가 남정현씨

제32회 상록문화제 개막식이 있었던 지난 11일 남정현(75) 선생을 만났다. 남 작가는 1933년 정미면 매방리에서 태어나 채운뻘에서 문학도의 꿈을 키웠고 1958년 문단에 데뷔, 3년 뒤 대한민국 현대문학의 등용문이라 할 수 있는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남 작가는 60년경 소설 ‘분지’를 출간, 불온서적과 반공법 위반으로 재판에 회부돼 옥고를 치루기도 했다. ‘분지’를 통해 남 작가는 한국 저항문학의 효시로 일컬어지고 있다.

 

 

 

“작년 상록문화제 때 왔었으니까요 꼭 일 년 만에 다시 당진을 찾았네요. 당진에 올 때마다 제 고향 정미면 매방리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 기억이 납니다. 그 아늑하고 평온한 매방리의 지형이 좀 좋습니까. 뭔가 험한 것과는 아주 동떨어져 있는, 그래서 대지진이나 대 변란 같은 것이 일어나도 왠지 매방리만은 안전할 것 같은, 그런 안전지대라는 느낌이 듭니다.”

남 작가는 심훈선생을 기리는 상록문화제가 해가 갈수록 그 규모도 커지고 내용도 충실해지는 모습이 보기 흐뭇하다며 심훈 선생의 정신을 이어받아 상록문화제를 더욱 발전시켜나갔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심훈선생 정신의 핵심은 선생님의 시 제목인 ‘그날이 오면’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시대건 사람들은 오늘의 소망이 이루어진 그날, 즉 내일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거든요. 심훈선생께서 절규한 그날은 일제의 쇠사슬에 해방되어 삼각산이 두둥실 춤을 추는 그날이었지만 오늘 우리들이 고대하는 그날은 남과 북이 평화롭게 하나가 되는 그날이 아니겠습니까. 정말 그날이 오면 이젠 삼각산뿐만 아니라 백두산도, 한라산도 벌떡 일어나 정신없이 춤을 출 겁니다. 우리모두 그날을 위해 상록문화제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상록문학상 심사위원이기도 한 남 작가는 상록문학상에 공모된 작품들의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벌써 심훈문학상이 12회로 접어들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작품의 질이 몰라보게 좋아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 심훈문학상 수상 작가들이 한국 문학사에서 큰 구실을 하리라 봅니다. 한번 기대해봐도 좋을 듯 싶습니다.”

남 작가는 작가로서 글을 쓰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돼야 하는데 자신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작가란 사실 늘 작품을 구상하고 작품을 쓰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돼야하는데 그러지 못해서 참 안타깝습니다. 부끄럽기도 하고요. 하찮은 글이라도 한줄 쓰자면 집중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되거든요. 뭘 좀 골똘히 생각하게 되면 발작적으로 어지러워져서 얼마동안은 꼼짝을 못하고 있어요. 이런 증세가 십 년 이상이나 됐는데 아직도 그대로입니다. 그렇다고 생각조차 없을 수야 없지요.”

남 작가는 요즘 세상살이가 힘들다며 시장원리보다는 인간원리가 중심인 세상이 되어야 한다며 작가로서 우리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 걱정이 참 많다고 말했다.

“요즘 세상이 이렇게 나가다가는 인류의 종말이 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대로 나간다는 말은 사회 각 부분에서 소위 그 시장원리라는 것을 이렇게 계속 우리시대의 최고의 가치로 떠받들고 나가게 되면 결국 인류는 파멸하고 만다는 얘깁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시장원리란 약육강식에 기초한 원리잖아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미덕으로 삼고 있는 이 시장원리는 밤낮없이 이 지구의 오장육부를 야금야금 다 갉아먹고 있습니다. 이걸 치유하고 우리 인류가 살길을 찾자면 우리가 추구해 온 문명의 틀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쉽고도 어려운 문제지만 우리는 하루속히 문명의 틀을 시장원리에서 인간원리로 바꿔 놓아야 합니다. 그래야 희망이 있습니다.”

세상살이에 대한 얘기는 그의 작품 ‘분지’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남 작가는 60년대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분지’를 집필했던 것일까. 남 작가는 ‘분지’로 한국문학사 최초로 구속돼 옥고를 치렀다. 이 일로 남 작가는 한국 저항문학의 기수로 불리우고 있다.

“글쎄요. 한마디로 말하면 당시 내외의 정세가 나에게 민족정기를 한번 힘차게 선양해야 하겠다는 그런 생각을 들게 했나봐요. 말하자면 우리민족은 그 어떤 강국에 짓밟혀도 우리 민족의 혼은, 그 정신은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호소하고 싶었던가 봅니다. 저를 저항문학의 기수라고 칭하는데 원래 문학작품에는 저항성이 스며들기 마련이지요. 강약의 차이는 있겠지만 문학이 인간에 대한 절실한 사랑의 표현이라면 한 인간이 행복을 추구해가는 그 과정에 있어서 현실적으로 유형무형의 장애물에 부딪치잖습니까. 그런 경우 그 장애물을 걷어내기 위해서 그 장애물에 저항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 작가의 고유한 임무라 할 수 있습니다.”

남 작가는 신자유주의로 인해 한국문학계는 역사, 철학 등 인문학이 위기에 처했다며 이를 바로 잡기 위한 국민 관심이 하나로 모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어떤 사회든 신자유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떠받들다보면 당연히 문화적인 제 행위는 뒷전으로 밀려버리고 맙니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원리를 극대화한 것이라 뭐든 당장 돈으로 환산되지 않으면 다 무가치한 것으로 취급해버리거든요. 그런 사회에서 문화는 최하위 개념으로 전락해버리기 마련이지요. 참 답답합니다. 지금 학계에서도 인간정신의 기본인 역사, 철학, 문학 등의 인문학이 찬밥신세가 되었다고 야단이거든요. 이걸 바로잡기 위해서는 한 개인이나 단체의 힘만으로는 어렵습니다. 국가권력 자체가 시장원리보다는 인간의 원리에 치중해 정책을 짜도록 국민들이 힘을 모아야 합니다.”

1년 만에 고향 당진을 찾은 남 작가는 고향에 대해 한 인간의 심성을 맑게 씻어주는 인간세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당진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애착을 드러냈다.

“고향은 누구에게나 좋은 곳이 아닐까요. 고향을 그리면서 나쁜 생각을 하는 자는 별로 없을 테니까요. 행여 나쁜 짓을 하려다가도 이걸 혹시 고향사람들이 알면 어쩌나 해서 마음을 바로잡는 분들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렇듯 고향이란 한 인간의 심성을 맑게 씻어주는 그런 무슨 인간세제와 같은 역할을 하거든요. 그래선가, 고향에 들를 때마다 나는 무조건 좋습니다.”

남 작가는 남북통일이 일생의 소망이라며 통일된 나라에서 글을 쓰고 죽고 싶다고 말했다.

“내 소망은 아주 단순합니다. 통일된 나라에서 단 한 줄이라도 좋으니 글을 쓰고 죽고 싶은 것이 제 소망입니다. 나는 정말 그날이 오기만을 고대하며 산다고 할까요. 그저 그렇습니다.”

▶남정현 작가 약력

1933년 정미면 매방리 출생

1958년 문단 데뷔

1961년 동인문학상 수상

2002년 민족예술상 수상

‘너는 뭐냐’ ‘분지’ ‘호선생’ 등 작품 다수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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