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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2024-03-28 10:4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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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섭씨가 아내 남언우씨에게 보내는 편지] “당신에게 지난날의 고마움을 글로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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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부터 지금까지 59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려. 복잡하고 부유하지 못한 가정에 시집와 너무나 많은 고생을 한 당신을 위해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몇 자 적어 보내오.

내게 시집 온지 얼마 되지 않아 1952년 6·25 동란이 일어났지. 그때 할머님을 비롯한 12명의 대식구를 남겨두고 가장이었던 내가 군에 입대해 아무 도움을 줄 수 없어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아버지는 불편하신 몸이 날이 갈수록 악화되시고 당신은 가장 노릇을 대신하며 주야로 고생해야만 했지. 아버님의 병세가 악화되자 손가락을 깨물어 그 피를 드시게 하는 당신의 지극한 효성은 내가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 같소. 항상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을 정도라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당신은 군에 있는 내게 전보를 쳤으나 전국이 비상사태에 걸려 있어 특별휴가 조차 금지된 상황이었지. 당신은 나를 대신해 시아버지의 장례를 모시기까지 하고 무릎 꿇고 빌어도 모자란다는 뜻을 전하고 싶소.

또 내가 군에 있는 동안 친가에 다녀오던 당신이 길에서 큰아들을 출산하고도 5㎞가 넘는 거리를 고모님과 함께 걸어왔지. 그 이후로 첫째를 낳은 달이 다가오면 당신은 몸을 가누지 못해 고생이 많았지. 그런 당신을 보면 가슴이 아파 견딜 수가 없구려.

6남매 결혼 시킨 후 회갑까지 오래 살아 줄 것을 수천번 부탁했었지. 지금에 이르러 환갑이 되도록 살아줘서 고맙구려. 내가 지금까지 손자손녀를 본 것 당신의 덕분이라 생각하오. 당신의 건강을 축복하고 내가 그 뒤를 지켜줄 테니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아 봅시다.

- 남편으로부터-

※이글은 당진읍 대덕리의 이규섭(79)씨가 아내 남언우(80)씨의 팔순을 맞아 결혼 후부터 지금까지 고생한 것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한 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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