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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치맛바람의 풍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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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협의가 끝나고 교무실에 들렀더니 응접쇼파에 낯선 자모 한 분이 형제인 듯한 학생 두 명과 같이 앉아 있었다. 전학생을 데리고 온 자모인 줄 알면서 “어떻게 오셨습니까?”했더니 “이 곳으로 이사를 오게 되어서 애들 전학 때문에 왔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아 그렇습니까? 반갑습니다. 저는 본교 교장입니다”라고 하니 좀 전까지만 해도 학교 조무원 쯤으로 보는 것 같았는데 학교장이라는 말에 갑자기 정중해지는 모습이었다.

금년도 학년 초만해도 350여명이던 전체 학생수가 지금은 400명이 훨씬 넘는다. 다가오는 신학년도에는 4개 학급 정도가 증설될 것으로 예상된다. 몇 년 전부터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이 곳에 속속 입주하면서 인근 농어촌 학교들이 학생수 감소로 존폐 위기인데 반해 본교는 학생수 증가로 수용하기 어려운 시설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유입 인구가 증가하면서 학부모 사회에서도 고향을 지키며 살아온 원주민과 학군내 각종 기업체에 종사하는 회사원들과의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새벽에 물본 것이라며 숭어, 낙지 꾸러미를 들고와 숙직실 부엌에서 매운탕을 끓여놓고 학부모와 담임선생님이 막걸리를 마시며 자녀교육 문제로 진지한 대화를 주고받던 정겨운 모습은 옛날 얘기가 되었다. 요즘 같은 수확철이면 삶은 고구마와 밤 등 각종 과일을 자녀들 편에 보내줘서 선생님들과 나눠 먹기도 했었다.

우리고장이 전형적인 농어촌에서 신흥 공업도시로 발전하면서 옛날의 정서는 찾아 볼 수 없고 학부모 사회에서도 어울림의 틀이 재편되어지는 것 같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평수가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학부모와 학생들은 소외 당하고 빈부의 격차에 따라 수준의 정도가 같은 사람들끼리 관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형성되어지고 있는 학부모 사회의 풍속도가 외형적으로 하루가 다르게 변모해가는 당진의 미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 같아 걱정스런 생각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백년 앞을 내다보고 세우는 원대한 계획이란 뜻이다.

학교교육이 흔들리고 교육환경이 부정적인 쪽으로 변질되어 간다면 지역사회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학교교육에 대한 관심은 교육의 질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하고 학부모의 여론은 당진교육을 건전하게 이끌어가는 방향으로 형성되어야한다. 대대손손 이 고장을 지켜온 토박이들과 이주민들과의 갈등의 벽이 없어져 교육은 물론 정치, 경제, 문화 등이 조화롭게 발전하는 여건이 조성 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당진 발전에 나름대로 역할을 해왔던 정치인들도 학연, 지연 등의 정서로 자격미달이 감춰졌고 어렵지 않게 정치무대에 등원했던 것이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는 다시 짜여지는 당진의 희망찬 미래를 위해서 멈칫거려 볼 때인 것 같다. 인정 많고 끈끈했던 옛날의 정서는 이제 달라지고 있다. 새롭게 형성되는 당진의 정서와 여론은 냉정하고 객관적인 심판으로 이들에게 내려질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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